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없는 산
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매서운 겨울날, 

1930년대 경성의 전차 정류장, 

한 아가가 엄마를 기다립니다. 

지나가는 전차마다 엄마가 안 오냐고 물어보지만, 

눈이 소복히 내리고 날이 저물도록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가는 코 끝이 빨개지도록 꼼짝하지 않고 엄마를 기다립니다.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일제시대의 경성의 풍경, 

단순한 그림의 여백이 슬픔을 자아냅니다. 

세상은 너무 크고 아가는 너무 작습니다.  

아가의 세상의 전부인 엄마 손을 꼭 다시 잡고  

집으로 돌아갔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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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입 속의 검은 잎>(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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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0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독서 목록에 넣어뒀던 책. 다시 생각나네요.

한편 제게 저런 글들을 함께 읽어줄 수 있는지, 그런 자리 옆에 있어도 되는지 물었던 한 청춘에 대한 기억도 떠오르구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7 08:53   좋아요 0 | URL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저도 떠오르는군요..

행복한 한주일 되세요 ^^

프레이야 2009-09-0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그림도 너무 좋은 그림책이죠.
저도 참 좋아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7 18:1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좋아하시는군요.
라주미힌님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셔서 읽게되었는데,
한참 찡했답니다.

순오기 2009-09-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찡하면서도 사랑스럽죠?^^
기형도의 엄마마중은 중학교 1학년 국어에 실렸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7 18:15   좋아요 0 | URL
저 시가 교과서에 나오는군요.
참 기형도의 시답지 않게 서정적이지요.
저도 어머니가 일하셔서 내맘같아서 고등학교때 이 시를 읽고는 금새 좋아졌답니다.

하늘바람 2009-09-2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밥처럼 방에 담겨~

참~

무해한모리군 2009-09-24 17:18   좋아요 0 | URL
참 마음한켠을 시리게 하는 표현이지요..
원래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닌데,
자신의 유년을 그대로 녹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