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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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프리 디버는 매우 매력적인 스릴러 작가이다. 인기있는 스릴러 작가들마다 모두 자신만의 색깔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 있다. 데니스 루헤인의 묵직함, 할렌 코벤의 예상치 못한 반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스릴러 작가들의 어두운 심리 묘사까지... 개인적으로 제프리 디버의 매력은 사건의 현장 속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을 읽는 순간 독자는 마치 마법처럼 제프리 디버가 창조한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인질사건을 다룬 [소녀의 무덤]을 읽다가 내가 그 인질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이처럼 제프리 디버의 소설이 현장감이 있는 것은 그만큼 그가 소설을 쓰면서 치밀하게 그 상황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도로변 십자가]라는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주변에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꼭 읽어보라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터넷 공간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표현하기 위해 제프리 디버가 들이고 있는 노력은 너무나도 세밀하며 치밀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들였을 노력보다, 그 배경을 위해 들였을 노력이 몇 배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다. 아마 10년이 지나도 이 작가의 현장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제프리 디버가 창조한 '링컨 라임'형사와 그의 파트너 '아말리아 색스'등과 함께 알려진 '캐트린 댄스'이다. 링건 라임 시리즈의 [콜드문]이란 작품에서는 이 세 명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그녀는 뛰어난 동작분석가로서 대화 중 상대방의 몸짓을 보고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건은 켈리포니아 1번 도로를 순찰하던 경찰이 도로 주변에 조잡하게 세워진 십자가와 그 앞에 놓이 장미꽃 다발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이 곳에서 사고로 죽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한 십자가로 보고 무심히 지나친다. 다만 십자가에 적힌 날짜가 내일이라는 것에 조금 꺼림직할 뿐이다. 그런데 이 십자가는 사건에 대한 예고였다. 다음 날 근처에서 테미 포스터라는 매력적인 여학생이 자동차 트렁크에 갇혀 살해될 뻔 하다가 간신히 구조되었다. 캐트린 댄스는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테미 포스터와 인터뷰를 한다. 테미 포스터는 모르는 사람의 범행일 거라고 추측하지만, 댄스는 그녀의 언어와 몸짓에서 무언가를 감추며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후 댄스는 테미포스터의 노트북을 조사하다가 그녀가 칠턴 리포트라는 곳에 글을 남긴 것을 발견한다. 그곳은 칠턴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로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과 그에 대한 댓글들이 실려져 있다. 테미는 그곳에서 얼마전 같은 학교 여행생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숨지게 한 '운전자'로 불리는 남학생에 대한 비난의 글을 올렸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금 도로변에 십자가가 세워지고 같은 불로그에 운전자에 대한 비난의 글을 올린 켈리가 살해될 뻔 한다. 댄스는 운전자로 불리는 '브리검'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쫒지만 그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이다. 그리고 칠턴의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대상들이 차례로 살해를 당한다.



제프리 디버는 이 소설을 통해 살인범을 쫒는 스릴러적 재미와 함께 현대 인터넷 문화가 얼마나 왜곡되더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현대의 대중들은 인터넷에 올라 온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그래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감정적으로 사건을 해석한다. 우리나라 역시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건, 얼마 전에 발생한 캣맘 살인사건 등에서 대중이 얼마나 단순하고 감정적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흔히 이야기 하는 신상털기를 통한 마녀사냥식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대중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블로거의 인기만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점점 지면 신문들이 사라지고 인터넷 기사가 그것들을 대치하면서, 자극적이고 왜곡된 기사들만이 넘쳐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이 올려져 있는 블로거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는 알게 모르게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제프리 디버는 이 소설에서 이런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현대의 블로거 문화와 인터넷 문화의 어두운 단면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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