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양면성이 있다. 대부분 종교의 교리에는 인간을 향한 신의 사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종교인들이 자기보다 가난한 자를 돌보고, 심지어는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거나 일생을 받치며 약한 자를 돌보는 경우가 있다. 인도의 성녀로 불리는 마더 테레사나 일평생 문등 병자를 돌보았다는 한국의 손양원 목사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반면 종교가 특정한 권력에 갇히게 되면, 교리가 폐쇄적으로 되어간다. 그로 인해 종교는 신이나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닌, 특정한 권력의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변모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중세 유럽의 가톨릭이다. 유럽과 교황의 권력 안에 갇힌 종교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다. 현대에는 알카에다나 IS의 권력에 갇힌 이슬람교도 마찬가지이다.

종교를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본 [종교 유전자]라는 책에서는 종교가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부터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면서부터 그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 희생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종교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형성되고, 국가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종교는 전쟁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종교와 전쟁의 관계에 관해서 3대 일신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 유대교는 확장적인 신앙에서 시작했지만 패배를 경험한 다음 평화적인 종교로 변했다. 기독교는 처음에 비폭력적이었으나, 나중에는 제국을 위해 공격적인 종교가 되었고, 세속 국가의 발흥과 더불어 어느 정도 중도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슬람은 제국의 종교로 시작했으나 아직 세속 국가 안에서 어울리는 역할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로 존재한다.

종교와 전쟁 사이에는 일관된 관계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교는 통치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적 도구인 것만은 확실하다. 종교가 초기의 인간 사회에서 발생했던 끊임없는 투쟁의 산물이라고 보는 진화론의 관점에서는 그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 종교적 행동은 사회가 전쟁을 할 수 있는 활력을 부여하고, 사람들이 결핍을 견디면서 전쟁에서 목숨을 바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전쟁은 종교적 결속력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P 434)



 

과연 종교가 인간들을 동원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들이 전쟁을 위해 종교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일까? 저자는 후자의 입장에 무게를 둔다.



 

종교는 현대의 전쟁에서 더 이상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세속적인 권력자가 종교를 구실로 전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현대 국가에서조차, 종교는 병사에게 전투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비공식적일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전쟁의 슬로건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무엇보다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족은 문제의 본질이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전쟁을 정당화하고 국민들의 결의를 굳히는 데 종교를 이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는 전쟁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수단이다. 그리고 종교는 무기처럼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국가의 군비증강이 적국에 대해 참기 어려운 위험이 된다고 여겨질 때, 무기는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무기는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P 452-3)



 

또한 평화시 종교인들은 종교 지도자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지만, 전쟁 시에는 그 불만을 타종교에 표출하며 잔악한 학살을 하게 된다. 띠라서 종교지도자들은 자신에 대한 불만을 회피하기 위해 종종 전쟁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십자군 전쟁이다.

결국 종교가 잔혹해지는 이유는 특정 지도자들이 종교를 전쟁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슬람의 청년들이 전쟁의 무기가 되어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함께 버리고 있다. 결국 저자는 종교가 세속 권력과의 결탁을 끊는 것이 종교의 폭력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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