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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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영화이고, 인디영화적 성향이 강해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성장영화 중에서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열여덟의 고교생들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주인공 동도(이재응)는 작은 키와 찌질한? 외모로 인해 항상 소외감을 느끼고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반에서 잘 나가는 현승(차엽)과 친구가 된다. 커다란 덩치와 시원시원한 성격의 현승은 동도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에게 잘 대해주며, 현승의 친구 무리에 들게 한다. 그러나 모두들 동도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현승의 친구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동철(이익준)은 현승을 여전히 자신들보다 아래 단계로 보고, 그에게 빵 심부름을 시킨다. 이 일로 현승과 동철 사이가 갈라지고, 결국은 주먹다짐까지 하게 한다. 오래 전에 본 영화여서 줄거리가 모두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본 후 오랜동안 어린 시절의 추억과 친구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인상 깊은 영화였다.


 

 

 

미나코 가나에의 [리버스]를 읽고 이 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미나코 가나에라는 작가의 명성과 그녀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순한 추리소설 정도로 생각하고 읽은 이 소설은 읽은 후에도 계속해서 여운이 감도는 영화이다.


주인공 후카세는 평범하다 못해,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학창시절에도 거의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가끔씩은 반에서 따돌림까지 당했다. 그나마 공부를 잘 해서 도쿄에 있는 일류대학에 와서 동아리에서 4명의 친구를 사귄다. 그들 역시 모두 잘 나가는 친구들이다. 야구부 주장이며 리더격인 다니하라, 의원인 아버지를 두고 돈을 물쓰듯이 쓰는 무라이,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에 열중하는 아사미, 그나마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히로사와뿐이다. 후카세는 동아리 중에 3명은 잘 나가는 친구들이고, 히로사와와 자신은 소외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졸업을 앞 둔 어느 날 무라리의 별장으로 여행을 가고, 저녁에 술을 마신다. 술을 못 먹는다는 후카세가 비난을 당하자 히로사와는 후카세를 보호하기 위해 못 먹는 술을 마신다. 그리고 늦게 온 무라리를 마중나가기 위해 등떠밀리듯이 혼자 운전을 하게 된다. 결국 히로사와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운전 중에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것이다.


그 후 3년이 흘러 나머지 세 친구들은 모두 좋은 직장에 취직했지만 후카세만이 변변치 않은 복사기 업체에 취직을 했다. 그나마 찾아 온 행운은 미호코라는 미모의 아가씨와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미호코 앞으로 의문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리고 그 편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


미호코는 이것이 무슨 의미냐고 묻고, 결국 후카세는 3년 전 사건을 모두 털어놓는다. 자신을 이해할 줄 알았던 미호코는 차가운 표정이 되어 후카세를 떠난다. 그리고 다른 세 친구들에게서 같은 편지가 도착한다. 심지어 아사미는 지하철에서 떠밀려 죽을 위기까지 겪는다. 후카세는 과연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기 위해 히로사와의 고향집과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알지 못했던 친구의 본 모습을 알아간다.


후카세는 히로사와를 알아갈 수록 그가 대단한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각종 운동에 소질을 보이고, 야구는 거의 선수급이었다. 커다란 덩치와 공부실력으로 많은 여학생들이 그를 좋아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따돌림을 당하거나 약한 사람들을 보면 그를 보호하며 친구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그들과 같은 낮은 단계로 내려가 친구가 되기에 상대는 히로사와가 자신과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알게 된다.


후카세는 히로사와가 동정심 때문에 자신과 친구가 되어 주었고 생각하고, 자신과 같은 급이었다고 생각하던 히로사와가 사실은 주변에서 인정을 받는 잘 나가는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히로사와의 동정심으로 친구가 된 또 다른 자신과 닮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같은 무리끼리 어울려 다니고, 약한자를 따돌리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것 같다. 어쩌면 이런 비열한 습성을 우리가 일본에게서 배운 것일 수도 있다. 점점 더 사회나 학교가 각자 등급을 나누고 약한자를 무시하고 따돌리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이 소설은 이런 일본의 학교 분위기와 사회 분위기를 예리하게 잘 담고 있는 소설이다. 과연 히로사와는 후카세의 진정한 친구였을까? 아니면 단지 동정심으로 만난 친구였을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시각에 놀라움을 느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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