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 - 내 안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자아 관리법
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교적 무난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커다란 좌절을 맛 본 시기가 군대에서였다. 많은 동기들끼리 논산훈려소에서부터 함께 지내다가 상급부대를 거쳐 하급부대까지 내려갔을 때 남은 동기는 한 명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 둘은 훈련소에서부터 2년이 넘는 군생활을 함께 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나와는 성격이 영 반대인 것이다. 유들유들해야 하다고나 해야 할까. 이 고참, 저 고참 비위를 참 잘 맞추었다. 이 친구 입에서는 보통 이런 말들이 자주 나왔다. "김병장님! 어떻게 이렇게 일을 잘하시지 말입니다!" 후임병들을 다루는데에도 능숙했다. 후임병들에게 하는 말은 "내가 너희들때는 말야..." 주로 이런 말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군대생활에 특화된 인격을 가진 친구였다. 반면에 나는... 이 부분은 글로 쓰면서도 참 미적거리는 부분이다. 고지식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는 고참들에게는 버릇없는 후임병이었고, 후임병들에게는 만만한 고참이었다. 그래서 군대있는 동안 내 자신의 인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행히 시간에 여유가 있는 업무를 했기에 많은 책들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 때 처음 프로이드와 융의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격과 무의식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심리학 책들을 통해 인격과 무의식에 대한 많은 성찰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학문적인 개념들을 내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일본인 저자인 다사카 히로시가 쓴 [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이란 책을 읽으며 다시금 내 자신의 인격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중인격'이라는 개념을 인터뷰 형식으로 읽기 쉽게 풀어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저자가 이야기 하는 '다중인격'이 그동안 우리가 알던 상식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다중인격, 한 사람 안에 여러 가지 인격이 있는 사람들을 건강하지 못한사람으로 생각한다. 더 심하게는 정신병자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인격이 있고, 오히려 이런 여러 가지 인격을 가진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그는 이렇게 여러 가지 인격을 가진 사람이 사회에서 성공을 하고, 큰 인물이 된다고까지 말한다.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우리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인격을 유용하게 변화해야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상사로서 너그럽게 부하 직원을 대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강하게 이끌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말씀하신 그런 인상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다른 말로 하면 '그릇이 큰 리더'가 별로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릇이란 말의 진짜 의미는 '자기 안에 몇 개의 자신, 몇 가지의 인격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예전부터 그런 능력을 갖춘 이들을 '그릇이 큰 정치인', '그릇이 큰 경영자'로 불러 온 것입니다."


반면에 하나의 인격만을 가지고, 자연스러운 인격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하나의 강한 인격에 의해 다른 인격들이 억압되어 있는 사람은 건강하지 못한 인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입장이나 상황에서 쓰는 가면이 특히 너무 단단하면 다른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페르소나가 단단하다는 의미는 어떤 하나의 입장이나 상황에서 쓰고 잇는 페르소나를 변화에 맞추어 다른 페르소나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없다는 뜻이예요. 입장 혹은 상황이 다랄짐에 따라 하나의 인격을 다른 인격으로 유연하게 교체할 수 없다는 의미인 것이죠. 반대로 페르소나가 단단하지 않은 사람, 즉 인격이 유연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하나의 인격에서 다른 인격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다중인격은 심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정신적인 해리성장애(한 인격이 다른 인격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과는 다른 것이다. 저자는 한 인격 안에서 다른 여러 가지 인격이 통합을 이루며,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을 건강한 인격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우리의 숨겨진 인격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택한다. 내 인격과 성격에 맞는 일을 고르고, 그렇지 않은 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를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행동이 다양한 인격개발을 막고, 자신의 인격을 억압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그 일을 해가며 그 일에 맞는 인격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런 인격을 개발하는 법에 대한 쉽고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하나의 인격을 가진 사람을 정직한 사람으로 보고, 다양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을 이중인격자나 기회주의자라고 비난을 했다. 그러기에 어떤 상황에서나 한 가지 변함없는 인격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다양한 인격으로 상황과 사람을 대처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삶이 아닌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다. 너무나 쉽게 다양한 인격을 상황에 맞게 전환시키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하나의 인격 안에 여러 가지 인격이 통합되며, 부드러운 전환이 있을 때 그것이 건강한 인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인격은 저자의 말처럼 자신을 훈련하고 단련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철학에서 칸트의 인식론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 부른다. 칸트의 철학이 태양을 비롯한 하늘이 돈다는 천동설의 기존개념을 깨고,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사상처럼 획기적이기 때문이다. 다중인격을 긍정하고, 이를 개발할 것을 조언하는 저자의 주장은 심리학적인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우리가 거부하던 다양한 인격에 대한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고 있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심리학 서적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가 다중인격에 관련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인격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는 책이다. 철학에서 칸트의 인식론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 부른다면, 이 책은 '심리학적 전회'라고 부를만큼 기존의 상식을 뒤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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