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심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38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원시사회와 현대사회를 구분짓는 경계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주술적인 힘에 대한 믿음이다. 원시사회는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주술적인 힘을 의지하고 그 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았지만, 현대사회는 이성을 통해 주술적인 두려움의 실체를 밝혀내고 이에 대항한다. 그러나 사실 이 경계는 명확한 것은 아니다. 현대에도 여전히 문명화 이전의 어둡고 두려운 주술적인 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어떤 경우는 전체 사회가 그런 힘에 사로잡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레드 바르가스는 바로 이런 전설과 어둠의 힘에 대항하는 형사 아담스베르그 시리즈로 유명하다.




아담베르그 시리즈는 아니지만, 최근에 [당시의 정원 나무 아래]라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소설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이 책을 읽으려고 계획하던 중에, 아직 읽지 못했던 [죽은 자의 심판]을 먼저 읽게 되었다.


현재 아담베르그 시리즈는 비채에서 [죽은 자의 심판]과 [트라이던트] 두 권이 출간되어 있다. 원래는 [트라이던트]가 먼저 출간된 작품이고, [죽은 자의 심판]이 최근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자의 심판]이 먼저 번역되어 출간되었었다.




[죽은 자의 심판]은 노르망디의 한 전설로 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는 죽음의 부대를 이끌고 다니는 엘르켕 두령의 군대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마치 [왕좌의 게임]의 화이트 워커(White walker)를 연상시키는 이 군대는 어두운 밤 노르망디 숲을 지나간다. 이 군대를 본 사람은 네 명의 죽음의 예언을 듣는데, 왠일인지 세 명 밖에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네 명 중 세명이 죽을 때 쯤이면, 자신이 네 번째 죽음의 예언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사람들은 죽음의 군대를 본 사람을 집단으로 살해하게 된다. 실제로 1777년 이와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야기는 노르망디의 오르드벡이라는 시골마을의 한 부인이 파리의 아담베르그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최근에 자신의 마을에서 마구잡이로 사냥을 해서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에르비에라는 사냥꾼이 실종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얼마 전 자신의 딸이 오르드벡 근처의 숲에서 죽음의 군대를 보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딸이 그 군대에게 끌려가는 에르비에와 두 명의 사람을 더 보았다고 말한다. 터무니없는 전설을 믿는 시골 여인과 정신이 혼미한 그녀의 딸의 환상쯤으로 생각하던 아담베르그는 우연히 오르드벡 마을을 찾아갔다가 사라진 사냥꾼이 시체로 발견되는 것을 목격한다. 또한 그 시체를 발견한 레오라는 백작부인이 괴한에 의해 흉기로 살해될 뻔한 사건도 발생한다. 그 후 환상에서 죽음의 군대에 끌려갔던 다른 두 명 역시 차례대로 죽임을 당한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동요하고, 나머지 한 명이 누구일지 두려워한다. 그리고 네 번째 죽음을 막기 위해 죽음의 군대를 본 리나라는 여성과 그의 가족들을 죽이려한다.


과연 실제로 죽음의 군대가 존재할까? 아니면 누군가가 그 죽음의 군대의 전설을 통해 살인을 하고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것일까? 아담스베르그 오르드벡이란 시골마을에서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마을사람들을 만난다.


과거의 영화와 구습에 얽매여 있는 백작, 자신이 나폴레옹 전쟁때 활약한 전쟁 영웅의 후손이라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헌병대 대위, 마을 사람들에게 악마와 접신을 한다는 비난을 당하는 리나와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여전히 죽음의 군대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마을 사람들...


아담베르그는 이전의 시리즈처럼 수많은 자료나 증거가 아닌 직관으로 이 사건에 감추어진 비밀을 밝혀낸다. 인간의 두려움을 자극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두려움 앞에서 놓치고 있는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아담베그르처럼 두려움의 실체를 볼 수 있는 직관이 있을 수 있을까? 온 나라가 주술적 권력에 놀아나고 있는 이 시대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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