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라면서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철학이나 심리학 강의와 이와 관련된 학술모임 등을 많이 참석하게 되었다. 이런 강의나 모임에 들어가면 처음에 꼭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 있었다. 교수나 선배가 '여기 기독교인 있으면 손들어 봐요!'라고 말을 한다. 꼭 몇 사람이 손을 든다. 그러면 그들은 손을 든 사람을 마치 진화하지 못한 구석기 시대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은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기독교나 신앙이 왜 허구인지에 대해 한참을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절대진리인냥 여기는 몇 권의 책을 제시해 준다. 그들은 신앙을 가지고는 철학이나 심리학과 같은 인문학에 접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시기에 읽은 가장 기억나는 책이 버트란트 러셀의 [종교는 필요한가]라는 책이었다. 지금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범우사 출판사의 책으로 읽었는데, 원제는 "Why I am Not a Christian"이었다. 나름 직역하면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아닌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 책에서 러셀은 철저하게 유물론적인 관점을 유지한다. 인간은 원자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물질적인 존재이고, 그런 물질적인 존재에게 영혼이나 사랑 같은 것은 들어갈 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것은 화학반응이 만들어낸 감정이 만들어 낸 허구이며, 특히 기독교 신앙은 이런 허구적인 감정 중에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의식이 만들어 낸 감정이라고 비하한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정치 지도자나 성직자들이 이용해 인류 역사상 수많은 폐해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물론 니체의 책들도 빼놓지 않고 추천하는 책들 중의 하나였다. 니체의 여러 저서 중에서 러셀과 비슷한 맥락의 책은 [도덕의 계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니체는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을 이야기한다. 지배자들은 자신의 지배를 확고히 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고, 그 종교로 노예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결국 신앙이나 도덕은 강자가 자신의 지배를 위해 만든 허구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중에 위와 같은 맥락을 주장하는 여러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의 종교에 대한 여러 편의 글들을 모아 놓은 [종교의 기원(열린 책들)]이란 책에서, 프로이트는 종교는 원시시대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당시의 의식이 인간의 무의식에 남아 유전되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토템과 타부]라는 책에서는 친부 살해라는 의식이 유전되어 기독교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신앙의 허구에 대해 지적하는 책들은 이런 지도층의 음모론보다는 진화론에 근거를 두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리처드 도킨스이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란 책에서 인간 안에는 오랜 기간 진화 과정에서 생존경쟁에서 승리한 유전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생존한 유전자의 대표적인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것이다. 물론 이 이기적 유전자는 단순히 지협적이고 개인적인 이익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곳 집단 전체의 공멸을 가져오는 것을 유전자가 알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유전론적 진화론을 통해 종교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바로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이다. 그는 인류는 진화의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신을 창조했고, 그것이 유전을 통해 전해왔다는 것이다.

조금은 다른 맥락이지만 신앙이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획기적인 이론의 책 중에 최근 번역되어 출간된 [부정 본능(부키)]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수많은 동식물 중에서 유독 인간만이 지적인 존재로 진화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그 열쇠로 '부정본능'이란 것을 제시한다. 다른 동물은 진화 심리학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마음이론'을 통해 다른 동물의 죽음을 보고 자신의 죽음을 깨닫는다. 결국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삶의 의욕을 멈추고 도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만은 죽음을 부정하고, 죽음 이후의 영생의 개념을 가지면서부터 진화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부터 읽기 시작하는 니콜라스 웨이드의 [종교 유전자] 역시 종교를 진화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책이다. 종교를 진화의 관점에서 해석한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방향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종교가 유익하기 때문에 후손들을 통해 계속 유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웨이드 역시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 다윈의 적자생존의 원칙을 통해 종교를 설명하려면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진화론자들은 종교가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목적 중에 하나는 종교를 부정하고 그 폐해를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종교가 유익해서 진화가 되었다고 하면 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주장하는 것이 도킨스처럼 종교는 유익하지도 않는데 유전을 통해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스티븐 핑커'와 '리처드 도킨스'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종교가 유익하지도 않으면서도 진화 과정에서 유전되었다고 주장하는가? 이들이 주장하는 이론은 앞에서 러셀이나 니체가 주장하는 사제 계급의 음모론이나, 대학시절 선배들이 주장했던 신앙을 유아적 성향으로 보는 관점과 비슷하다. 저자는 이 두 이론을 이야기하면서도 이것을 비판한다.



 

"만일, 핑커가 말하는 것처럼, 종교적 행동이 적응과 무관하다면 그것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핑커는 종교가 일반 사람에게는 유해했지만 성직자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퍼져나갔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핑커는 종교가 성직자 계급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 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렵-채집 사회는 평등주의적이었다. 그들은 종교를 가지고 있었지만, 몇몇 부족의 샤먼을 제외하고는, 종교적 전문직은 존재하지 않았다. 의례는 공동체 전체의 활동이었으며, 모든 사람이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P126)



 

"도킨스는 사람들이 신앙 때문에 죽거나 죽이는 것을, 스스로 가진 유도 시스템에 따라 불에 뛰어드는 나방의 그릇된 행동과 비슷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나방의 행동이 비적응적인 것처럼, 종교적 행동 역시 비적응적이다. 그렇다면, 실수로 종교를 만들어 내게 된 초기의 우위적 특질은 무엇인가? 그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연장자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단순한 규직을 가진 어린이의 뇌가 선택적 유리함을 가진다." 도킨스에 따르면, 종교적 신념은 부모의 영향을 쉽게 받아들이는 아이에게 전달되어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세대에 걸쳐 반복된다. 따라서 종교는 부모가 말하는 것을 믿는 아이의 성향으로부터 우연한 부산물로서 생기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약간 억지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그것이 의미 없는 정보였다면 생존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2000세대에 걸쳐 아프리카를 탈출한 이후의 모든 인간 사회에서 받아들여진 이유는 무엇일까?" (P129)



 

그동안 종교적인 논쟁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될 수 있는 한 서평을 자제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 문제나 종교 문제만 나오면 극단으로 치우쳐 논쟁이 아닌 진흙탕 싸움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걱정이 앞선다. 이 글이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읽힐지에 대해서...

개인적인 바람은 우리가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쪽 극단에는 종교를 무조건 악으로 보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들은 종교에 대한 어떤 비리나 자신들이 몰랐던 작은 사실이라도 발견되면 그것이 전부인냥 생각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몇 년 전 유행했던 [다빈치 코드]란 책에 대한 반응이다. 이 책은 허구의 사실을 그냥 소설로 쓴 것일 뿐인데 그것이 마치 커다란 사실을 밝혀낸 것이나 절대진리인냥 흥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그런 것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른 한쪽 경향은 종교에 대한 비판을 대해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종교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이나 의문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을 무조건 무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종교도 인간의 모임이기에 실수와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받아들이고 고치면 된다. 칸트의 주장처럼 인간의 순수이성의 한계로 인해 신의 존재나 영혼의 존재에 인식의 한계를 가질 수 있고, 이 부분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 부분은 서로의 견해를 이야기하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의 시각은 매우 본받을만 하다. 저자는 자신이 종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일단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본다는 것은 신의 존재나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관점에서 종교에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여러 학자들의 학설을 객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진화심리학으로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 껄끄러운 면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저자의 논지를 따라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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