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글쓰기
이준기.박준이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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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을 때마다 마치 발가벗겨지는 듯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책들에서 지적하는 잘못된 글쓰기의 방식이 대부분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으려 한다.


얼마 전 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이남희 작가의 [나의 첫 번째 글쓰기 시간]이란 책을 읽었다. 마치 초등학교때 내 글쓰기를 지도해 주었던 담임선생님이 생각이 나듯이 친철하고 차근차근하게 글쓰기의 방법을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조금은 초보적인 부분들이 많았기에 후속작을 기대하고 있었다. 비록 같은 작가는 아니지만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보통사람의 글쓰기]라는 책이 나왔다. 작가는 이준기작가로서 신문기자생활을 했다고만 알려져 있다.


제목은 [보통사람의 글쓰기]이지만, 솔직히 보통사람의 기준은 조금 넘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여기서 내가 이야기 하는 보통사람이란 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는 보통사람에게 맞는 글쓰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선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 방식의 가장 큰 강조점은 '구체적인 글쓰기'이다. 저자는 국어시간에 배웠던 포로베르의 '일물일어설'을 적극 지지한다. 표현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몽뚱그려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이것을 생각을 조각내는 법이라고 말한다.


"쪼개고, 부수고, 나눠라. 구체적으로 글을 쓰려면 생각을 잘게 조각내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소년은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문장을 보자. '불우하다'만으로 충분한가. '불우하다'라는 표현은 덩어리가 지나치게 크다. 불우한 가정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소년은 부모의 고함 소리를 들으며 짐승처럼 숨죽여 잠들곤 했다'처럼 '가정이 불우한 이유는 무엇인지', '얼마만큼 불우했는지', '소년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불행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잘게 쪼개 생각하고, 문장에 정확히 옮겨 적어야 한다." (P14)


다른 하나는 '글자를 덜어내기'이다. 저자는 글을 쓸때 군더더기의 단어들을 덜어내고 최소한의 단어로 간략하면서도 의미가 통하게 쓰라고 권유한다.


"글은 덜어낼수록 좋아진다. 의미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글은 짧을수록 좋다.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주어, 동사와 뜻이 같은 부사어, 습관적으로 쓰는 지시어나 최상급 표현이 글을 난삽하게 만든다. 독자가 알 필요가 없거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말들을 문장에서 걷어내면 글이 한결 깔끔해진다." (P34)


나의 글쓰기는 이 부분에서 특히 걸린다. 문장과 느낌을 강조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형용사나 부사, 최상급, 반복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문장에서 부사어는 별사탕과 같이 적게 쓸수록 좋다고 말한다.


"건빵에 든 별사탕은 몇 개 안 들어 있어서 별미다. 뻑뻑한 건빵을 먹다가 먹는 별사탕만큼 단 것도 없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별사탕 한봉지를 사 먹으면 막상 그 맛이 안 난다. 부사어는 문장의 별사탕이다. 적게 쓸수록 달다." (P36)



특히 저자는 문자에 맞는 아름다운 표현이나 미문 등을 강조한다. 솔직히(여기서 또 강조어를 사용했다 ㅠㅠ)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라는 말도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잘 쓰는 표현인데 ㅠㅠ)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 난이도가 있는 부분이라고나 할까. 저자가 시를 좋아해서인지 시를 많이 인용하는데 김영랑의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란 시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시인 김영랑은 '햇볕', '햇살', '햇빛'이라고 쓰지 않고 기어이 '햇발'이라 썼다. 흐르듯 구르는 '햇살'의 'ㄹ' 받침을 탐내면서도 '햇살'에 만족하지 않았다. 공기가 혀끝과 윗잇몬을 가볍게 쓸고 지나가는 'ㅅ'소리는 붙었던 입술이 가볍게 터지며 공기가 해방되는 'ㅂ'소리에 비하면 거칠고 날카롭다. 그래서 김영랑은 '햇살'이라고 쓰지 않고 기어이 '햇발'이라고 섰다. (P32)


보통사람으로써 이 정도 글쓰기 경지는 너무나 어렵게 느껴진다. 저자는 또 미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대신 진정으로 정확한 글은 아름다운 글이라고 말을 한다.


"글 역시 숱한 오래를 받는다. 아름다운 문장은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미문을 장식적이고 기교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이 미문의 의미 전달력을 의심한다. 그러나 미문과 명확한 문장은 충돌의 개념이 아니다. 잘 쓴 문장은 아름다우면서도 명확하다. 정확한 수사는 늘 명확함에 기여한다. 신형철과 이동진의 평론이 그렇다. 가장 정확하게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진 글이다. 이런 글을 보고 '현란하다'거나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평하는 이는 문장의 정수를 모르는 사람이다."(P79)


그동안 국소설을 읽으면서도 너무나 현란한 미문들이 오히려 의미전달이 안되고, 모호한 개념으로 만드는 경우들이 많아 미문에 대해 호감을 가지지 않았었다. 특히 작년에 유명 작가의 표절사태 이후 언론에서 한국문단의 고질병을 '미문에 대한 집착'으로 보도하면서 미문에 대한 더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의 말을 듣다보니 겉멋이 드는 미문이 아닌, 진정한 아름다움의 미문은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녹음이 푸르르다' 따위의 화려한 장식으로 눈속임하려는 작가는 대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글은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미문이 아니다. 이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글을 정확하게 쓰는 연습이다. 지울수록 의미가 선명해지는 수사들이 있다면 공들여 쓴 표현이라도 과감히 지워야 한다. 걷는 데 방해가 되는 레이스 장식은 과감히 떼 버려라. 글쓰기는 생각쓰기다.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옮길 수 있으면, 글은 저절로 아름다워진다.(P81)"


 

 

 

요사이 공개적인 서평을 자주 쓰다보니 진심이 담긴 구체적인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짐을 느낀다. 타인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일기장에 글을 쓸때는 글이 자유로우면서도 진심이 담긴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여러 사람이 보는 글을 쓸 때는 그것이 쉽지가 않다. 거기에 여기저기 드러나는 문법적이 오류까지... 글쓰기가 점점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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