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넷에서 출간한 데리다의 신앙과 지식이라는 책의 앞 부분에는 이 책의 역자인 쓴 해제가 실려있다. 이 해제의 제목은 '데리다의 오늘, 오늘의 데리다'이다. 역자는 이 해제에서 데리다가 [신앙과 지식]에서 언급한 기존 사상가의 책의 내용과 데리다의 사상을 비교하고 있다. 사실상 데리다의 [신앙과 지식]이라는 책을 이해하는데에 필수적인 요소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 먼저 언급된 책은 헤겔의 [믿음과 지식]이다. (역자의 글에서는 이 책을 '신앙과 지식'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데리다의 책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 번역된 제목인 '믿음과 지식'이라고 나름대로 바꾸어 부르기로 햇다.) 헤겔이 [믿음과 지식]에서 추구한 종교는 '사변성'이다. 그는 칸트 이후의 계몽주의 사상이 종교를 해석함에 있어 이성으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을 비판하고, 이성의 안에 가두는 종교는 제대로 된 종교가 아니라고 말하며, 경험적인 종교를 사변적인 종교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언급된 책은 칸트의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이다. 칸트가 추구한 종교는 '도덕성'이다. 사실 칸트가 헤겔 이전의 철학자이고, 헤겔의 종교에 대한 사상은 주로 칸트의 종교에 대한 사상에 대한 비판이다. 그럼에도 역자는 헤겔의 사상을 먼저 언급한 후에 칸트의 사상을 언급한다. 그것은 데리다가 헤겔의 사상 보다는 이성의 한계 안에서 종교를 해석하려 한 칸트의 사상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칸트는 신의 존재나 초월적인 것에 대한 탐구는 이성 밖으 것으로 보고, 이성 안에서 종교를 탐구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성 안에 있는 것은 신의 존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칸트가 주로 선의지나 정언명령 등으로 언급한 인간 안에 있는 도덕성이었다.


세 번째 언급된 책은 베그르송의 [도덕과 종교의 원천]이다. 베르그송의 추구한 종교는 '신비성'이다. 베르그송은 종교의 두 가지 원천을 닫힌것과 열린것,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기독교를 전자에서 후자로 나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데리다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도 어급한다. 데리다는 이 세가지 사상가 모두 기독교적인 종교에만 갇혀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세 사상가를 뛰어넘은 사상가를 하이데거로 보았다.


기독교는 한계의 철학자 칸트에게는 유일한 도덕적 종교였고, 전체성의 철학자 헤겔에게는 사변적으로 재건되야 할 수난의 종교였으며, 생명의 철학자 베르그송에게는 정적 종교에서 동적 종교로의 도약에 성공한 유일한 신비의 종교였다. 데리다 텍스트의 제목에 기입된 세 명의 저자 모두에게 기독교는 범례이자 예외였던 것이다. - 중략 - 그렇다면 기독교적 예외에서 벗어나 종교를 사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ㄹ일까? 데리다가 보기에 마르크스에서 니체, 프로이트로 이어지는 계열에서 가장 멀리 나간 사상가는 하이데거다.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는 기독교적 모티브를 제거함으로써 존재신학 너머의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 본문 중에서-


해제를 읽으면서 데리다가 [신앙과 지식]에서 언급하려는 방향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데리다는 그동안 플라톤적 사고로 지배했던 형이상학적이고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것 대신, 칸트의 이성과 신앙의 선긋기의 시각에서 종교를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즉 신비적이고 사변적인 것을 제거하고 현상 안에서 종교를 보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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