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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삶과 길 -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 강의 1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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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번 아프간 피랍사태를 계기로 기독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듯싶다. 하긴 관심도 관심 나름이지, 정당한 비판과 대화를 초월할 듯한(?),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욕지기들이 버젓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한 명의 기독교인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는 일은 난감하다. 심지어 나 같은 이단아도 난감할 정도니 기성 교회와 성도들에겐 얼마나 괴로운 일일지 대충 짐작은 간다. 하지만 (성숙한 인터넷 문화에 대한 숙고는 차치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 교회의 사정을 헤아려보면 그동안 세간에서 기독교와 교회와 교인들을 어떻게 생각하여 왔는지에 대한 나름의 유추가 가능하다. 기독교의 공격적인 선교문화에서부터 목회자들의 세납 문제, 나아가 기독교의 교리적 문제들까지 여론의 비판이 넘나들며, (속절없이 떠도는-진심을 상실한-말들이 너무 많아) 심지어 범람한다.

 나도 한국교회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사람인지라 이와 같은 비판들에 대해 적절하다 생각되는 부분들이 없지 않았다. 어쩌면 나처럼 기독교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방외인들의 시선이 더 예리하고 정확할 수 있지 싶었다. 그러나 몇몇 타당한 비판과 논의들과는 별도로 기독교의 근본정신과 교리에 대한 언설(言說)들은 단순히 기독교에 대한 증오의 혐의들만 짙게 드리고 있는 듯 보였다. 게다가 이러한 모습에는 마치 종교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는 듯한 조롱의 흔적들이 나타나있었고, 나는 그들의 교만에 서글퍼졌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의 한 성원으로써 ‘종교의 자유’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인터넷을 점령하고 있는 (김규항의 표현대로) ‘밤의 주둥아리들’에 의해 처참히 무너지는 ‘꼴’을 바라보며 혼자서 ‘네티파시즘’이란 단어를 만들어 읊조려 보았다. 다만 그들이 만일 기독교의 근본정신에 대한 나름의 학습과 숙고의 시간들을 가졌던 것처럼 느껴졌다면 이토록 참담한 심정은 아니었으리라.

 이러한 와중에 나는 내가 존경하는 거의 유일한 목사요, 종교인인 이현주 목사의 책을 들었다. 벌써 16년 전에 집필된 이 책이 지난해 재출간되면서 당장에 읽을 작정으로 구입하였으나 얼마간 서가에 쟁여두었던 터였다. 그러나 최근의 논의들을 바라보며 약간은 답답하고 서운한 마음에 책을 읽어내려 가기 시작하였다.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강의’라는 부제에서 느껴지듯 이 책은 오늘날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특히 기독교의 참된 정신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서 쓰여진 책이다. 물론 16년이라는 시간적 차이가 다소 아득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이 차이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종교적 현실, 그리고 사회 상황을 생각하노라면 차라리 시의적절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권에 해당하는 <예수의 삶과 길>은 기독교의 중심인물인 예수 그리스도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의 삶과 가르침을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누가복음을 중심으로 정리해나간다.(성서에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중심적으로 기술한 책은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 총 4권이며, 이중 요한복음을 제외한 3복음서는 공관(共觀)복음으로 분류된다.) 그는 세 딸과 마주하고 대화를 하거나, 혹은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찬찬히, 그리고 두런두런 들려준다. 때문에 책은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 게다가 저자의 방대한 동양 철학적 사유는 서구의 산물인 기독교가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더 깊은 울림을 낸다. 특히 모든 종교에 대한 열린 자세로 예수의 삶을 조명해내는 저자의 태도는 오늘날의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는 ‘종교 간의 대화’에 관한 귀감이 될 만하다. 그러한 점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아마도 참된 종교 정신과 함께 기독교의 근본정신이라 할 수 있는 예수 정신을 올곧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세상에 밥으로 오신 분임을 상기시키며 시작하여 죽음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책의 전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내용들은 기성 교회가 부르짖는 예수상(象)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기존의 ‘전통 기독교’ 및 ‘보수 교회’에서 주목했던 것은 ‘인간’ 예수가 아니라 (신으로) ‘고양된’ 예수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십자가는 있는데 예수의 삶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아야 할 것은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가 아니라, 십자가를 지실 수밖에 없도록 살아가신 그분의 ‘삶’이야.  
  본문, 49쪽.

 

 그러니까 정작 중요한 것은 ‘신이 된’ 결과가 아니라 ‘인간으로써’ 걸었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를 철저히 영적 혹은 신적 존재로만 바라본다면, 결국 그의 삶과 여정(병든 자를 치유하고, 억눌린 자의 해방을 선포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뒤짚어 엎었던 등등의)들은 전혀 무가치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복음서의 존재 또한 필요 없는 것이겠고. 그저 “예수는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출생하여, 십자가에서 달려 돌아가신 하나님이다”라고 말하면 끝나겠다. 하지만 예수의 생애는 인간이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 참된 삶으로의 순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수는 “내가 아버지의 뜻대로 산다”고 하셨더랬고,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자라야 천국에 간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어쨌거나 책은 예수의 길이 ‘아버지의 뜻’, 곧 참된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삶이었음을 알려준다. 특히나 ‘가투街鬪’에 참가하고 있다는 대학생 딸에게 참된 예수 사랑의 정신을 들려주며, 당부하는 모습은 살갑게 다가온다.

 

   
  거리에 선 딸아, 아무쪼록 그 매운 독가스 속에서 눈먼 증오와 분노가 아니라 독가스보다 더 매운 사랑을 배우고 사랑에 뿌리내린 올바른 분노와 증오를 배우고,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원수까지 삼키는 거대한 생명 곧 사랑의 바다에 네 몸을 잠그기를 바란다. 산골짜기 흐르는 작은 개울이 저 큰 바다의 다른 모습임을 기억하면서.  
  본문, 185쪽

 

 끝으로 기계문명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참된 사람됨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언하고 있는 부록의 글에서 저자는 ‘하나님 자체이기도 한 생명’을 따르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생명의 길을 따르는 것이 바로 참된 기독교 정신임을 일깨운다. 바로 예수가 걸었던 삶과 가르침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독교가 세간으로부터 비난의 세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옹골찬 신앙인으로 살아가야하겠다는 결단으로 책을 덮는다. 오직 예수께서 몸소 보여주셨던 그 극진한 ‘사랑’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힘이었음을 되뇌이면서......무엇이든지 증명 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오늘날, 종교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이의 인생은 불우하다. 그러나 참 사람됨의 길을 걷는 그에게 비로소 ‘구원’(종교적 구원이든, 참된 자유에 이르는 해방이든)이 찾아온다. 그가 걷고, 대화하고, 웃고, 떠드는 그 모든 곳이 천국이 되리라. 참된 자아를 찾아 순례를 떠나야겠다.

 

   
  요즘 과학이 발달했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하나님을 의심하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큰 비극이라고 나는 생각해. 왜냐하면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참된 자아가 되는 길을 가로막는 짓이거든. 참된 자아란 하나님과 ‘나’ 사이에 먼지만큼도 불신이 끼지 않는 그런 순간에 얻어질 수 있는 것이야. 바로 그 참된 자아를 찾는 것이 모든 인생의 목적이기도 하단다.  
  본문,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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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현주 목사의 책이네요.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사랑에 뿌리내린 올바른 증오와 분노.. 새깁니다.

바람결 2007-08-15 16:35   좋아요 0 | URL
그게 바로 예수님의 사랑이었어요.
지금 기독교의 현실과는 사뭇 다르지만요.

무튼 이현주 목사는 늘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곤 해요.
혜경님도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듯 싶네요.^^

웽스북스 2007-08-1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바람결님^^

바람결 2007-08-16 22:44   좋아요 0 | URL
네..웬디양님, 아마도 기독교 신앙의 좋은 길잡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웬디양님께서도 종교를 갖고 계신 것 같던데요. 기독교를 넘어 모든 종교인들이 예수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