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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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오브로마]는 콜린매컬로가 평생을 걸쳐 쓴 로마 공화정 말기를 다루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당연히 주인공은 이 시대의 걸출한 영웅이 '케이사르'이지만, 소설은 로마 공화정을 혼돈으로 이끌었던 두 인물 '가이스우 마리우스'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1부에 해당되는 [로마의 일인자]의 주인공은 거이 '마리우스'였다. 그는 로마 역사상 아무도 가능하지 않았던 7번의 집정관이 된다는 예언을 듣고, 이탈리아 촌놈으로 불리는 한계를 뛰어넘고 6번의 집정관이 된다. 그가 이런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쪽에서의 누미디아의 위협과 북쪽에서의 게르만 민족의 위협 때문이다. 특히 게르만 민족은 80만명의 대군으로 남하하면서 아라우시오 전투에서 로마의 18개 군단을 전멸시키고 10만명의 사상자를 낸다. 로마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이런 참패는 전쟁 영웅이었던 마리우스를 7번의 집정관을 연임하게 했다. 예언에 의하면 마리우스는 아직 한 번의 집정관이 더 남아 있었다. 


그러나 2부에 해당하고 [풀잎관]은 노쇄한 마리우스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이제 60이 넘은 나이이고, 뇌졸증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특히 로마의 위기가 사라진 지금 그의 개혁안은 모두 좌절되고, 마텔루스나 스카우루스같은 원로원 보수층들은 여전히 마리우스에 대해 적대적이다.




1권은 이런 상황에서 로마의 새로운 위협 두 가지를 암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위협은 지금의 터키의 북동쪽에 위치한 폰토스라는 나라의 '미트라테스 왕'의 위협이다. 미트라테스 왕은 누미디아의 유그라테 왕과 비교되는 인물이다. 당시 소아시아는 서쪽은 로마의 속주로 다스려 지고 있었고, 중앙에는 로마의 동맹국인 비트니아와 갈라티아, 카파도키아, 킬리키아와 같은 나라들이 있었다. 미트라테스 왕은 소아시아를 통일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지고 갈라티아 족장 몇 백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그 후 카파도키아 왕을 독살하고 자신의 아들을 허수아비 왕으로 세우기도 한다. 다만 그는 로마를 두려워하기에 로마의 동맹국인 '비티니아'나 로마의 실질적인 통치 범위에 있는 '킬리키아'와 같은 나라들은 건드리지를 못하고 있다. 이런 위협을 감지하고 있는 사람은 마리우스 뿐이었다.


하지만 집정관이 되기 위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풀잎관을 간절히 원했던 술라는 미트라테스의 위협을 자신의 출세를 위한 중요한 기회로 삼는다. 그리하여 그는 킬리키아 총독으로 부임하고 그곳에서 4개 군단을 훈련시켜 폰토스와 폰토스의 동맹국인 아르메니아, 그리고 아르메니아의 상위국인 파르티아까지 군대를 파견한다.


다만 1권에서는 술라의 군대와 동방국가 간의 전쟁은 벌어지지 않는다. 폰토스나 아르메니아, 파르티아 모두 로마 군대의 위용을 알고 있기에 감히 술라의 작은 군단과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술라는 파르티아와의 조약을 통해 에우프라테스강(지금의 유프라테스강)의 서쪽은 로마의 영향으로, 동쪽은 파르티아의 영향으로 하는 조약을 체결한다.




두 번째 위협은 이탈리아 안에서 불고 있는 위협이다. 로마는 계속되는 이민족과의 침입에 로마와 연합한 이탈리아 부족국가들의 군사들을 징집했고, 그들에게 무기와 물자를 조달하게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탈리아 부족들에게 로마시민권은 커녕, 그 보다 아랫단계인 라티움 시민권조차 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 국가들은 불만이 커져가고, 심지어는 로마시민권을 가지기 위해 불법으로 로마시민권 명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리기까지 한다.


이에 대해 로마 원로원에서는 '리키니우스 ,무키우스법'을 재정하여 불법으로 로마 시민권을 취득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태형을 가하고, 추방한다. 이 법이 로마에 미칠 커다란 위협을 감지한 마리우스와 동료 루푸스는 이 법을 반대하지만 로마 원로원의 보수세력인 스카우루스와 메텔루스에 의해 이 법이 통과된다. 이로 인해 로마 안에서 불법으로 로마 시민권을 취득한 이탈리아인에 대한 추방과 재산몰수, 태형 등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탈리아의 반란의 불씨가 싹튼다.




이런 반란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나선 사람은 마리우스가 아니라, 파트리키 귀족 가문의 '두루수스였다. 그는 메텔루스와 같이 로마의 보수층을 대변하는 가문의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그러나 아라우시오 전투에서 로마 보수층의 무능과 이탈리아인의 학살현장을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로마가 살아남는 길은 이탈리아와의 완전한 연합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전투에서 같이 생존한 이탈리아인이자 마르시족의 족장인 '실로'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전 이탈리아인에게 로마시민권을 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역사의 스포로 인해 이미 두루수스의 개혁의 실패와 이로 인한 이탈리아 전쟁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역사상으로 두루수스는 그라쿠스 형제와 같은 호민관으로 개혁을 했으나, 또한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암살을 당한다. 콜린매컬로는 풀잎관에서 두루스스와 그의 가문을 향한 어두운 그림자를 복선으로 깔고 있다. 먼저 그의 주변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나중에 원수가 되는 카이피오에게 시집을 보낸 자신의 여동생 '리비아 두루사'가 병으로 죽고, 또한 카이피오의 여동생이자 자신의 아내인 '세르빌리아'역시 죽는다. 결국 자신의 의붓아들과 조카들을 떠맡지만, 저자는 이들에 대한 묘사 역시 술라에 대한 묘사처럼 어두움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풀잎관 1권에서 눈에 띄는 것은 로마 공화정 스스로가 자신의 파멸을 앞 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리키니우스 ,무키우스법'이다. 로마와 이탈리아를 더욱 더 갈라놓고, 빈부의 격차를 더욱 더 크게 하는 이 악법을 보수층의 광기로 통과시킨다. 마리우스와 두루수스, 루푸스 등은 이 법이 통과되면 로마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의 이득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원로원의 보수층들은 하나가 되어 이 법을 지지한다. 로마 원로원과 보수층들은 로마시민권과 그로 인한 권리와 부를 오로지 자신들의 것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빼앗기려 할 때 마치 먹이감을 빼앗긴 짐승처럼 사나워진다. 결국 이 법으로 인해 로마는 갈라지게 되고, 후에 로마 역사상 가장 끔찍한 내전이 벌어지게 된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한치 앞도 못 볼까? 역사적 경험이 없었던 고대 로마인들은 그렇다고 쳐도, 이런 수많은 역사적 진리들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지성화되었다는 현대인들은 왜 이런 실수를 반복할까? 당장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공동체 안에 커져 가는 적대감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왜 반복할까? 조금만 더 멀리 보면 안 될까? 조금만 더 넓게 보면 안 될까?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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