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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츠가게에서
일요일 아침 일찍 샬랄라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가방엔 읽을 책을 잔득 들고 모처럼 서점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집앞에 새로 생긴 서점 멤버쉽카드도 만들고, 2천 포인트를 받아서 가볍에 읽을 신작소설 한권을 알라딘에서 보다 싸게 8천원에 구매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커피를 사면 도너츠를 덤으로 주는 집 앞 도너츠 가게에 도서관 처럼 한살림 차려봅니다. 책 세권, 무릎담요, 노트에 팬까지 제법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나네요.
생리탓에 산에는 못갔지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달콤한 도너츠 한입 재미있는 소설 한쪽, 쓴 커피 한목음, 딱딱한 경제서도 한쪽 서너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여기까지면 참 좋았을텐데~
친구를 만나서 맥주에, 소주에, 경주법주까지 마구 달려주고 주말을 끝마칩니다.
<이번 주말의 깨달음 하나>
토요일에 청치마에 흰티 가죽자켓을 입고 나갔는데 홍대엔 다섯명당 한명꼴로 나랑 비슷하게 입었던데, 집으로 돌아오니 신림엔 저처럼 입은 사람이 한명도 없더라구요. 나의 스딸은 8년간 산 서대문스딸이라서 일까요? 신림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노는 곳이라서 일까요?
자신만의 스딸을 외쳐보지만 결국 나도 또래집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나봅니다. 꼬맹이들의 쫄교복바지도 좀 더 너그러운 눈으로 봐야겠습니다.
<이번 주말의 깨달음 둘>
용두사미, 끝이 좋아야 합니다. 주말 내내 아무리 샤방하게 입고 다니고, 우아하게 문화생활을 즐겨봐야 마지막에 저리 술을 퍼먹으면, 머리속엔 술을 마이 먹었던 주말로 기억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