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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걷다 - 당신은 아직 더 갈 수 있다, 니체가 들려주는 용기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이신철 옮김 / 케미스토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작년에 한 소설가를 좋아해서 그 소설가의 어린시절에 살았던 장소와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를 여행했던 적이 있다. 그가 직접 뛰놀며 놀았던 장소와 그의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도시들을 직접 발로 걷고, 눈으로 보면서 마치 내가 그 작가의 삶과 소설 속으로 드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았던 장소를 알아간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내가 니체라는 철학자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니체는 위험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책을 접하면서 니체는 내게 위험한 사상가가 아닌, 인간의 연민을 일으키는 사상가였다.
니체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를 반기독교적이고, 반문명적인 사상가로 보는 것이다. 특히 그의 사상이 히틀러와 나치즘에 영향을 주었다고 해서 금기시하는 분위기까지 있다. 다른 하나는 전혀 다른 평가로서 니체를 새로운 시대를 연 초인적인 사상가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를 흡모하고 그의 사상을 숭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니체는 한 인간으로서 만나야 할 사상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남들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환경이나, 성향에 대해 수긍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던 사상가였다. 그래서 삶이 찢기고 아플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이었다.
그러기에 니체의 삶과 그가 여행했던 지역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담은 이 책은 니체를 위대한 사상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처음 등장하는 장소는 니체가 태어나고 자랐던 독일 남동부의 나움부르크라는 마을이다. 한눈에 봐도 종교적인 색체가 짙게 나타난다. 니체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성장과정을 아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양가 모두 오랜 기간 성직자였고, 니체의 아버지 역시 목사였다. 그래서 어린시절 사색적인 성격과 목사의 아들이란 배경으로 인해 많은 놀림을 당했고, 어쩌면 니체는 그렇게 연약한 자신을 싫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로 어린 시절로 인해 연약함에 대한 강한 경멸, 힘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생겼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추즉을 해 본다.

니체의 생가 사진이다. 저자는 생가 사진 위에 니체의 초기 사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책의 구절을 인용한다.
"잘못된 평가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자산이 생각하듯이,
바라는 대로
평가받는 일 따위
거의 없다
평판이나 평가에
신경 써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관심을 기울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젊은 시절 기독교 신앙을 잃고, 대신 당시 유행하던 진화론과 비스마르크의 철혈정책을 흠모하던 그는 군대에 입대한다. 그러나 말에서 떨어져 가슴 근육을 다쳤고, 이로 인해 제대를 한다. 결국 그는 흠모하던 군인이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반면 그의 지적인 재능은 이미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아 25세의 나이에 바절 대학의 교수로 인명된다.
바젤대학 사진은 너무나도 멋진 강가 옆에 오래된 고전양식의 건물들이 서 있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저절로 공부가 될듯하다. 저자는 이 사진 옆에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라는 책의 구절을 인용한다.
"다른 이들에게 믿음을
얻고 싶다면,
말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꾸밀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진지한 행동만이
사람의 믿음에 호소한다."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어 성공의 가도를 누릴 수 있었지만,
대학교수가 된 후 얼마 후부터 그는 여러 가지 병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를 피하기 위해 많은 여행을 다닌다.
그 중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바로 '스위스'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아름다운 스위스의 도시와 자연의 사진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스위스의 '루체른'이란 도시는 그가 자주 방문한 곳이다.
그가 존경과 흠모에 마지 않았던 '바그너'가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초기 사상은 쇼펜하우워와 바그너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특히 바그너의 음악에서 그는 그가 추구하던 그리스 정신, 힘과 육체에 대한 찬미인 디오니소스를 발견하였다.

여행과 함께 지필을 하던 니체는 여류 음악가인 마틸데 트람페다하와 루 살로메와 같은 여성들과 교제한다.
그러나 모두 청혼했다가 거절을 당하고, 가장 존경하던 바그너에게도 인간적으로 실망에 교제를 단절한다.
이런 인간적인 상처와 건강의 악화로 고통을 당하면서도 [권력의 의지]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같은 대작들을 집필한다.
이탈리아 라파로라는 도시는 바로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1부를 집필한 장소이다.
니체의 나이 39세인 1883년에 이 곳에서 머물렀고,
이해 바그너가 죽었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초인을 추구하는 차라투스트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라팔로 오래된 성곽과 그 뒤에 보이는 도시의 불빛을 배경으로 저자는 니체의 [아침놀]이란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허물을 벗지 않은 뱀은 파멸한다.
인간도 전적으로 마찬가지다.
낡은 생각의 허물을 언제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면,
머지않아 안쪽부터 섞기 시작해
성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죽고 만다.
언제나 새롭게 살아가려면
새롭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침놀]

마지막으로 니체가 자주 방문해 산책했다는 스위스의 실바폴라나 호수의 사진이다.
"함께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그럼녀 친구가 생긴다.
그러나 질투와 자부심은
우정을 망치기 때문에
부디 주의하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