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 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가자." <아가서 2장 11-13절> *비둘기
_하루 반나절을 오롯이 어머니와 보낸 오늘. 우리는 춘천의 호반을 거닐며, 쌓아두었던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 가족의 요즈음을 곱씹으며, 어머니는 마치 시인이라도 된 것처럼, 암송한 아가서의 한 구절을 낭송하기 시작한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어머니도 덩달아 목소리가 떨린다. 간신히 눈물을 참고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어쩌면 우리는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미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건만 웅크리고 앉아 일어설 줄 몰랐는지도, 날지 않아 나는 법을 잊어버린 오리처럼 아픔에 익숙해져 일어서는 법을 잊은 채 살아온 것은 아닐런지. 잠깐 이런 상념에 잠겨있던 나에게 어머니가 건넨다. "우리 이제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
아름다움은 본래 "앓음다움"이라고 했던가. 하고보면 그동안 참 많이도 '앓았다'. 이젠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으니 아름다움의 문을 열자. 그 태고의 모습으로 회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