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희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2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옛날 옛날에 사이 좋은 두 공주가 살고 있었다. 두 공주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공주가 사라졌다. 남은 공주는 사라진 공주를 찾아 헤매다가 7년만에 사라진 공주가 있는 곳을 발견한다. 그 곳에는 용이 지키고 있었고, 사라진 공주는 그 용이 지키는 탑 속에 갇혀 있었다. 남은 공주는 갇힌 친구를 구하기 위해 위협을 무릅쓰고 탑까지 찾아간다. 그런데탑에 갇혀 있던 공주는 그 순간 잔인한 용으로 변해 버린다. 용이 공주 속으로 들어간건지, 공주가 용이 된 건지, 과연 친구를 구하러 간 공주는 용이 된 친구를 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용으로 변한 친구에게 잡혀 먹히게 될까?


핀란드의 작가 살라 시무카의 두 번째 소설 [눈처럼 희다]에 나오는 동화의 한 대목이다. 살라 시무카는 스노우 화이트 트릴로지로 불리는 세 편의 소설을 써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피처럼 붉다], [눈처럼 희다], [흑단처럼 검다]라는 세 편의 소설은 모두 백설공주의 이름을 딴 루미키라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녀가 쓴 세 편의 소설들은 모두 백설공주나 그림형제의 동화같은 유럽의 전래동화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편 [피처럼 붉다]에서 루미키는 우연히 범죄조직의 돈다발을 가로채려다가 위기에 빠진 친구 엘리사의 요청으로 범죄조직과의 싸움에 연관되었었다. 이 사건이 일달락 되지 그녀는 모든 복잡한 것으로부터 잠시 피하고자 체코의 프라하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프라하에서 그녀의 언니라고 주장하는 젤렌카라는 여성을 만난다.


젤렌카의 주장에 의하면 젤렌카의 어머니는 루미키의 아버지가 프라하로 여행을 왔을 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루미키의 아버지가 핀란드로 돌아갔을 때, 젤렌카가 생겼다. 혼자 젤렌카를 키우던 어머니는 몇 해 전에 사고로 강물에 빠져 죽었고, 그 후로 젤렌카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핀란드에서 아버지가 보내 온 편지와 사진 속에서 루미키의 얼굴을 보았고, 우연히 프라하에 온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젤렌카와 루미키는 자매일까?


그런데 젤렌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 누구에겐가 쫓기는 것 같았고, 젤렌카의 새로운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루미키가 젤렌카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젤렌카의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화이트 패밀리라고 부르는 신흥 종교집단이었다. 그들의 리더인 아담 하벨은 모두가 예수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며, 금욕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화이트 패밀리가 단순히 금욕적인 삶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담 하벨은 무언가 더 큰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루미키는 그 음모 속에서 젤렌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눈처럼 희다]는 전편보다 더 어둠고 자극적인 문체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이단종교와 그 종교가 가진 음모들에 대한 이야기는 더 어둡다. 이 시리즈는 백설공주나 그림형제의 동화같은 북유럽의 전래동화들이 더 어둡고 잔인하게 변주한다.

이 소설에서도 루미키와 젤렌카의 만남이 단지 자매의 만남처럼 아름답게만 묘사되지 않는다. 어머니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젤렌카는 자신을 돌봐주는 이단종교에 깊이 빠지게 되고, 교주인 아담 하벨이 이야기하는 모든 사상에 세뇌되어 있었다. 결국 이단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은 어찌보면 대부분 외롭고 약한 사람들이다. 아무도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 주지 않고, 약함을 돌봐주지 않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해 준다. 그리고 자신의 외로움과 약함을 돌봐주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 소설 속의 젤렌카는 이미 용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긴 상태이다. 그런 젤렌카를 루미키는 구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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