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 복잡한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
사토 마사루 지음, 신정원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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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역사를 알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과거의 일에 대한 지적 호기심 때문일까? 아니면 과거의 역사를 통해 조금 더 나은 현재를 만들기 위해서일까? 과거 실패를 통해 다시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반복하지 않고, 반대로 과거의 성공을 통해 조금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지만 역사를 통해 그런 시각과 판단력을 기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마치 조각 퍼즐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역사적 사실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리를 어떻게 현대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가지고 나온 책이 있다. 일본인 저자 '사토 마사루'의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이다.
 
이 책의 저자가 역사를 기술하는 가장 큰 목적은 '아날로지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이다. 아날로지란 비슷한 사물을 연관해 내는 사고방식이다. 이것을 역사에 적용하면, 현재의 어떤 사건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연상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사건이 과거의 사건과 닮아 있다면, 과거의 사건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사건을 조금 더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을 독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정리해 해설하고자 한다. 통사적인 접근으로 세계사를 해설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사를 통해 아날로지적인 관점을 기르기 위한 책이다. 아날로지란, 비슷한 사물을 연관해 사고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아날로지적인 사고가 중요한 이유는, 이 사고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면 미지의 사건과 맞닥뜨렸을 때도 '이 상황은 과거에 경험했던 그때 그 상황과 흡사하다'라는 판단과 함께 대상을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4-5


 

저자가 현대를 독해하기 위해 제시하는 역사의 큰 주제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제국주의'이다. 저자는 현대를 과거의 제국주의에서 이어진 신제국주의 시대로 본다. 결국 과거의 제국주의와 신제국주의는 닮아 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에서 발전했다. 자기 국가의 자본을 지키고 팽창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를 무력을 정복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2차례의 세계대전이 발생했다. 신제국주의 역시 다르지 않다. 소련의 붕괴 이후, 이제는 이념보다 자본이 세계를 지배한다. 그리고 자기 나라의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도 서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저자는 과거 제국주의의 전쟁 위험이 현대의 신제국주의 안에서도 존재한다고 본다. 이것이 제국주의라는 키워드로 세계를 읽는 작가의 아날로지적인 사고이다.
 
두 번째는 '민족주의'이다. 저자는 제국주의를 통해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 자신의 국가를 강하게 하기 위해 민족주의, 내셔널리즘이 강조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내셔널리즘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통일된 언어나 문화, 종교 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제국주의하에서는 국가 주도의 통일성을 강조하게 되고, 타민족을 압박하게 된다. 이것을 관주도 내셔널러즘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관주도 내셔널리즘은 양날의 검이다. 이를 통해 통일국가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타민족의 반발을 일으켜 나라가 분열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상황이 근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프로이센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와 체코 등 다른 민족들에게 독일어와 오스트리아의 민족성을 주입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헝가리와 체코가 독립하게 된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구소련과 중국, 심지어는 일본 내에서도 이런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세 번째는 '종교'이다. 저자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이 두 종교의 공통점을 민족성보다 세계종교에서 찾는다. 기독교나 이슬람은 민족성보다는 자기 종교를 통해 세계 통일을 꿈꾼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의 EU와 이슬람의 IS이다. 이들은 민족국가보다는 하나의 통일된 종교적 연맹을 꿈꾼다. 결국 종교와 민족주의는 적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통치자들은 이것을 교묘히 이용해 제국 내의 종교성을 억압하거나, 민족성을 억압하는데 사용했다. 현대의 종교분쟁은 민족주의에 대한 반발로 생겼다. 반대로 저자는 현대의 민족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한 종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의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열리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역사의 전쟁과 사건 속에서 저자는 그것들을 관통하고 있는 커다란 줄기를 찾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과거의 제국주의, 민족주의, 종교가 지금 현대 역사까지 이어지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본다. 결국 이 세 가지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현대에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인 역사학자가 이처럼 넓고 객관적인 역사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아베 정권의 편협한 역사관을 비판하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세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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