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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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읽은 책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었다. 이제 대학생 정도 되었으니 [이방인] 정도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책에 무슨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도 프랑스인 뫼르소가 햇살이 따스해서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밖에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지금 읽으면 이 책에서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남들이 이야기하는 그 실존과 부조리를 나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방인을 다시 읽지는 않았지만, 이방인을 모티브로 한 소설 [뫼르소, 살인 사건]을 읽었다. 이 책은 [이방인]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뫼르소가 죽인 한 아랍인을 모티브로 한다. 알제리 출신의 작가는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알제리 오랑에서 이유도 없이 죽인 아랍인을 '무싸'라는 이름으로 탄생시키고, 그의 동생 하룬을 화자로 내세워 형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의 시작은 오랑의 한 반에서 억울한 죽음 속에서도 철저하게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던 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잊고 있던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기에 읽으면서 약간의 전율을 느낄만했다.

그 일이 있은 지 반세기도 더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 사건은 분명히 일어났었고 그에 관한 얘기도 많았어.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그 얘기를 하고 있지만, 단 한 명의 망자만을 떠올린다네. 뻔뻔하지 않다. 죽은 사람은 엄연히 둘이었는데 말이야. 그래, 둘이라니까. 한 명을 빼먹은 이유가 뭐냐고? 그야, 첫 번째 사람은 얘기를 할 줄 알았기 때문이지. 그것도 얼마나 잘했던지, 자기의 죄를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였다네. 반대로 두 번째 사람은 가난한 무식쟁이였지. 신이 그를 만든 것도, 단지 총알받이가 되어 한탄 먼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니까. 이름 하나 가질 여유조차 없었던 익명의 존재였던 거야
한마디로 말해주지. 두 번재 망자, 피살당한 그자가 바로 내 형이라네. 형의 흔적이라고는 남아 있는 게 없어, 형을 대신해 여기 이 바에 죽치고 앉아 있는 나 말고는. 결코 아무도 베풀어주지 않을 조의를 기다리며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는 내 꼴 좀 보게. 자네가 들으면 웃겠지만, 이건 어느 정도 내 사명이기도 하다네. 객석이 비어가는 동안에도 무대 위에 침묵 속에 감춰진 내막을 떠벌리는 것 말일세. (P 7-8)

저자는 동생 하룬을 통해 [이방인]이란 소설 속에서 이름도 없이 그냥 뫼르소의 실존 찾기에 죽어가는 한 명의 인물이었던 '무싸'라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암만 봐도 이 살인 이야기는 그 유명한 문장, '오늘, 엄마는 죽었다'로 시작할 게 아니라,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문장, 그러니까 무싸 형이 그날 집을 나서기 전에 엄마한테 했던 말로 시작해야 할 거야, '오늘은 좀 일찍 들어올게.' "(P22)

더 나아가 저자는 무싸라는 인물을 프랑스인에게 이름 없이 학대 당하고 사라져가는 알제리인의 전체적 이미지로 묘사한다. 어쩌면 유럽인에게 학대 당하는 아랍인 전체로 묘사하는지도 모르겠다.

"보다시피 나는 만족하고 있어. 내 머릿속에서나 이 방에서 말고는 형의 이름을 진지하게 불러보지 않은지도 벌써 몇 년이나 되었군. 이 지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면 무조건 '모하메드'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거든. 나는 누구에게든 '무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네." (P 38)

"아니, 오늘은 형 얘기를 하고 싶지 않네. 차라리 여기 있는 다른 무싸들을 한 명 한 명 들여다보면서 평소에 자주 하듯이 상상이나 해보는 게 낫겠어. 저자들은 어떻게 태양 아래에서 발사된 총알을 맞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어떻게 뫼르소 작가와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아직까지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지가 궁금해서 말이야. 저런 인간들이 수도 없이 많거든. 정말이야. 독립 이후로 지금껏 발을 질질 끌고 다니며 해안을 배회하고, 죽은 엄마를 묻고, 자기 집 발코니에서 몇 시간씩이나 바깥을 내다보는 자들 말일세." (P42)


이 책은 알제리인의 시각에 쓰였기에 [이방인]에서 죽은 알제리인의 시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학대받은 알제리의 역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단지 민족적이거나 정치적이지만은 않다. 작가는 교묘하게 하룬이라는 인물을 통해 뫼르소라는 인물을 오마주하고 있다. 뫼르소가 어머니와 느꼈던 갈등, 삶에 대해 느꼈던 권태, 그리고 살인의 과정까지... 한마디로 알제리인에 의해 재해석된 [이방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소설이었다.

언론과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언론과 미디어가 주목하는 것만을 보게 된다. 또 수많은 정치적 사건이나 이념, 그리고 철학 이론 등이 이슈화되면 그 이슈의 밖에 있는 사람들은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자기 것을 빼앗기고, 내 쫓기게 된다.

이 소설은 거대한 실존주의라는 사상과 위대한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알베르 카뮈의 그늘에 갇혀 있던 아랍인들의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하고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을 다시 보게 하는 소설의 힘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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