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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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신간 [블러드 온 스노우]가 출간되었다. 원래 이 책은 요 네스뵈가 쓰고 있던 [납치]라는 소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납치]에서 주인공은 스릴러 작가인데 1970년대에 [블라드 온 스노우]와 [미드나잇 선]이라는 소설을 섰던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요 네스뵈는 소설 속의 소설을 실제로 출간하려는 엉뚱한 생각으로 이 책을 섰다고 한다. 결국 허구의 소설 안에 있는 허구의 소설을 다시 허구의 소설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평상시의 요 네스뵈답지 않다. 우선 요 네스뵈의 책은 두껍다. 그리고 그 두꺼운 소설 안에 치밀한 구성과 반전이 촘촘히 얽혀 있다. 보통 스릴러 소설과 다르게 두 가지 사건이 얽혀 있고, 반전 역시 두 번 이상 일어난다. 그런데 이 소설은 매우 심플하다. 살인청부업자인 올라브가 보스에게 자신의 아내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스의 아내를 살해하려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이 구조이지만 앞에 이야기 한 것처럼 그 단순한 구조 속에 허구의 세상이 존재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떠오르는 영화 이미지가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상영된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보스인 강 사장(김영철)은 자신이 신임하는 부하인 선우(이병헌)에게 자신의 젊은 애인(신민아)을 감시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선우는 보스의 애인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빼앗겨 거짓 보고를 하고 이로 인해 보스에게 버림받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주인공이 죽으면서 독백처럼 떠올리는 이야기 속의 스승과 제자의 대화 내용이다.

어느 날, 제자는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제자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스승은 걱정이 되어 제자에게 물었다.
"왜 우느냐?"
"꿈을 꾸었습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어떤 꿈을 꾸었느냐?"
"아름다운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은 기이하여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이하여 눈물을 흘리느냐?"
그러자 제자가 답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요 네스뵈의 소설 속의 주인공인 올라브와 달콤한 인생의 영화 속의 이병헌은 모두 아름다운 꿈을 꾼다. 그것은 보스의 여인을 사랑한 것이다. 여기서 이들의 사랑은 성적인 욕망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삶이 너무나 처절하기에 그 처절함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처절함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욕망은 허구를 향한 욕망이다. 실제로 있지는 않는 그들의 환상 속에서 존재하는 세상과 인물과, 사랑을 욕망한다.

주인공 올라브의 사랑을 소설 속의 이야기 구성이 아닌, 그의 성장과정으로 분석하면 크게 세 명이다. 첫 번째는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며 고통을 당한다. 올라브가 컸을 때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고통해서 해방시켜 준다. 그 후 그는 포주나 살인청부업자를 하지만 여자를 때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학대 당하는 여성을 보면 못 견뎌한다.
그래서 마리아라는 여성을 사랑한다. 마리아는 농아이면서 창녀인데 마약쟁이 남자를 만나 그 빚을 갚기 위해 구타를 당하며 몸을 판다. 올라브는 그 광경을 못 견뎌 마리아를 구해주고 대신 빚을 갚는다.
마지막 대상은 보스의 애인이다. 흰 눈처럼 하얀 피부와 고양이와 같은 우아한 자세를 가진 그녀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녀 역시 보스와 보스의 아들에게 학대를 당한다. 결국 올라브는 그녀를 구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한 목숨을 건 대결을 한다.

문제는 이 세 명의 여성에 대한 올라브의 욕망이 모두 허구라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했고, 마리아도 마약쟁이 남자를 사랑했다. 보스의 애인 역시 앞 의 두 명의 여인처럼 올라브의 도움을 바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올라브가 꿈꾸던 사랑은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만들어진 사랑이며, 그만이 꾸었던 달콤한 꿈이었다. 그리고 올라브는 그 달콤한 꿈속에서 죽어간다.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독백처럼 이 소설에서도 올라브는 죽으면서 어머니에게 마지막 독백을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이젠 죽을 수 있어요, 엄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더는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가 없어요. 이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지어낼 순 없을 거예요."(P192)


결국 올라브 역시 달콤한 꿈을 꾸었고, 그 달콤한 꿈속에서 죽어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달콤한 꿈이 슬픈 인생일까? 비록 결말은 슬프지만 눈과 피, 그리고 꿈과 현실의 이중적 대비가 색다른 아름다움을 구성해 내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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