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외우는 시 한 편
수묵(水墨) 정원·9
- 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_이 시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너는 나고, 나는 너다'라는 선문답같은 말을 이해하게된다.
내가 있으니 네가 있고, 빛이 있으니 어둠이 있고, 사랑이 있으니 미움도 있고, 만남이 있으니 헤어짐도 있다. '번짐'은 모든 경계를 생성하고, 동시에 모든 경계를 허문다. '번짐'없이 인생도 없고, 우주도 없다. 번져야 비로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