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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호의 악몽 1 ㅣ 버티고 시리즈
댄 시먼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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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막다르고 추운 절벽 끝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밑바닥에 감추어 두었던 것이 나온다.
냉기를 머금은 인간 밑바닥에서 심연의 본성이 올라온다.
이 책은 바로 인간이 맞닥드리는 그런 공포를 이야기 하고 있다.
북극한파가 몰려와서 영하 10도 이하로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날 [테러호의 공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영국에서 1845년 북서항로 개척을 향해 출발한
이리버스호와 테러호의 실제 역사적 이야기를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영국은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대서양 항로대신 캐나다 동쪽 해안과 북극해를 건너 배링해쪽으로 넘어가 일본과 태평양으로
향하는 북서항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북서항로는 영국이 400 년간 걸쳐서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1905년에서야 아문젠에 의해 처음 길이 열리게 된다.
영국의 북서항로개척의 처참한 실패 가운데 이리버스호와 테러호를 이끈 프랭클린 탐험대의 실패가 가장 비극적이었다.
프랭클린과 백여명의 선원들은 북극항해 중 실종되었고, 최근에서야 배의 잔해가 발견될 뿐 살아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책은 북서항로의 아버지라고 불리면서 영국의 영웅적인 존재였던 이리버스호의 함장 프랭클린보다 테러호의 함장 크로지어에게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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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리버스호와 테러호가 캐나다 북쪽섬인 킬 윌리암섬(당시에는 반도로 알려져 있었음)의 북서쪽 빙해가 갇힌 시점서부터
시작된다.
이리버스호의 함장이자 탐험대의 총지휘관인 프랭클린은 크로지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항해를 계속하다가 2년 가까이 빙해 속에 갇히게
된다.
두 배는 출발하기 전에 3년에서 5년 가까이 먹을 수 있는 통조림 식량을 배에 비축했지만, 납품업자들의 비리로 대부분 썩은 통조림이 되어
식량이 고갈되어가는 상황이었다.
밖에는 영하 3-40도의 강추위와 블라자드가 몰아치고, 대원들은 괴혈병과 열양실조로 죽어간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정찰을 나갔던 군인들이 실수로 에스키모 남자를 살해하고, 한 벙어리 여성을 데라고 온다.
크로지어는 이 여성이 에스키모 원주민과의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여성을 살려둔다.
그런데 이 여성이 나타난 이후 빙하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 선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 괴물을 잡기 위해 잠복해 있던 프랭클린과 이리버스호 대다수 장교들이 오히려 괴물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다.
결국 크로지어는 탐험대의 최고 책임자가 된다.
그는 자신 안의 우울증과 알콜중독과 싸우는 동시에, 공포에 떨고 있는 대원들을 이끌고 북극의 한파와 그 한파 속에 있는 괴물과 싸우게
된다.
이 책은 두 고전의 이미지를 오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성경의 요나서라는 부분이다.
성경에서 요나는 하나님이 가라는 방향과 반대인 방향으로 가는 배를 타고 그 배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풍랑을 만난다.
선원들은 이 풍랑을 잠잠하게 하기 위해 요나를 바닷속에 던진다.
이 때 바닷속에서 큰 물고기가 나타나 요나를 삼킨다.
흔히들 이 물고기를 고래라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물고기를 리워야단이라고 부른다.
리워야단은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도 등장하는 바닷속에 사는 괴물이자 사탄을 상징한다.
요나는 삼 일 동안 어두컴컴하고 춥고 냄새가 나는 리워야단의 뱃 속에 들어가 있었다.
이 요나의 이미지는 이리버스호와 테레호 선원들이 갇힌 빙하 속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또한 내면 깊은 곳에 우울증과 파괴적인 성격에 끌려 들어가고 크로지어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인 토마스 홉스이 책인 [레비아단]이다.
영국의 기독교적 전통에서 보면 반항아이기도 한 톱스는 레비아단이란 책을 통해 인간 본성과 이 본성을 통제할 거대한 레비아단과 같은 권력인
국가를 이야기 한다.
크로지어는 프랭클린과 여러 명이 괴물에게 잡혀 죽은 후 예배를 인도하며 성경 대신 레비아단의 한 구절을 읽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장례식 때 레비아단을 인용하며 그들이 맞서고 있는 괴물이 레비아단과 같은 거대한 괴물임을 이야기 한다.
결국 그들을 공격하고 있는 괴물은 외부의 무시무시한 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본성 안에 있는 괴물적인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다.
빙하 속에 갇힌 테러호 속에서 몸부림치는 크로지어의 함장과 선원들을 떠올리면서 이런 상황이 비단 북극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어쩌면 우리 역시 추위와 공포에 내몰리고 있지는 않을까?
10년만의 북극한파가 몰아친다는 추운날 집 안에서 집밖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이 추위에 집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맞닥드리는 추외와 공포에 대해서...
매일같이 우리를 공격하는 살인적인 괴물과 같은 위협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터져나오는 인간 심연의 냉기에 대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몸부림치면 칠수록 빙하에 의해 더욱 더 옥조여 오는 이런 상황을 겪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장르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은 소설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