어젠 오이지군과 제가 만난지 1년이 되는 날.
뭐 심심한 인간들인지라 특별한 일 없이
배 째지게 삼겹살 한근을 먹고,
먹느라 너무 열나서 예쁜 동네 찻집에서 냉커피 한잔 마시고,
오이지군 슬리퍼 바꾸고,
또 비빔국수 먹고,
과일 먹고,
결국 너무 배불러서 동네 공원을 나서는데,
오이지군이 말하기를
"더 바라는 것도 없고,
이렇게 걱정없이 공원을 산책할 정도의 여유면 되는데,
우리 인생이 지금부터 계속 내리막일 걸 아니까.."
가진 게 없으니까 노년이 두렵지 않겠느냐만,
그냥 여름밤 사랑하는 사람과 걷는 것이 즐거울 때는 그대로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사람과 더불어 행복한 한 생이 되게 나도 건강도 조심하고, 많이 일하고 많이 놀고 많이 나누면서 살테니, 오이지군 외로운 가장이 될 고민을 그만 접게나.
너무 지저분하고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아서 이상한 짓도 많이 저지르고 용도불명의 물건들도 사모으긴 하지만 솔직히 나랑 있는게 즐겁긴 하잖아 그죠!
사실은 나도 당신을 놀리는게 즐거워요~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