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야방 : 권력의 기록 2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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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장 비정하게 만드는 게 무엇일까?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 아닐까? 크게는 국가권력에서부터 작게는 회사나 집안에서의 권력까지, 권력은 사람을 한없이 비정한 존재로 만든다. 믿었던 친구도, 피로 맺어진 형제나 부모자식간에도 권력을 두고 싸울 때는 너무나 비정해진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라는 임금이 있고, 재벌가에서 경영권을 놓고 싸울 때는 상대를 매장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봐도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를 알게 된다.  


이런 권력의 속성을 역사소설과 무협소설의 중간정도의 틀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 있다. 얼마 전 케이블 방송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중국드라마 량아방의 원작 [량아방]이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원래 작가 아이옌이 인터넷에 연재했던 인터넷 소설인데, 인기를 얻어 책으로 출간했고, 다시 인기를 얻어 드라마로 완성이 되었다.


랑야방은 중국대륙을 다스리는 가상의 국가 '대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소철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매장소라는 인물이다. 매장소는 강좌맹이라는 중국 제일의 방파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소철과 매장소로 불리기 전에 원래 이름은 '임수'였다. 임수의 어머니는 황제의 누나이고, 아버지 임섭은 대량의 최정예군인 7만의 적염군을 이끌고 있었다. 임수 자신도 13세부터 전장에 나가서 타고나 지략과 용맹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러나 적염군과 황자 기왕의 세력이 너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황제와 간신들의 밀고로 이들은 모두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임수라는 인물은 죽고, 매장소로 다시 태어나 12년이 흐른 후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것이다.


매장소가 금릉에 도착하던 시기에 황제 밑에는 공식적인 황위계승자인 태자와 황제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예왕이 권력을 다투고 있었다. 황제, 태자, 예왕, 이들은 모두 12년전 적염군의 몰살의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이었다. 매장소는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끝까지 적염군을 변호한 이유로 황제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옛 친구 정왕을 왕으로 세우려한다. 1권에서 매장소는 예왕의 모사로 들어가지만, 예왕을 돕는척 하면서 예왕와 태자를 싸움을 붙인다. 그리고 몰래 정왕에게 조언을 하며 정왕의 세력을 키운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예왕과 태자의 싸움이 벌어지고, 매장소의 계략으로 태자의 세력이 몰락한다. 2권의 압권은 태자의 가장 큰 세력이자, 예전에 적염군을 몰살시키기 위해 가장 앞장을 섰던 사옥을 제거하는 장면이다. 사옥은 황제의 여동생인 리양공주의 남편이다. 1품군후로서 대량에서 막강한 군사적 세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천산장의 탁정풍이라는 고수와 사둔을 맺고 그를 이용하여 정적을 암살한다. 매장소는 사옥의 아들인 소경예의 생일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옥의 범죄사실을 밝힌다. 특히 탁정풍의 아들을 죽인 사람도 사옥임을 알게 한다. 이 사실을 안 탁정풍이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범죄사실을 밝히려 하자, 사옥은 자신의 집을 봉쇄하고 자신의 집에 주둔하고 있던 6백여명의 군인으로 참석자들을 몰살시키려 한다.  매장소에게는 비류라는 고수의 호위무사와 친구인 대량의 제일무사인 몽지가 있지만, 몇 백명의 공격을 몇 명이 막기는 중과부적이다. (이 소설을 무협소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김용의 무협소설처럼 산을 흔들고 땅을 진동시키는 과정된 무술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매장소는 미리 예왕의 세력을 끌어들여 사옥을 체포하게 한다. 이로서 태자의 세력은 모두 붕괴되고, 태자는 지위를 잃게 된다.


태자만 제거하면 자신이 제일인자가 될 줄 알았던 예왕은 황제가 정왕을 자신과 동등한 친왕으로 봉하자, 그제서야 매장소에게 속은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예왕와 정왕의 대결이 시작된다. 예왕은 정왕을 제거하기 위해 옛 적염군의 사건을 들춰낸다. 적염군의 생존자 위쟁을 사로잡고, 정왕이 위쟁을 구출하러 오면 역모로 그를 옭아매려 하는 것이다. (예왕은 아직 매장소가 적염군의 장군이었던 임수인지를 모르기에, 정왕만을 옭아매려 한다.) 아쉽게도 2권은 정왕과 매장소가 위쟁을 구출하려는 장면에서 끝난다. 과연 매장소가 위쟁을 구출할 수 있을지, 정왕은 예왕을 누르고 황제가 될 수 있을지, 적염군의 몰살에 숨겨져 있던 비밀들이 모두 밝혀질지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3권에서 모두 해결될 수밖에 없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몰입감과 빠른 속도감의 책이지만,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신만이 최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자신 밑에서 누구든지 백성의 지지와 신하들의 신망을 받으면 가차없이 제거하는 황제의 권력욕이 매우 잘 묘사되어 있다. 결국 황제는 후계자인 아들도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지 못하기 위해 큰 아들 기왕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새로 세운 태자와 예왕을 경쟁시켜 누구도 자신 외에는 절대권력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태자를 폐하자, 그 자리에 정왕을 앉혀 다시금 서로를 경쟁하게 한다.


이런 권력의 비정함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도 계속되어 왔다. 얼마 전 시사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역대 통치자들의 통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공통점으로 후계자에게 권력을 나누어 서로 충성경쟁을 하게 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을 보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차지철과 김재규를 경쟁시킨 것도, 전두환 대통령이 노태후와 장세동을 경쟁시킨 것도, 김영삼 대통령이 이회창과 박철언을 경쟁시킨 것도 다 이런 이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후계자로 세운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침법하려고 할 때는 가차없이 제거했다는 것이다. 권력의 비정함은 꼭 국가권력에서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은 모임이나 회사에서도 그 권력 때문에 서로를 시기하고 모략하는 행동들을 보게 된다. 결국 권력 앞에선 모두들 그렇게 변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다시금 권력의 비정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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