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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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단체생활을 강조하는 한국 문화에서 내향적이거나 민감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비난과 개조의 대상이다. 특히 군대 문화의 영향이 강한 남성 문화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은 사회생활에 부적합 사람으로 취급되고, 고쳐야 할 성격으로 매도된다. 나 역시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비난을 많이 받았고, 스스로 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런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내가 포기하고 타인에게 맞추어주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이런 성향이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나 자신을 깨달았다. 결국 내 성향을 인정하고, 내 성향은 장점과 단점을 파악한 후, 그것을 맞게 타인과의 관계를 조절해 가는 것이 필요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내 생각에 공감해 주고, 더 나은 길을 조언해 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일자 샌드라는 덴마크의 여성 목회자가 쓴 [센서티브]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민감함'이란 주제를 다룬다. 저자 역시 민감한 사람이었고, 이로 인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이 부분을 극복한 후 자신과 같이 민감함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 책을 섰다.

저자는 민감함이란 남들보다 더 예민하여 더 많은 자극을 받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민감한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생활에게 계속해서 자극을 받기에 개인적으로 쉼과 휴식이 필요하다. 즉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특별히 예민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숨어 있는 뉘앙스를 남들보다 더 많이 인식하고, 받아들인 인풋(input)은 더 깊은 곳에 입력된다. 또 풍부한 상상력과 활발한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외부 세계로부터 받아들인 인풋과 느낌이 무수한 개념과 연상,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의 '하드 드라이브(hard drive)'는 빠른 속도로 채워지고, 그 결과 과도한 자극을 받는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하는 건 너무 많은 인풋이 들어와 머릿속에 더 이상 정보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도 느끼는 순간이다. 때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게 있을 때 겨우 삼십 분이나 한 시간 후에 그런 상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억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침착함을 유지하고 심지어 그 만남을 즐기는 척하기도 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어서 결국 완전히 탈진해버리고 만다." (P23)

이런 성향으로 인해 민감한 사람들은 결혼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 때문에 타인의 비난을 받고,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약해진 상태가 된다. 그러나 저자는 민감한 사람들이 타인보다 외부의 자극이나 스트레스에서 약하지만, 반면 평온한 상태에서는 일반인과 다른 예민함으로 극도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특히 민감한 사람들은 내면의 깊이가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깊이 공감을 하고, 또 예술적이고 영적인 감각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이런 민감함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이런 민감함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민감함을 잘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지나친 주변의 자극을 차단시키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과도히 몰입하지 않도록 관계의 선을 지키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남들보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실제로 소모적이고 과도한 자극을 주는 대화에 쉽게 빠져든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친절하고, 배려 깊고, 수용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민감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이런 능력은 자기 문제를 남에게 떠맡기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관계를 오래 이어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회적인 에너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현명하게 분별해야 한다. 당신의 에너지 수준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의미 있고 보상받을 수 있는 관계에 그 에너지는 사용해야 한다." (P 104-5)"

 

내 주변의 사람들 중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을 얻고 에너지는 얻는 사람들 있다. 대부분 외향적인 사람들이거나 자기 주관이 강한 사람들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리낌 없이 행동하기에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얻는다. 반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쉽게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민감하거나 내향적인 사람들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타인들을 배려하는 부분이 강하다 보니 타인과의 만남에서 극도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결국 민감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연약함을 알고 자신을 관리하지 않으면 심리 에너지가 급속히 고갈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책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이해해 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오랜 친구 역시 나의 성향을 알고 조언해 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한 내면의 성향을 이야기해 주고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독서만이 주는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민감한 성향을 가지 사람들이나 주변에 이런 민감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서도 그 사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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