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역사소설의 부흥이라고 한두 역사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참 많은 역사소설들이 출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역사소설을 읽었습니다. 저도 역사소설을 좋아해서 어릴 적 집에 꽂혀 있던 월탄 박종화의 [자고가는 저구름아]부터 시작해서, 박경리의 [토지],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 조정래의 [태백산맥]같은 대작들을 읽었습니다.
[태백산맥] 이후 한동안 10권짜리 역사소설이 대세를 이루었죠. [아리랑]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대작 행진 속에, 민족의 아픈 역사를 관통하는 소설들이 계속 출간되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역사소설이 거의 가뭄에 콩 나듯이 한두 편 출간되었습니다. 그나마 한 권짜리 역사소설이 주로 방송매체와 결합된 퓨전식으로 인기를 끄는 정도였습니다. 최근에 다시금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역사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너무 반가운 일입니다. 제가 요즘 읽었거나 읽고 있는 역사소설들을 잠깐 모아봤습니다.
첫 작품은 한때 [토지]를 출간한 적도 있는 솔출판사에서 최근에 출간한 [금강]이란 역사소설입니다. 소설의 큰 줄기는 중종 때부터 임진왜란까지 당쟁이 한창인 때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충암 김정으로부터 시작된 동계라는 조직과 그 조직을 돕는 세 연인의 삶입니다. 연향, 미금, 부용이라는 세 여인의 삶을 통해 당시의 민초들이 겪는 아픔과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가 중종 이후부터의 조선 역사를 아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고, 특히 당시 당파싸움의 정황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국어교사라는 저자의 이력을 알지 못했다면, 역사교사로 착각했을 정도의 방대한 역사적 지식들일 보이는 책입니다. 특히 충 정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매우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책의 저자를 보고 제 눈을 의심케 했던 이병주 작가의 [천명]입니다. 오래전에 타계를 해서 이제는 거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고 있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역사소설에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입니다. 제가 젊은 날에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어제 받아서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지만, 이병주 작가의 소설이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병주 작가는 [지리산]과 [소설 남로당]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대표적인 역사소설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의 사전]과 [바람과 구름과 비]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모두 오래전 드라마로 방영된 이후 관심을 가지고 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바람과 구름과 비]는 구한말 최천중이라는 인물이 새로운 왕조를 세우기 위해 인재를 모으는 내용입니다.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줄기 속에, 작가가 창조한 최천충이란 인물이 임오군란, 갑신정변과 같은 굵진한 역사적 사건을 뒤에서 조정했다는 허구사실을 넣어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작가 특유의 방대한 스케일과 역사의식이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천명]이란 작품은 임진왜란의 영웅 홍계남이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작품인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작가 특유의 스케일과 역사의식을 기대해 봅니다.
세 번째 책 역시 최근에 출간한 한수산 작가의 [군함도]입니다. [부초]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한때 많은 책을 출간한 작가인데, 한동안 신작 발표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번에 일제시대 때 군함도로 징용을 간 우리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픈 세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지상이란 인물이 아내의 임신을 소식을 듣고 징용에 끌려가는 부분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게 읽었습니다. 군함도에서 처절한 삶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가의 방대한 조사를 통해 군함도의 역사와 징용의 과정들을 너무나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책은 최근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도 역사소설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역사소설에 포함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1980년 광주의 아픔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검은사슴]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 특유의 섬뜩하고도 예리한 필치가 읽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합니다. 이런 작가의 표현력으로 아직도 우리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아있는 광주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80년 광주보다 그 후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읽다가 너무 마음이 아프고 섬뜩해서 읽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던 소설입니다.
대부분 모두 조선시대부터, 일제시대를 거쳐, 1980년 광주까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그리고 있는 소설들입니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소설들이 다시 출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