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던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9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네이게이션이 보편화 되기 전까지 주변사람들에게는 나는 '길치'로 유명했다. 한 두 번 간 길은 어김없이 헤매였고, 같은 길을 열 번 정도는 운전을 해야 어느 정도 길에 익숙할 정도였다. 심지어 새로운 일터에 출근할 때는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잘못된 길을 헤맨 적도 있었다. 이런 내게도 희한한 능력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지도를 보는 능력이었다. 어떤 위치에서도 지도를 보면 내가 있는 곳을 단번에 손가락으로 집을 수가 있었다. 이런 내 능력에 놀란 사람들은 내가 왜 길치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독도법의 소유자가 옆 사람의 복장을 터지게 하는 길치라니...


곰곰히 내 자신을 분석한 결과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뛰어난 직관능력 때문이었다. 나는 어디를 운전하든지, 이미 머리 속에 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내가 갈 길을 이 길이라고 확신을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떤 것도 무시한다. 표지판도, 주변 사람의 잔소리도... 오직 내 직관 능력만 믿고 간다. 그러다보니 전혀 엉뚱한 길을 들어서도 그 길이 맞다고 계속해서 앞으로 가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나도 반성을 할 줄 아는 인간이기에 어느 순간 내 직관능력에 대해 점점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내 차로 동료들과 함께 모임의 장소로 가던 중이었다. 이 날도 역시 내 직관 능력은 나에게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확실하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로 인해 여러 번 고생을 한 동료들은 목적지가 나오지 않자 분명히 길을 잘 못 들어섰다고 차를 돌리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결국 나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차를 돌렸다. 한 시간이나 길을 헤매인 후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서야 차를 돌린 지점이 바로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역시 내 직관능력은 틀림이 없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우격다짐에 스스로의 직관능력을 믿지 못한 결과였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트라이던트]라는 소설의 서평을 쓰는 과정에서 서론이 길었다. 여기 또 한 명의 뛰어난 직관능력을 가진 수사관이 있다. '아담스베르그'형사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아니라고 할 때도 뛰어난 직관 능력으로 수사를 밀고 나가 사건을 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직관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고, 동료들도 그의 직관능력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 그의 직관능력을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한 여성을 살인사건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 사건이 갑자기 그의 뇌를 자극한다. 그 날 저녁 그는 도시의 골목을 걷다가 우연한 공연 포스터를 발견한다. 그리스 신화의 바다의 신 포세이돈(또는 넵툰)이 세발작살(크라이던트, 개인적으로는 삼지창이라는 표현이 더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을 들고 바다에서 나오는 장면의 포스터였다. 이 두 이미지가 그의 직관능력을 자극하고, 그는 신문의 살인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죽은 여성의 시신에서 배에 세 군데 상처가 나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이 사건이 오래 전에 자신의 동생을 살인자로 누명을 씌었던 퓔장스 판사가 저지른 것이라고 확신한다. 


퓔장스 판사는 어린 시절 자신의 고향의 대저택에 살던 노인이었다. 그는 세발작살로 동생의 애인을 살해하고 동생에게 누명을 씌웠다. 그는 워낙 막강한 권한을 가진 판사 출신이기에 누구도 그를 범인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지만, 아담스베르그는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퓔장스판사의 행적을 쫓으며 그가 가는 곳마다 세발작살 자국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18년 전 퓔장스판사가 죽은 후부터 그 사건을 잊어버렸다. 아담스베르그는 이 두 가지 이미지를 통해 죽은 퓔장스판사가 다시 부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직관을 믿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가 퓔장스판사에 집착하다가 망상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수사가 교착 상태에 빠지던 중 그는 동료들과 함께 캐나다로 연수를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솔길을 산책하던 중 미모의 '노엘라'라는 여성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저녁 그는 술기운에 정신을 잃고, 2시간 반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 시간에 노엘라는 세발작살 자국을 남긴채 살해 당한다. 아담스베르그는 퓔장스판사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캐나다까지 쫓아와 노엘라는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아담스베르그가 퓔장스판사에 집착하다가 자신이 퓔장스판사의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그는 살인자로 몰려 도망을 다니게 되고, 점점 자신의 직관 능력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과연 지금까지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내가 그녀를 죽였는가? 퓔장스 판사는 내 안의 무의식이 만든 또 다른 나인가? 마치 바다 속에서 넵툰이 세발작살을 가기고 나타나듯, 내 무의식에서 퓔장스 판사가 세발작살을 들고 노엘라는 죽였는가? 아담스베르그는 점점 자신의 직관능력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살인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과연 퓔장스 판사는 죽은 후 부활을 했을까? 아니면 그는 단지 아담스베르그가 만들어낸 망상일 뿐일까?



어설픈 직관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얼마 전까지도 친구들끼리 모이면 마피아 게임이라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피와와 경찰과 시민으로 나뉘어지고, 누가 마피아인지를 밝혀내는 게임이다. 여기서 주변 사람들의 논리력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논리보다 직관을 중요시한다. 나는 논리적인 증거보다 나만의 직관으로 범인을 지적한다. 내가 마피아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마피아인 것이다. 결론은? 대부분 틀렸다! 그럼에도 다음 게임에서 나는 또 내 직관을 믿는다. 어설픈 직관으로 인해 그렇게 곤욕을 치루고서도...


모두들 뛰어나다고 인정하는 아담스베르그 형사를 보면서 왜 나는 어설픈 내 직관능력이 떠오르는 것일까? 헤어진 연인인 '카미유'가 부하 형사인 당글라르와 만나는 장면을 보고, 그는 당글라르가 카미유의 숨겨둔 남자라고 믿는다. 그러다가 카미유가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고 믿는다. 순간의 직관을 전부로 믿는 모습이다. 그런데 사건해결에서는 왜 그 직관력이 맞는 것일까? 


프레드 바르가스의 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는 [트라이던트]로 처음 접했다. 그러기에 아직 그의 뛰어난 직관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트라이던트에서는 그의 직관능력보다는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의 직관능력을 보완하는 논리적인 보조관 당글라르, 누나처럼 그를 보호해 주는 한 덩치 하는 부하직원 르탕쿠르, 항상 그의 마른 엉덩이에 관심이 있는 클레망틴 할머니와 할머니 해커 조제트, 그를 감싸는 상관인 브레지용까지... 그의 어설픈 직관능력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빛을 발한다. 물론 사건의 해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의 직관능력에 있지만...그의 어설픔을 훌륭한 부하인 당글라르나 르탕쿠르 조제트....클레망틴, 브레지용... 물론 이 모든 도움은 아담스베르그가 끝까지 자신의 직관 능력을 믿었기에 가능했을 테지만... 이것이 프레드 바르가스의 다른 작품에서의 아담스베르그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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