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고향집에 도착하여, 누이와 포도를 먹으며 TV를 보는데, <아이엠쌤>이라는 드라마가 나온다. 순간 누나 왈,

"효진아, 요즘은 가끔 TV보다가 멈칫 멈칫한다."

"아니, 왜?"

"<아이엠쌤> 나올 때, 양동근 보다가 마치 동생을 보고있는 것 같다는...;;"

"끄응...;; 안그래도 며칠전에 노래방갔는데,

내가 양동근 노래를 부르니까 선배가 막 쓰러지더라구. 하는 짓도 똑같대..ㅠ"

그 뿐이던가? 안그래도 며칠전에 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아이엠쌤> 잘 보고 있다고...;; 닮았다는 얘기는 글쎄...이젠 좀 질린다.ㅋ  고등학교 때부터 쭈욱 그런 소릴 들어왔으니까.(아마 그때 '학교'라는 드라마에서 양동근이 나왔드랬다.) 근데, 어쨌거나 그런 얘기가 싫지는 않다. 난 양동근의 왕팬이니까. 몇해 전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 난 매회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의 눈빛에, 그의 혼에. 지난해 방영되었던 <닥터깽>도 녹록치 않았다. 무튼, 가끔 거울을 볼 때마다 조금, 아주 조금, 그와 내가 닮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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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풍경 - 송선배에게

 

 

깊은 밤, 가로등 불빛 취해

비틀대는 육교 아래, 한폭의 투명 수채화,

풍경이 된 사람이 있다

 

청계천 재건하면 철거민은 어디 사냐고

교회 옆에는 빈민촌이 왜 그리 많냐고

툴툴대며 등진 뒷모습, 낯익은 풍경으로

눈에 선(善)하다

 

'삶과 사상(思想)의 통일(統一)'

 

아직도 인간 그리워 서울 밤을 떠도는

'서울의 예수' 찾아, 함께 인간의 잔 기울이며

그렇게,

풍경이 된 사람이 있다

낯익은 풍경으로 남은 사람이 있다

 


* '서울의 예수' - 정호승 시인의 '서울의 예수'에 등장, 인용.

* '삶과 사상(思想)의 통일(統一)' - 송효진 미니홈피 대문 제목, 인용

...............................

몇 해 전, 시詩쓰기 수련 중이던 후배 녀석이 써준 시를, 빛바랜 싸이를 정리하다 발견했다. 지금 봐서는 참 웃음도 나오고 하는데, 그 때는 후배 녀석이 꽤 진지하게 시를 써주겠다고 약조하였드랬다. 그리고 며칠 후에 내 싸이에 올려준 것이 이 시이다. 당시를 생각하니 짐짓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여 베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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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며 돌아오는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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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으로 가는 길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윈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부안읍에서 버스로 삼십 분쯤 달리면
객짓밥 먹다가 석삼 년 만에 제 집에 드는 한량처럼
거드럭거리는 바다가 보일 거야
먼 데서 오신 것 같은데 통성명이나 하자고,
조용하고 깨끗한 방도 있다고,
바다는 너의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대수롭지 않은 듯 한마디 던지면 돼
모항에 가는 길이라고 말이야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

 

모항 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구불구불하지, 이 길은 말하자면

좌편향과 우편향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한데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싸움에 나섰다가 지친 너는,
너는 비록 지쳤으나
승리하지 못했으나 그러나, 지지는 않았지
저 잘난 세상쯤이야 수평선 위에 하늘 한 폭으로 걸어두고
가는 길에 변산 해수욕장이나 채석강 쪽에서 잠시
바람 속에 마음을 말려도 좋을 거야
그러나 지체하지는 말아야 해
모항에 도착하기 전에 풍경에 취하는 것은
그야말로 촌스러우니까
조금만 더 가면 훌륭한 게 나올 거라는
믿기 싫지만, 그래도 던져버릴 수 없는 희망이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모항도 그렇게 가는 거야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너는 물어오겠지
아니, 몸에다 마음을 비벼넣어 섞는 그런 것을
꼭 누가 시시콜콜 가르쳐줘야 아나?
걱정하지 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

 

지난해 늦여름, 안도현의 이 시를 쫓아 모항을 향해 떠났었다. 그 아름답고, 작은 모항이 기억날 때면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 그리고 그곳에서 '던져 버릴 수 없는 희망'이 있음을 느끼고 싶다. 비록 지금 그곳에서 함께했던 이는 없다고 할지라도...그렇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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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디가서 신학생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지지요?"

"그러네요...자꾸만 못내 부끄러워집니다."

"......"

"......"

"어떻게 하죠......?"

"글쎄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

"......그냥...잘 살아야겠죠?"

"그냥...이라......"

"네...그냥...그냥 물처럼요. 막힘없이 두루 스미는...그래서 노자 할아버지가 상선약수라하여 물이 지고의 선, 곧 道의 모습과 같다고 말했잖아요."

"어렵네요. 물처럼 산다는 것......"

"네, 어렵구 말구요."

"조금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요?"

"이것도 현실적일 수 있을까요?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것, 모든 중심을 거부하는 것, 주변부 인생, 변두리 인생, 뭐 그런 거..."

"하하하, 포스트모던이군요."

"아니요, 그냥 삶이요."

......................................

어제, 얼마 전부터 알게된 한 학우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 화두!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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