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형사 아담베그르 시리즈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프레드 바르가스의 [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라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추리소설 중 아담베르그 시리즈와 함께 가장 인기가 많은 복음서 시리즈 중의 한 작품이다.


복음서 시리즈라고 하면 기독교 서적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복음서의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바르가스의 추리소설은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과 함께 그 사건 속에 등장하는 독특한 인물묘사로 인기가 높다. 형사 아다스베르그 시리즈에서는 빠른 수사보다는 항상 한발 늦는 것 같은 여유로움을 가졌지만, 놀라운 직관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아담베그르 형사와 그의 주변의 독특한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이번 복음서 시리즈에도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전직 형사 방두슬레와 세 명의 할 일없는 역사학자인 마르크, 뤼시앵, 마티아스가 등장한다.


이 소설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세 명의 역사학자가 한 집에 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스스로 수렁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35살의 중세전문 역사학자인 마르크는 살 집을 구하다가 다 허물어져가는 5층집을 발견한다. 그리고 역시 수렁에 빠져서 할 일 없이 지내는 선사시대 전문 역사학자인 마티아스를 초청한다. 둘로도 집세가 부족하자, 1차세계대전 전문 학자인 뤼시앵까지 초청해 세 명이 함께 살기로 한다. 시대별로 마티아스가 2층에 살고, 마르크가 3층에 살고, 루시앵이 4층에 산다. 그리고 마르크의 외삼촌이자 대부인 전직 형사인 방두슬레를 모셔와 5층에 살게 한다. 방두슬레는 이들의 이름에 착안해서 각각을 마태복음, 마가복음,누가복음으로 부른다.


 

이들은 다 허물어져 가는 집을 수리함께 함께 티격태격하며 산다. 그때 이웃의 소피아라는 여성이 와서 일을 부탁한다. 자신의 집 정원에 어느 날 갑자기 나무 한 그루가 심겨졌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물어봐도 시큰둥하기만 하고, 도대체 누가 그 나무를 심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언가 감추기 위해서 나무를 심었을지도 모르니, 두둑한 보수와 함께 나무 밑을 파달라고 부탁한다. 알고보니 이 소피아라는 여성은 한때 오페라에서 이름을 날렸던 전직 오페라 가수였다. 세 명이 나무 밑을 파보았지만, 특이한 것은 나오지 않는다.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갑자기 소피아라는 여성이 사라진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다시 나무 밑을 파보지만 역시 아무 것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후 소피아의 조카라는 알렉상드리아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와 함께 소피아의 시체가 불탄채 발견된다. 결국 경찰은 알렉상드리아를 의심하고, 알렉상드리아를 마음에 들던 마르크는 그녀를 보호하기 삼촌이 방두슬레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진범을 찾아 나선다. 과연 소피아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프레드 바르가스의 소설들은 너무나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거의 책의 끝부분을 읽을 때까지 범인을 찾지 못한다. [트라이던트]와 [죽은 자의 심판]이란 두 권을 읽었지만, 모두 끝까지 범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비교적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3분의 2를 읽었을 정도에 범인을 짐작했고, 끝까지 읽고서야 내 짐작이 맞았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아담베르그 시리즈보다는 더 쉽게 읽히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더 재미있기까지 하다.


특히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보다. 세 복음서저자로 불리는 역사학자들의 묘사가 너무 재미있다. 주인공 격인 마가복음으로 불리는 마르크는 다혈질적인 성격이다. 그는 쉽게 화를 내고, 급히 행동을 한다. 비록 중세관련 학자이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도 중세촌락의 상거래 연구에 메달리지만 별 결과물은 없다. 다만 역사를 연구하는 냉철한 판단력은 가지고 있다. 반면 마태음으로 불리는 마티아스는 마르크와는 정반대 성격이다. 선사시대 수렵채집 연구를 하는 그는 한겨울에도 옷을 거의 벗고 있다. 말도 거의 하지 않고, 과묵하고 느긋한 성격이다. 가장 재미있는 인물은 누가복음으로 불리는 루시앵이다. 그는 현실과 1차세계대전을 구분을 하지 못한다. 열심히 사건을 쫓다가도 갑자기 1차 세계대전의 상상 속으로 들어가는 독특한 인물이다. 이들과 함께 사는 전직 형사였던 방두슬레 역시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소설은 이 네 명의 인물과 함께, 초반에 사라지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오페라 가수인 소피아와, 소피아의 친구이자 마티아스 흠모를 받는 식당 주인 쥘리에트, 그리고 소피아의 조카인 알렉상드리아 같은 매력적인 여성도 등장한다.


갑자기 나무가 등장하고, 결국 시체는 나무 밑에 뭍여 있다는 끔찍한 스토리이지만, 복음서 저자로 불리는 세 명의 주인공과 방두슬레가 펼쳐가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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