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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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병원에 가면 많은 환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괴로운 모습과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항상 이렇게 아픈 사람들을 대하고, 그들의 아픔을 치료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까? 모든 직업마다 자신들의 고충이 있겠지만, 육신이나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는 얼마나 강할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다면 경찰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떨까? 그것도 사진으로라도 범죄현장을 보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끔찍한 연쇄살인범들을 추적하는 경찰관들은 어떨까? [마인드헌터]는 우리가 흔히 프로파일러라고 부르는 심리 수사관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FBI 행동과학부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존 더글러스의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의 성장과장과 FBI에 들어가서 어떻게 프로파일러가 되었는지의 과정과 함께 그가 수사했던 끔찍한 범죄와 살인마들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란 범죄현장의 단서를 통해 범죄자의 성향이나 행동, 심리 등을 파악해서 범죄자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사관을 말한다. 주로 연쇄살인범이나 아동 강간살해범과 같이 끔찍한 살인범들을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런 프로파일러라는 개념이 생소한 1970년대에 FBI의 행동과학부에 들어가서 프로파일러의 기초 개념을 만든 인물이다. 저자인 존 더글러스는 영화 [양들의 침묵]과 [레드 드래곤], [크리미널 마인드]의 주인공의 모델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 이전에도 이런 수사기법은 있었지만, 주로 비주류로 취급되거나 미신, 또는 우연에 기대는 수사기법으로 여겨졌다. 저자가 기존과 다른 방법이 있다면, 바로 감옥에 갇힌 연쇄살인범들을 면담한 것이었다.

간호사 숙소에 들어가 여덟 명의 간호사를 강간하고 죽인 리처드 스펙, 여성들의 절단해서 그 시신을 자신의 창고에 전시해 둔 제리 브루도스, 10대 5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몬티 리셀, 자신을 샘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차 안에서 데이트하는 남녀들에게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 데이비드 비크위츠 등 그가 인터뷰한 인물들은 모두 미국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한 연쇄살인범들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발견한 것은 '시그너처'라는 개념이다. 이 시그너처를 더 쉽게 이해하고, 비교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개념이 'MO'이다. MO는 범죄자가 순간적인 욕구와 상황에 의해 변하는 범죄의 성향이나 방법이다. 반면 시그너처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범죄자 안에 숨어있는 잠재적 욕구이다. 흔히 말하는 범죄 인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저자는 프로파일을 할 때 바로 이 시그너처를 발견해서 범죄자를 추정한다. 저자는 FBI 초창기 시절 단순한 도박사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한 도박사와의 대화에서 처음 이 개념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 도박을 하느냐는 질문에 도박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기, 흘러내리는 빗방울 두 개가 보이지요? 차장의 왼쪽 빗방울이 차장 바닥에 떨어지면 곧이어 오른쪽 빗방울이 아래로 흘러내려요. 우리는 슈퍼볼 때문에 이 짓을 하는 게 아니에요. 아래로 흐르는 빗방울처럼, 우린 이렇게 흐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존, 당신이 무슨 수단을 써서 막으려 해도 우리를 저지할 수는 없어요. 우린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거예요." (P 102)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저자가 수사한 살인범들의 시그너처 중에는 열등감과 여자에 대한 분노가 뒤 썩인 감정들 변태적이고 변태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한 감정이 많다.

앞에서 저자가 수사한 연쇄살인범 중 대부분은 이혼한 가정에서 부모에게 버림을 받거나 학대를 당한 인물들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가진 인물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10대 때 5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몬티 랠프라는 인물이다. 저자는 몬티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묘사하다.

"우리는 몬티 랠프 리셀을 면담하면서 가장 문제라는 거대한 수수께끼의 조각들을 모두 짜 맞출 수 있었다. 몬티는 부모가 이혼할 당시, 세 아이 중 막내였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버지니아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했다. 그려는 새 남편 옆에만 있으려 했고 아이들은 거의 돌보지 않았다. 몬티는 어릴 때부터 사고 뭉치였다. 학교 벽에 외설스러운 낙서를 하고, 마약을 하고, 언쟁을 벌이다가 격분한 끝에 사촌에게 BB 탄 총을 쏴댔다. 몬티는 그 총을 양아버지에게 얻었다고 말했다. 양아버지는 충동적으로 그 총을 공중에 쏴대더니 총을 부러뜨려 개머리판으로 몬티를 마구 때렸다. 몬티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의 두 번째 결혼도 실패로 끝나 가족은 다시 버지니아로 돌아왔다. 몬티는 그 결혼이 실패로 끝난 것은 자기와 누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의 범죄 경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면허, 강도, 차량 절도, 그리고 성폭행까지." (P 207)

그가 수사했던 알래스카의 인간 사냥꾼 로버트 헨슨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주로 매춘부 여성들을 납치해서 숲속에 풀어놓고 사냥을 했다. 저자는 핸슨에 대해서는 이렇게 묘사한다.

"우리는 핸슨의 배경에 대해서 모든 사항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뚜렷한 패턴이 나왔다. 그는 키가 작고 몸이 호리호리한 데다 얼굴이 심하게 얽어 있었다. 그리고 심한 말더듬이였다. 10대 때 심한 피부 염증 문제로 고민했을 것 같았다. 얼굴이 여드름투성이인 데다 말까지 더듬으니 친구들, 특히 여자 친구들의 놀림감이나 기피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되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새로운 변경 지대에 가서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각오로 알래스카로 이사 왔을지도 모른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매춘부들에게 폭행과 고문을 가한 것은 자기를 우습게 보았던 모든 여자를 상대로 보복을 하려는 행위였다." (P 367)

그렇다고 어린 시절 불우한 시절을 보냈거나 내면에 시그너처가 있다고 모두 범죄자나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시그너처를 폭발시키는 환경이 주어졌을 때 범죄자가 된다고 말한다. 몬티 러셀의 경우는 여자친구의 변심이었다. 그가 첫 번째 강간과 살인을 저지른 것은 여자 친구가 변심해서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였다. 그것이 그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해 그 안의 시그너처를 폭발시켰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인간이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라?'라고 생각되는 끔찍한 범죄들과 범죄자들을 접했다. 과연 이런 범죄자들과 범죄를 연구하는 사람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가 범죄자를 연구하고 수사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언급한다. 그리고 결국 그 스트레스로 죽음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점점 끔찍한 범죄가 늘어나는 시대이다. 과연 이런 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조금의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된다. 이 책이 시그너처라는 개념에 전부 동의하지 않지만, 만약 그런 시그너처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생성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노력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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