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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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여러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혀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입했던 서클이 조금은 불량서클 비슷해서인지, 복잡한 선후배의 관계에 얽혀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아던 기억이 난다. 한 번 이렇게 얽힌 인간관계는 좀처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면서 전혀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런 동아리도 들지 않고, 선후배와의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고, 혼자 책만 읽으며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새로운 시도는 별로 오래가지 못했다. 곧 다시 이런저런 인간관계에 얽히고, 새로운 동아리를 들고, 다시금 북적북적하고 여기저기 얽히는 인간관계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풋풋한 고등학교 1학년의 주인공이 중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꿈꾸는 이야기가 있다. '고전부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 추리소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의 고바토 조고로와 오사나이 유키가 그 주인공이다. 흔히 소시민 시리즈로 불리는 이 작품은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탐정 행세를 하던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고등학교 때부터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살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고바토는 스스로 터져 나오는 추리 본능을 억제하지 못해 탐정 행세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재수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보아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조용한 소시민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런 결심은 오사나이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서로의 소시민적 삶을 지지하지만, 친구이기는 애매하고, 연인이라고 하기는 더 애매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의 둘이 붙어 다니며 여러 가지 사건을 만난다. 고바토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이 일을 조용히 해결한다. 때로는 오사나이의 핑계를 대면서 서로를 감추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잠자고 있던 고바토와 오사나이를 잠자는 본능을 자극하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을 감추고 오로지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는 오사나이가 벼르고 별러서 구입한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를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오사나이가 아끼던 자전거와 함께... 더군다나 이 자전거가 범죄에 이용되면서 오사나이는 교무실로 끌려다니는 일이 발생한다. 겨우 자전거를 찾았지만 자전거는 온통 부서진 상태이다. 이제 잠자고 있던 고사토의 본능이 깨어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고바토가 아니라 오사나이였다!

소설의 초반에는 주로 고바토에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오사나이는 고바토 등에 숨어서 자기를 감추고, 낯선 사람과 대면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키 작고 마른 여자아이로 묘사된다. 특히 오사나이는 남의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한다.

"세일러 교복을 입은 오사나이는 존재감을 억눌러 '음울', '수수', '음침'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오늘 오사나이는 복숭앗빛 탱크톱에 하얀 상의를 걸치고 무릎 위까지 오는 크림색 데님 바지를 입었다. 단발머리는 낙낙한 가죽 모자에 덮여 눈에 뜨지 않는다. '평소에는 발랄한 여고생, 하지만 오늘은 조금 울적해'라는 분위기다. 같은 반 아이들 눈에 띄어도 언뜻 보면 오사나이 유키인 줄 모를 것이다." (P134)

그런 오사나이의 봉인 되었던 과거의 모습이 처참히 부서진 자전거와 사라지 딸기 타르트 때문에 깨어난다. 이런 오사나이를 각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히 고바토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 겐코에게 오사나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옛날에 여우였다면, 오사나이는 늑대였어." (P267)

봄날에는 모든 것일 설렌다. 화사한 벚꽃과 날리는 꽃잎들, 신학기와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그곳에 연인도 친구도 아닌 남녀 고등학생, 그리고 이들 앞에 펼쳐지는 사건들... 모처럼 밝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었다. 혹시 봄날에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이 있다면, 기분 전환을 위해 추천하고 싶다. 물론 뒷 부분의 오사나이의 각성으로 조금 분위기가 심각해지나 싶었지만, 이 또한 재미있게 마무리가 된다. 소시민 시리즈는 계속해서 출간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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