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는 왜 후진하는가 - 반 글로벌 사회 정치 문화
이만희 지음 / 인간사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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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한참 일본 문화 배우기가 열풍이었다. '국화와 칼'이라는 책, 전여옥의 일본에 관한 책, 그리고 이규형 작가의 일본 사무라이 문화에 관한 책들이 있기였다. 당시는 어떻게든 일본을 배우고,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 국가적인 과제가 되는 시기였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 한다. 이제 일본의 위기를 보면서 우리에게 닥칠 위기를 대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일본에서 교수로 제직한 저자가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왜 일본이 몰락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현재 일본의 모습만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시작과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왜 일본이 이런 몰락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 한다.


먼저 저자는 일본의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유를 '글로벌화'라고 제시한다. 일본이 국가적인 체계를 갖춘 것은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야마토 정권이 세워지면서 부터이다. 당시 야마토 정권은 국가로 부르기에는 너무나 작은, 일본의 한 지역을 다스리는 세력이었다. 그런 야마토 정권이 백제를 비롯한 당시 선진국의 문물과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급속이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불교세력과 토착종교세력, 즉 글로벌화를 지지하는 세력과 수구세력간에 세력다툼이 벌어진다. 결국 글로벌화를 지지하는 세력이 승리하면서 야마토 정권은 국가적인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다.


그 후 일본의 역사는 이런 글로벌화를 받아들이는 세력과 이를 거부하는 세력과의 다툼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전자가 승리를 잡을 때 일본이라는 나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메이지유신이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개방 이후 밀려오는 서구세력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스스로가 체제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물론 과거처럼 이 과정에도 글로벌화 세력과 보수세력간의 다툼이 있었지만, 결국 글로벌화 세력이 승리를 햇다. 그리고 일본이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며 급격히 세계강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전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패전 이후 일본의 발전방향을 수출중심의 국제주의에서 찾자는 세력과 국내 자원개발을 우선순위로 두는 개발주의의 대립이 있었다. 그러나 전후 첫 수상인 요시다 수상의 국제주의가 승리하면서 일본은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 경제 강국이 되었다.


이런 과거를 가지고 있던 일본이 고도의 경제성장 이후 성공에 안주하면서 점차 반글로벌화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 과정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왜 일본은 이렇게 추락했는가? 그것은 한 마디로 5-80년대의 고도 성장에 도취한 나머지 사회, 정치, 문화가 외형적으로는 글로벌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 글로벌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비교해 보자. 당시는 3위와의 격차가 컸기 때문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걸어도 2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안주하여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정보화의 물결을 타고 달려드는 토끼에게 추월당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P65-6)


저자는 자신이 직접 일본에 살면서 느꼈던 일본의 반글로벌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일본의 조직문화이다. 일본은 철저하게 위계질서적 관료문화가 강한 나라이다. 따라서 개인이 어떠한 상황을 결정한 권한이 없고, 개인 역시도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윗선에서 그 결정이 내려올 때까지 계속해서 기다려야 하며, 이로인해 일처리의 속도가 매우 늦다. 이것은 일본 사회 전반적인 '매너리즘'을 낳게 하고, 일본 사회를 정체하고 후퇴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태'를 이야기 한다. 일본에 쓰나미가 닥치고, 원전이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될 때도 일본의 관료들을 이것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윗선의 지시를 기다리고, 계속되는 서류작업과 절차작업에 매달리며 시간을 허송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재민들의 숙소를 짖는데도 거이 5-6개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의 결과 일본의 경제가 침체하면서 더 반글로벌화적인 아베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저자는 아베 노믹스의 성과가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의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아베 노믹스는 인기영합 정책이며, 아베노믹스의 핵심이 금리인하와 엔화풀기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강하다고 말한다.


그 이후 자리잡은 것이 고객 만족형 모델이다. 기업의 성장으로 전략적 자원 배분은 없어졌으나, 정부가 계속 기업의 행동에 간섭하는 형태이다. 경기가 활성화되면 정부로서는 굳이 특정 고객이나 산업을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장기 침체로 국가 경영 능력이 의문시되자 정부는 특정 고객을 만족시키는 모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지 기반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이 모델은 정경유착, 그리고 취약한 부문(농법과 같은)등의 특정 고객을 배려하는 국가 경영을 낳는다. 어떤 의미에는 인기영합우의에 가깝다.

아베 정궈느이 '아베 노믹스'는 고객 만족형 국가 경영의 단면을 보여 준다. 대기업과 유착하면서 그들의 법인세 감면, 지방의 공공사업 발주 요구, 농업 부분의 구조 개혁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 경영 능력이 취약한 정권으로서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어쩔 수 없느 ㄴ선택이다. 이것이 일본이 재정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현재 일본의 공공부채는 GDP의 235%에 달하고 있다. 그 반면에 한국의 공공 부채는 2014년 현재 GDP의 64.5%정도에 달하고 있다. (P82-3)


전 경제 산업성 고위 관료는 아베 노믹스가 아베를 중심으로 한 매파 폭주조이 주도하는 잘못된 국가 경제의 표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으려는 정치화된 수단에 불과하다고 본다. 아베 수상은 매력적인 비전을 보얏으나, 전혀 소용없는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따. 예컨대 국민의 높은 기대를 유지하기 위하여 제시한 지방 경제의 부활이 그것이다. 불경기는 개선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도교 중심의 주가 상승을 업적으로 제시한다. 그 관료는 아베 수상이 아벡 노믹스를 통하여 국민을 마약 중독자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분명히 아베 노믹스는 잘못된 정책으로 실패할 것이고 시장졍제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경제학자는 아베 노믹스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비정동적인 양적 완화는 자기 파괴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아베 노믹스를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조롱했따. 역설적으로 양적 완화 이후 수출은 감소하고 불황은 더욱 심각해졌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사실 그렇다. 또 다른 학자는 아베 수상이 아베 노믹스를 통하여 국가 경제를 고위험 도박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P194)

 

저자는 아베 정권이 계속해서 정권을 잡고 있는 한 일본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의 성장과정과 침체 과정,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들을 보면서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우리와 닮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경제성장 이후 일본사회가 빠져 있던 위계질서적인 관료사회, 그리고 이로 인해 오는 매너리즘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지금 우리의 분위기이다. 이런 일본사태의 위기가 동일본지진과 원전사태로 나타났다면, 우리 사회의 위기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건에서 나타났을 것이다. 아베 정권이 이렇게 나타난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하기 보다는 금리인하나 엔화풀기 등 기업이나 지지세력의 이익에 맞춘 인기영합정책을 쓰는 과정 역시 우리와 닮아 있다. 마지막으로 아베 노믹스의 금리인화를 통한 내수진작과 같은 정책의 부작용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일본의 성공을 배웠으면, 이제 일본의 위기를 보고 대처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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