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사상 중 일반인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처자공유와 재산공유를 언급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플라톤의 사상이 공산주의 사상으로 오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중세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같은 책은 플라톤의 처자공유와 재산공유의 사상을 이어 받는다. 그리고 이들의 사상을 공상적 사회주의사상이나 원시적 공산주의 사상이라고 부르며, 마르크스의 [자본론] 이전의 사회주의 사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플라톤의 처자공유와 재산공유에 대한 부분을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상과 관련하여 생각하기 전에, 먼저 플라톤이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플라톤의 처자 공유제와 재산 공유제에 대한 사상은 그의 저서 [국가] 5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라는 책에서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을 대화를 통해  이상 국가, 즉 정의로운 국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정의로운 국가란 통치자(지혜), 수호자(용기), 백성(절제) 계급들이 자신의 일을 바르게 수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이 중에서 소크라테스가 강조하는 계급이 수호자 계급이다. 소크라테스는 수호자 계급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생명까지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의 목적이 물질적 보상이나 육체적 쾌락을 위해서가 아닌, 그것 자체가 정의이기 때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이 주로 [국가] 4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국가] 5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수호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사상을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수호자 계급은 공동생활을 하며, 가정이나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도 이런 주장이 당시로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고,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이상국가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 부분을 특유의 대화법으로 청중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수호자계급의 처자공유제와 재산공유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들 모든 남자는 이들 모든 여자를 공유하게 되어 있고, 어떤 여자도 어떤 남자와 개인적으로 동거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네, 또한 아이들도 공유하게 되어 있고, 어떤 부모도 자기 자식을 알게 되어 있지 않으며, 어떤 아이도 자기 부모를 알게 되어 있지 않다네." (P 334)

"구별할 길이 없다네. 그러나 이들 중의 한 사람이 신랑으로 된 날부터 이후 일곱 달째에서 열 달째까지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들 모두를 이 사람은 남자들의 경우에는 알들들로, 그리고 여자들은 딸들로 부를 것이고, 이들은 그를 아버지로 부를 걸세. 또한 이런 식으로 그들의 아이들을 그는 손자들로 부를 것이며, 이들은 그 또래를 할아버지들 그리고 할머니로 부를 걸세.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이들의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 아이를 낳던 그 시기에 태어난 자들을 형제 자매로 불러, 방금 우리가 말하고 이었듯, 서로 건드리지 않을 걸세." (P341)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되는 혈연 관계를 없애려는 이유는, 수호자들의 타락으로 인한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이다. 수호자들이 내 가족과 내 것을 가지게 되는 순간부터 이해관계가 생기게 되고, 나라는 분열된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주장이다.



 

"그러니까, 내 말대로, 앞서 말한 것들은 지금 말한 것들과 함께 이들을 한층 더 참된 수호자들로 만들어 주며, 동일하지 않을 것을 '내 것'이라 일컬음으로써 나라를 분열하게 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들지 않겠는가? 즉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것을 두고 '내 것'이라 일컫게 됨으로써, 한 사람이 자기가 남들과 따로이 가질 수 잇는 것이면 무엇이든 자기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며, 다른 한 사람도 다른 자기 자신의 집으로 그렇게 끌고 가고, 또한 아내도 자식들도 따로 갖고, 사사로운 것들에 대한 사사로운 즐거움과 고통도 나라에 생기게 함으로써 분열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말일세. 오히려 이들이 자기 자신들의 것에 대한 한 가지 신념으로 동일한 것을 목표로 삼고서, 고통 및 즐거움과 관련하여 모드가 최대한으로 '공감상태'에 있도록 만들지 않겠는가?" (P 347)



 

이런 수호자 계급의 공동생활을 위해서 소크라테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평등사상이 이야기한다. 그는 남녀의 성향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면 다른 일을 해야한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그는 남녀가 국가를 수호하는데 있어서 능력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인 성향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자질이 있는 여성은 남성과 같이 군사훈련련과 시가교육을 받으며, 수호자로서 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당시 체육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김나지온(Gymnasion)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는데, 김나지온은 벗은 상태라는 김모스(Gymos)라는 헬라어 단어에서 유례했듯이 모두 옷을 벗고 운동을 했다. 여성이 그런 남성이 훈련을 받는 곳에 함께 동참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상이었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는 그런 편견을 버리고 여성이 남성과 같이 옷을 벗고 김나지온에서 체육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우수하게 길러진 수호자 계급의 여성과 남성의 결합을 통해 출생적으로도 건강한 수호자 계급의 자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 5권의 끝부분에서 소크라테스가 주장하는 이런 이상국가의 시스템과 수호자계급의 양성을 위해서는 그는 철학자나 철학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 통치자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자들이 나라들에 있어서 군왕들로서 다스리거나, 아니면 현재 이른바 군왕 또는 최고 권력자들로 불리는 이들이 진실로 그리고 충분히 철학을 사랑하게 되지 않는 한, 그리하여 이게 즉 정치권력과 철학이 한데 합져지는 한편으로, 다양한 성향들이 지금처럼 그 둘 주의 어느 한쪽으로 따로따로 향해 가는 상태가 강제적으로나마 저지되지 않는 한, 여보게나 글라우콘, 나라들에 있어서, 아니 내 생각으로는, 인류에게 있어서도 나쁜 것들의 종식은 없다네." (P 365)



 

플라톤의 사상은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상적인 면이 있다. 플라톤 역시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그런 부분을 인정한다. 자신의 사상이 최고의 이상 국가의 사상이고,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온전히 실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이상을 바라보고 나갈 때 국가가 혁신된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처자공유제와 재산공유제는 통치자나 수호자 계급에만 한정함으로서, 모든 국가에 적용하는 사회주의 사상이나 공산주의 사상과는 다르다. 특히 그는 국가의 통치자나 수호자들이 개인의 부귀영화에 집착해서 일을 하는 것을 원치 않고, 오로지 국가와 정의를 위해서 일을 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방해가 되는 가정이나, 처자, 재산의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랬던 것이다. 어쩌면 현대의 정치인의 재산공개나, 특정 이권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들과 취지는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플라톤이 가정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는 효율적으로 수호자 계급을 양성하기 위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없애려 하였다. 그러나 사람은 단지 효율적이 교육만으로 양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정을 통해 부모가 주는 인성의 부분이 없다면, 그가 아무리 외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도, 바른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가정과 자녀, 그리고 자신의 재산을 소유하고도, 그런 것에 집착하거나 좌우되지 않을 투명한 시스템이 현대 정치인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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