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웨인 존슨이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허큘리스]가 개봉한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신화적인 헤라클레스를 인간적인 헤라클레스로 해석한다. 헤라클레스를 한 용병으로 설정하고, 헤라클레스의 몸값을 높이고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해 그를 찬양하는 신화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 꾼 동료를 등장시킨다. 이 영화에서 헤라클레스가 펼치는 싸움이 이 이야기꾼에 의해서 신화화되고, 우리는 그런 신화화된 헤라클레스를 알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기본 모티브이다.
[허큘리스]와 비슷한 관점에서 그리스 신화를 바라보는 영화가 조금 더 오래전에 개봉한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트로이]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전투에 천부적인 솜씨를 가지고 있는 전사이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그를 신적인 존재로 본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전투 중에 발목(아킬레스건)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 후 최후를 맞게 된다. 불사의 존재인 아킬레스를 인간 아킬레스로 해석한 영화이다.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매트리스]란 영화 역시 해석과 관련된 영화이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상징들로 똘똘 뭉쳐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네오가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관점을 두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매트리스 안의 가상세계가 실재 존재하는 세계로 생각했으나, 모피어스를 만난 후 실재의 세계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가상의 세계 대신 실재 세계를 선택한다. 결국 네오의 삶은 그가 세계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해석학과 관련되어있다. 해석학이란 원래 그리스에서 신탁을 해석하던 것에서 시작되어, 성서를 해석하면서 발전하였다. 앞의 두 영화 [허큘리스]와 [트로이]는 근대적인 해석학의 경향을 설명해 주는 좋은 소재이다. 근대 이후부터 이성적인 사고와 진화론적인 사고가 중심이 되면서, 고전을 해석할 때도 신화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이성의 틀안에서 해석하려는 시도가 지배적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신학자인 불트만이다. 그의 사상을 '탈신화화'라고 한다. 그는 성서를 해석할 때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신적인 모습을 제거하거나, 성서의 신화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인간 예수를 찾아내려고 했다. 현대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인 모습을 제거하고 인간 예수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나 책들은 대부분 이 사상을 근거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해석학들의 책은 이런 해석이 성서를 바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고 현대신학자들 중 많은 학자들이 이런 해석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탈신화화의 해석의 전제는 이성적인 틀 안에서 신의 존재를 배제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전제를 가진 해석으로 신의 존재를 믿고 성서를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성서를 해석하기를 강요하는 것도, 이성을 수단으로 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근대의 해석학이 고전에 대한 해석학이었다면, 하이데거 이후 해석학은 단순히 고전을 해석하는 범위에서 넘어서 존재자와 세계를 해석하게 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라는 명제를 통해 생각하는 인간, 즉 인식하는 인간에 초점을 두었다. 하이데거는 이런 데카르트의 근대철학이 인간의 존재, 존재자에 대한 초점을 놓치고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하이데거는 이에 인간을 '현존재', 또는 '세계-내-존재'로 해석한다. 즉 인간의 존재를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나 그 세계 속에 존재하는 존재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시간'이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이고, 그럼에도 그 죽음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하이데거는 이런 존재의 상태를 비본래성(inauthenticity)이라고 부른다. 영화 [매트리스]에서 네오가 마치 거짓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는 현실을 외면하는 네오의 동료 사이퍼스의 삶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이런 시간적인 존재와 죽음의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삶을 본래성(authenticity)이라고 부른다.

이번에 아카넷 출판사에서 나온 신승환 교수의 [해석학]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중점을 두어 해석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시작해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해석학적 철학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본래 철학은 삶과 존재를 해석하는 것이기에 해석학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철학자들이 펴쳐간 생각의 체계와 이론에 관계되는 좁은 의미의 학문적 철학이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이해하고 해석함으로서만이 존재할 수 있고 또 그에 따라 살아가게 되는 인간의 근원적 행위를 넓은 의미에서 철학으로 규정한다. 그것은 학문으로서의 철학이라기보다 삶과 존재로서의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은 본질적으로 해석학적일 수밖에 없기에 해석학적 철학이라 부르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성서해석학, 철학적 해석학, 존재 해석학, 해체론적 해석학 등 여러 가지 해석학을 다루지만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분야기 바로 존재 해석학이다.
해석학에 관심이 많아 '폴 리쾨르'의 [해석의 갈등]이라는 책을 비롯한 여러 책들을 구입하여 읽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 학자들에 의한 해석학 개론서가 많고, 폴 리쾨르의 저작은 너무나 방대하고 난해하여 아직까지 완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참에 한국 학자의 연구에 의해 집필된 해석학 책이 출간되어, 이 책을 통해 더 쉽게 해석학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