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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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대의 유명한 조각상 중에서 '라오콘 상'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라오콘은 포세이돈의 사제였는데, 신의 노여움을 사서 바다에서 나온 거대한 뱀에 두 아들과 함께 칭칭 감겨서 죽었다고 한다. 이 조각상이 유명한 이유는 죽어가는 라오콘의 뒤틀린 육체와 얼굴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뒤틀려 있으면서, 끔찍하고, 애처로우면서도,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모든 요소들이 한 조각상에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1편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읽으면서도 계속되는 묘한 감정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다가 라오콘 조각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이 이렇다. 모든 게 뒤틀려 있고, 끔찍하고, 애처롭고, 그리고 아름답다.

이 소설에는 크게 두 가지 사건이 등장한다. 소설의 겉을 둘러쌓고 있는 사건은 갑자기 성장한 스웨덴의 재벌 그룹인 '벤네르스트륌' 기업의 비리이다. 이 기업은 국가자본을 투자 받아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무기 밀매, 마약 거래, 마피아와의 거래 등. 이 사건을 파헤친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오히려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의 판결을 받고 막대한 벌금과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기자로서 생활하며 밀레니엄이라는 잡지를 발간하며 얻은 명성과 기자로서의 생명까지 끝장날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핵심 사건은 벤네르스트륌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다. 소설의 두 번째 사건이자, 핵심 사건은 40여 년 전에 실종된 헨리크의 조카딸인 '하리에트 방에르'를 찾는 것이다.

네르스트륌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미카엘은 은퇴한 방에르 그룹의 전 총수 헨리크로 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듣는다. 방에르 가문의 고향이자, 헨리크가 머물고 있는 헤데뷔섬에 와서 하리에트 실종 사건을 다시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성공하든 못하든 1년 후에는 파격적인 금액과 함께 자신을 궁지에 몰린 벤네르스트륌의 비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까지 제공해 준다는 조건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미카엘은 거대한 방에르 가문의 역사와 가족사에 파고들어간다. 과연 누가 하리에트를 죽였을까. 이 과정에서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천재적인 해커 리스베트의 도움을 만난다. 리스베트는 사회의 학대와 편견 속에 사회적 부적응자로 낙인찍혀있다가 밀톤 시큐리티라는 회사에 들어가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래서 그 회사에서 최고의 조사요원으로 활동한다.

미카엘은 리스베트의 도움으로 방에르 가문의 추악하고도 끔찍한 실체에 접근한다. 단순히 하리에트라는 한 여성의 실종 사건으로 알고 접근을 했으나, 사건을 파헤치는 중에 성경의 이미지를 패러디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고문하고 죽인 연쇄살인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범인 방에르 가문 안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재벌가와 관련된 스웨덴 역사의 어두운 면들과 나치에 협력하며 유대인과 여성들을 증오하는 방에르 가문의 인물들, 리스베트를 둘러싼 여성을 향한 성적인 학대와 착취 등이 언급되면서 소설은 기묘하게 뒤틀리고, 끔찍한 장면들이 묘사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이것이 단지 스웨덴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해 봤다. 우리나라 재벌들 역시 온갖 일제시대와 군사독재 정권 속에서 그들에게 협조하며 덩치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온갖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면서 성장했었다. 그리고 그 안의 가족사들은 또한 얼마나 추악한가. 어쩌면 뒤틀린 라오콘상의 모습은 스웨덴의 재벌가가 아닌 한국의 재벌가를 상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에 우연히 세계 토픽을 보면서 스웨덴에서 다시금 네오 나치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북아프리카 이민들의 유입이 급장하면서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다시금 인종혐오나 극단적인 국수주의가 유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틀린 라오콘 상이 소설에서 현실로 튀어나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이미 오래전에 전 세계적으로 1억 부가 팔려서 인기를 끌었고, 2012년에 데이빗 피처 감독에 의해 다니엘 크레이그와 루니 마라 주연으로 영화화되기까지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출간되어 인기를 끌었었다. 이 소설은 해성같이 등장한 작가 스타그 라르손에 의해 10편으로 계획되었으나, 아쉽게도 작가가 3편을 완성한 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1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편 [벌집을 발로 찬 소녀]로 끝을 맺을 뻔했으나, 새로운 작가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라는 작가에 의해서 다시금 4편 [거미줄에 걸린 소녀]라는 작품으로 시리즈가 다시 시작되게 되었다. 그리고 4편의 출간과 함께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4권의 시리즈를 재출간하게 되었다. 재출간된 소설로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왜 이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1억 부나 팔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소설이 스웨덴의 역사와 경제의 어두운 면뿐만 아니라, 인간 내부의 가학적인 성적 어두운 면까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1부 밖에 읽지를 못했지만, 2부와 3부, 그리고 새로운 작가에 의해 쓰인 4부까지도 기대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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