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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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대에 걸친 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는 소설들을 좋아한다. 이런 소설에는 어김없이 주인공의 광적인 사랑이 등장한다. 가문의 번영과 쇠락의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집착적인 사랑이 대를 이어가며 전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문 소설인 박경리 작가의 [토지]에서 최 참판 댁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면서도 길상에 대한 서희의 집착적인 사랑이 등장한다. 칠레의 대표적인 작가의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에서도 4대에 걸친 투루예바 가문의 사랑과 죽음을 이야기하며 에스테판이라는 남성이 자신의 아내 클라라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이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폭풍의 언덕]에서 웨더링 하우스라는 황량한 건물을 배경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언쇼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둘의 사랑은 집착적인 사랑을 뛰어넘어 광적인 사랑으로 표현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히스클리프의 광기적인 사랑으로 인해 읽는 동안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소설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루는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영국의 명망 있는 가문인 앤젤필드 가문의 3대에 걸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랑도 결코 평범한 사랑이 아니다. [폭풍의 언덕]처럼 집착적이기도 하며 광기적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 마거릿은 헌책방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많은 책을 읽으며 자랐다. 그녀는 몇 사람의 전기를 작성하는 것으로 소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당대 최고의 작가인 비다 윈터라는 작가로부터 편지가 온다. 자신의 전기를 써 달라고 초청하는 것이다. 마거릿은 비다 윈터의 전기를 쓰기 전, 그녀의 소설을 읽다가 [열세 번째 이야기라]는 책을 읽게 된다. 그곳에는 12개의 소설만 등장할 뿐, 13번째 소설은 등장하지 않는다. 과연 그녀가 숨겨 둔 13번째 이야기는 무엇일까?

마거릿은 비다 윈터의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중, 그녀의 본명이 에덜린이며, 에멀린이라는 쌍둥이 자매가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둘은 유명 귀족인 앤젤필드 가문의 자손이었다. 그때부터 마것릿은 비다 윈터의 이야기를 통해 쇠락하는 앤젤필드 가문의 3대에 걸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아내를 끔찍이 사랑했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 광기적으로 변한 조지 앤젤필드, 그는 아들 찰리와 딸 이사벨을 두지만 오로지 이사벨만을 집착적으로 사랑한다. 그것은 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사벨이 떠나자 아버지 조지는 죽고, 찰리만이 집착적으로 이사벨을 기다린다. 그러나 이사벨이 데리고 온 것은 제대로 양육을 받지 못한 거친 쌍둥이 자매인 에덜린과 에멀린이다. 이 둘은 쌍둥이이면서도 서로에 대한 광기적인 집착으로, 오로지 둘만의 세계에 산다. 그리 외부의 사람들이 둘을 떼어 놓으려 할 때 엘젤필드 가문의 재앙이 시작된다.

과연 비다 윈터는 정말 에덜린 앤젤필드였을까? 그렇다면 에멀린에 대한 에덜린의 광기 어린 집착으로 어디로 갔을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스터리가 점점 더 결론을 기다리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다만 너무나 뜸을 들인 만큼 결론은 그리 충격적이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소설이었다. 마치 폭풍의 언덕의 광기 어린 사랑을 다시 보는 듯한 현대 작가 다이앤 세터필드의 엔젤필드 가문의 쇠락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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