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당신의 추천 도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한 주간 나는 이현주 목사의 <예수에게 도를 묻다>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었다. 전자가 내 '신앙 수행'의 한 방편으로서의 글 읽기였다고 한다면 후자는 그야말로 '만신'열풍에 대한 모종의 관심에서 촉발된 '흥미'로서의 그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용상으로 볼 때 충분히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겠거니와 특별히 <만신>은 어느 조용한 기도원에서 읽었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게다가 두 책이 가리키는 곳마저 판이하게 다르고, 두 분의 글쓰기 또한 교차의 지점이 전혀 없으니, 읽는 나로서는 그 '파찰음'을 감당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종교와 비종교의 차이, 동양과 서양의 간극을 좁힐만한 그 어떤 여지도 없이 묵묵히 읽어내려가는 수밖에, 여하한 도리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두 책 모두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단순비교는 힘들겠고, 다만 한 명의 '종교인'으로써 <만신>에 대한 입장과 견해만은 조금이나마 밝혀야겠다고 생각된다. 물론 리뷰를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만신> 을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그와 관련된 읽을 꺼리들을 조금 소개해볼까 한다. '종교 논쟁'이 촉발된 만큼 어느 한 견해를 채택하기 위해선 반대 혹은 그와 관련된 논의들을 찬찬히 훑어봄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에서이다. 도킨스가 굉장한 석학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에서 발견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적시할만한(혹은 일정부분 연관된) 몇 권의 책들을 소개해본다. (이러한 작업의 이유로서) 나는 단지 종교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교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사유하는 이들의 '지평'을 생각할 뿐이다. 그 뿐이다.

현재 조지타운 대학교의 토머스힐리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며, 조지타운 과학.종교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존 호트(John F. Haught)의 <다윈안의 신>은 지금과 같은 '과학 시대에 종교와 신학이 생명을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기록이다. 이 책은 생명에 대한 다윈주의의 설명이 전반적으로 정확할 뿐만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풍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이를 통해 21세기의 참된 종교, 신학의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 특별히 책의 6장은 "도킨스보다 더 깊이"라는 제목하에 도킨스의 견해에 대한 저자의 비판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퍽 흥미롭다.

또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생물학 분야에서 신과학운동을 일으키고 있는 영국왕립협회 소속 과학자인 루퍼트 쉘드레이크(Rupert Sheldrake)와 미국 도미니크수도회에서 파면을 당하고 현재는 성공회 사제로 있는 '창조영성(Creation Spirituality)' 신학자 매튜 폭스(Matthew Fox)의 대화를 엮은 <창조, 어둠, 그리고 영혼에 관한 대화>라는 책 또한 색다른 안목을 제시한다. 책에서 두 사상가들은 오늘날 과학과 영성을 결합하는 새로운 비전이 요구됨을 직시하여 세계를 인식하는(과학과 종교의) 또 다른 '길'을 열어놓는다.
부가적으로 기독교인이면서도 오늘날의 기독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분들, 혹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스퐁(John S. Spong) 의 책 몇 권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만신>에서도 스퐁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책에서는 <성경의 죄악사>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으나, 사실 그의 책은 이미 <성경과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상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였던 매튜 폭스의 책 두 권, 신부이자 생물학자인 떼야르 드 샤르댕의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 독일 신학자인 클라우센의 책도 약간의 도움이 될 것이다.


아참, 그리고 나는 짬짬히 읽고 있던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다시 손에 들 참이다. <만신> 이후 약간의 해독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모든 것을 이성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일종의 신념 때문일지 모르겠다.(그리고 원체 그런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의 견해는 말그대로 견해일 뿐이다. 견해가 진리를 담보하진 않는다.) 본디 '큰 생각은 느슨하고, 작은 생각은 촘촘하다'(김지하)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