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자가 스승에게 말했다.
"못된 놈들이 결국 불쌍한 인민을 속였습니다. 도대체 어째서 사람들은 저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걸까요?"
스승이 말했다.
"이런 우화가 있는데 들어보았나? 어느 날 나귀에 짐을 싣고 길을 가던 상인이 멀리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도적 떼를 보았지. 그래서 나귀에게 '빨리 가자. 놈들에게 붙잡히겠다'하고 말하자 나귀가 묻기를, '놈들에게 붙잡히면 저들이 내 등에 지금 지고 가는 것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울까요?' 그가 정직하게 대답했지. '그러지는 않을 게다.' 그러자 나귀가 이렇게 말했다네. '어차피 무거운 짐을 질 바에야, 그게 누구의 짐인들 다를 게 뭐 있겠습니까?' "
스승이 제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백성에게는 낡은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 정부를 세우는 것이 같은 주인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런 경우가 흔한 법이라네."
................................................................
언제까지 우리는 '정권 교체'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속아야 하는 걸까요? 언제까지 우리는 법과 제도를 고쳐서 이 땅에 정의를 이루자는 선동에 휘둘려야 하는 걸까요? 아아, 언제까지 우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의 열쇠인 '사람'을 외면한 채 엉뚱한 데서 목자 없는 양떼처럼 헤매야 하는 겁니까?
주님, 온 세상이 그러고 있다 해도 저는 그 눈먼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렵니다. 옛날 베드로가 그랬듯이 저도 '고기' 아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 남은 세월 살고 싶습니다. '사람의 아들'로 세상에 오셨던 주님, 제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_이현주, <보는 것마다 당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