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과 유럽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해적이야기가 단골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캐리비안 해적]과 같은 영화가 흥행을 하고, 최근에는 블랙세일즈와 같은 해적 이야기의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달리던 기마민족의 DNA가 남아 있다면, 미국과 유럽인들에게는 대서양이나 카리브해를 누비던 항해가나 해적의 DNA가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흔히 '대항해시대로' 알려져 있는 15세기에서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당시 해적들이 일반인들과 쉽게 거래를 하고, 주변의 항구에 정박해 생활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국가와 연합애서 전투에 참여하기도 한다. 해적이란 범죄집단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밀수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당시의 배경과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밀수이야기]는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지리적 발견으로부터 시작해서, 대항해시대, 그리고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밀수가 어떻게 세계역사와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밀수를 단순히 몇몇 개인이나 집단의 범죄행위로 보기 전에, 밀수가 얼마나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졌는지를 이야기한다. 비록 대항해시대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밀수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처음 밀수는 지금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립하는 자유무역주의적인 성격이 강했다. 역사성 처음으로 대서양의 패권을 잡은 나라는 포르투칼이었다. 당시는 인도에서 수입하는 향신료(주로 후추)의 무역이 성행했는데, 이 항신료는 수입하고 항로를 확보하는데 가장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포르투칼 왕 마누엘이다. 그는 그의 업적때문에 '식료품의 왕(Grocer King)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마누엘의 업적으로 인해 포르투칼의 제일 먼저 인도양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향신료의 항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독점권을 행사하고, 자신들 외의 무역을 모두 밀수로 치부해 버렸다. 당연히 이해 대항하여 독자적으로 밀수를 행하는 세력들이 생겨났다.


그 후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카리브해와 대서양의 지배자로 떠오른다. 스페인 역시 스페인에서의 독점적인 무역권을 주장하면서, 자신 외에 거래를 밀수로 취급한다. 스페인은 강한 함선들과 요새를 통해 이런 독점적인 무역권을 굳건히 한다.


이때 유명해진 인물이 '존 호킨스'와 '프랜시스 드레이크'라는 해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드레이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영화나 책을 통해 많이 접해 본 적이 있다. 해적이면서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협력해서, 계속해서 스페인의 무역로를 공격했고, 결국에는 영국함대와 함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드레이크의 사촌형으로 알려진 호킨스에 대해서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당시 스페인은 영국을 비롯한 각국의 해적으로부터 카리브연안을 지키기 위해 메넨데스라는 제독을 임명했었는데, 그의 뛰어난 전술에 맞서 호킨스는 카리브 연안을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들며 밀수를 행했다.


이런 상황은 동인도제도나 남중국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당시의 밀수품의 품목 중 가장 값진 것은 향신료였는데, 특히 지금의 몰루카 제도가 향신료의 가장 큰 생산지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동인도 회사를 통해 이 지역에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이곳 역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밀수꾼들의 끊임없는 탐험지였다.


결국 당시의 밀수는 포르투칼이나 스페인, 네덜란드 같이 해상무역을 선점하고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나라들에 맞서 해상무역의 후발국가들이 추구하던 자유무역적인 방식이 강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물론 밀수가 항상 이렇게 낭만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밀수로 인해 피해는 역사상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편과 관련된 중국시장이었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열강들은 중국에 끊임없이 아편을 밀무역했고, 나중에는 천만에 가까운 인구가 중독되었다고 한다.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정부가 아편 밀매를 금지하자, 영국이 함대를 일끌고 아편 배들을 보호하며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아편전쟁이다. 이것은 국가가 밀수를 이용해 국가의 부를 채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외에도 밀수를 통해 문화재를 가져오는 사례도 언급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병인양요나 신미양요들을 통해 프랑스와 미국에 주요 문화재들을 약탈 당한 사건이 있다. 이 책에는 근대에 서구에 의해 중동과 아시아, 남미 등에서 광범위한 문화재 밀수가 행해졌으며, 심지어는 유명한 작가인 앙드레 말로까지 그의 부인 클라라와 함께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유물을 가져오는 일에 가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문화제 밀수를 범죄라기 보다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로 보았던 왜곡된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후반에도 이 책은 현대에도 얼마나 밀수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언급한다. 특히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다이아몬드 밀수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시에라리온과 같은 나라에서는 품질 좋은 다이아몬드가 생산되고, 이것을 놓고 내전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시 다이아몬드가 무기와 거래가 되고, 내전이 더 심각해진다. 이렇게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악명이 붙어서 밀수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부유층들에게 판매가 된다.


이 책은 세계사의 흐름을 '밀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딱딱하게 세계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처럼 재미있게 글을 쓰며 세계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러 방면을 이야기하다보니 세계사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시간이나 장소순서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 중에 시간이나 장소, 인물들이 수없이 나열되다 보니 조금은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밀수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사와 경제사를 바라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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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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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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