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작가와의 만남에 다녀왔다.
좌삘간지 허지웅작가가 대화상대로 함께 나왔다.
(나는 두작가와의 만남이라고 생각했는데, 형식은 허작가가 호스트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니 마흔석 규모의 카페가 가득 들어차 바에 기대어 서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는 것은 언제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그렇게 마음껏 보겠는가ㅎ
모두가 학연지연이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선후배, 동향 이런거에 엄청 혹한다. 객지생활 오래해봐라.. 당신들도 쬐그마한 비빌언덕에도 집착하지..ㅎ 하고 싶은 말은 최작가의 고치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가 정겨웠다는 것이다. 이 시니컬한 사내에게서 나오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라니.. 그의 작품이 약자에게 잔인한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 그렇게 냉소적이면서도, 찌질한 개개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는 것은 그가 이렇게 세련되고 쿨하기만 한 인간이 아니라서 일 것이다.
시간이 난다면 후기를 따로 작성하겠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두가지였다. 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실패하는가와 제대로된 만화 평론에 부재하다는 이야기. 허작가의 말대로 이야기로만 최규석을 평가하는 것은 다소 부당하다. 그는 '만화'다운 연출에 능한 작가이고, 만화다운 케릭터들을 만드는 작가이다. 작가는 연출면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로 아다치 미츠루(터치와 H2의 작가)를 꼽았다. 말이 없는 정적인 장면 한 컷으로 인물들의 감정이 표현되는 만화다운 연출의 달인, 나역시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이다. 허작가의 말을 듣기까지 '만화'를 연출의 관점에서 바라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이러저러한 특징에 기초한 제대로된 평론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날이 올까?
뵐 때마다 젊어지시는 시비돌이님, 조만간 아가를 맞으러 제주도로 내려가실 승주나무님과 파마에 성공하신 라주미힌님은 최작가와의 뒷풀이가 있었을듯 한데 뒷일이 궁금하니 알려주시기를 ^^
그리고, 눈이 얼굴의 반인 마노아님과 맥주 일잔 못하고 헤어져서 어찌나 아쉽던지, 집에와선 혼자 맥주 세캔 까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 술꾼.. 뱃살은 어쩌려고 이러는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