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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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다가 해외 토픽 등을 보면 여성을 납치해 오랜 시간 가두어 놓다가 발각되는 사건들이 보도된다. 심지어는 납치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자녀를 낳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렇게 십 년 넘게 포악한 남자에게 감금당해서 사는 여성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할까. 그리고 피해자인 여성은 감금에서 풀려난다고 해도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런데 더 나아가 이런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난 자녀는 어떤 삶을 살까.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이런 삶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카렌 디온느 작가의 [마쉬왕의 딸]이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의 형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읽으면서 스릴러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길들여진 한 여성이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감점을 너무나도 잘 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를 극복하는 과정을 처절하면서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헬레나는 두 딸과 남편과 함께 미시간 주의 늪지대 근방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야생 열매로 잼을 만들어 가게에 팔면서 행복하게 살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방송에서 끔찍한 뉴스를 듣는다. 오래전 여성을 납치해 10년 넘게 숨어살다가 잡힌 죄수가 간수를 살해하고 탈옥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늪지대에 숨어 살며 살인을 저질렀기에 '마쉬왕'이란 별명을 붙어 있다. 마쉬왕이란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늪지대를 지배하는 마왕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 마쉬왕이라고 불리는 자는 바로 헬레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인디어의 혼혈이었던 헬레나의 아버지는 16세 소녀였던 헬레나의 어머니를 납치해 늪지대의 오두막에 가두어 놓고 생활한다. 거기서 헬레나가 태어났다. 헬레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전부였다. 비록 남들에게 끔찍한 유괴범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버지였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품에서 탈출하고, 아버지를 감옥에 가게 한 것이 바로 헬레나였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아버지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자신의 두 딸을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와 싸워야 한다. 늪지대로 탈출한 아버지를 경찰이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기 때문이다. 마쉬왕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에게 모든 기술을 전수받은 자신밖에 없음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아버지를 잡으러 간다.

"물론 내가 지금 말하는 뒤쫓아야 할 존재는 아버지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했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다. 교도관 둘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도 용서받을 수 없다. 하지만 내 마음속 어딘가, 저 늪지대에서 사는 한 떨기 꽃송이 속의 꽃가루 알보다도 더 작은 크기의 마음속에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는 양 갈래머리의 꼬마 소녀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P 41)"

소설은 그녀가 아버지를 추적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의 반절 이상은 그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 늪지대에서 아버지와 살아가던 추억들, 아버지에게 사냥의 기술을 배우고, 아버지에 인정받던 짜릿한 기분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차츰 아버지의 폭력성을 접하고, 자신과 어머니를 학대하는 아버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을 회상한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미워할 수밖에 없는 딸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아버지를 극복해야 한다.

"언론은 아버지를 가리켜 동화 속 괴물의 이름을 따서 마쉬왕이라고 불렀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이해한다. 그 동화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아버지가 한 말이 행동들 중 많은 부분이 잘못되었다는 걸 나는 후에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거다. 아버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최선의 선책을 한 것뿐이지 않을까? 아버지는 나를 학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적어도 많은 사람이 아버지가 저질렀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성적 학대는 없었다. (P 61)"

소설의 초반에서는 헬레나가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아버지의 좋은 부분만을 기억해 낸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아버지의 끔찍한 폭력성이 드러나고, 결국 그 아버지의 폭력성을 미워해야만 하는 헬레나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의 폭력성에 길들여진 한 소녀가 아버지의 사랑과 폭력 사이에 갈등하는 심정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읽는 내내 과연 작가가 어떻게 이런 묘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놀라기까지 하였다.

비록 소설은 아버지를 죽여야만 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어쩌면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녀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를 극복하는 것은 거의 숙명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의 방식까지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녀는 아버지의 폭력의 방식과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세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주저앉는 사람들도 있지만, 헬레나처럼 강한 의지력으로 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방식을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소설의 결말이 너무나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에서 눈물을 흘릴 뻔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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