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뉴스에서 3년 만의 폭설이라고 말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실라 시무카의 [피처럼 붉다]를 읽게 되었다.

내용이 너무나 속도감이 있어 한 나절만에 다 읽을 정도였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눈이 그쳐 있었고, 책 배경이 생각나서 창밖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책은 북유럽 구전동화인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했다.

주인공의 이름 역시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라는 의미의 '루미키'이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백설공주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주인공인 '루미키'는 핀란드의 제2의 도시인 '탐페레'의 유명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녀는 '리히매키'라는 시골 동네에서 부모님을 떠나 혼자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루미키의 생활신조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예리한 관찰력과 주변의 상황에 반응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학교 암실에 들어갔다가 피묻은 돈다발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의 생활신조와는 달리 투카와 카스페르, 엘리사라는 학교에서 잘 나가는 아이들이 벌인 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투카와 카스페르라는 남학생은 엘리사라는 부자 여학생이 자신의 집에서 벌인 파티에 참석했다가 피뭍은 돈을 발견했고, 그것을 학교 암실에서 세탁하는 중이었다.

돈의 주인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사람들이었다.

루미키는 엘리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점점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범죄 조직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루미키가 백설공주로 분장해서 악당들의 파티에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십대들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십대의 로멘스나 낭만은 없다.

서로를 믿거나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루미키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경계하고 세상을 경계한다.

소설은 루미키가 계속해서 사건을 쫓아가면서 그녀의 과거들이 오버랩된다.

무서운 사람들을 피해 옷장같은 곳에 죽은듯이 숨어 있던 기억들...

상자 속에 갇혀 비명을 지르던 기억들...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에게 알 수 없는 이별을 당했던 기억들....

1권에선 그 기억들을 실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런 경험들이 지금은 루미키를 만들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루미키는 학대받은 백설공주였으며, 그녀가 겪었던 삶은 동화 속의 삶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백설공주 이야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릴 적 동화책이나 디즈니의 만화 영화로 낭만적으로만 보았던 백설공주를 다시 생각해 보면 백설공주 역시 잔인한 삶을 살았다.

어릴 적부터 계모의 학대 속에서 자랐고, 결국 계모는 사냥꾼을 시켜 그녀를 죽이고 그녀의 폐와 간을 가져오게 시킨다.

결국 어린 백설공주가 대면해야 했던 현실을 이 책의 주인공인 루미키가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의 기억 중 한 가지만은 분명한 실체를 드러낸다.

그녀는 어릴 적에 두 명의 친구들에게 잔인한 학대를 당했고,

그 학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녀 역시 잔인하게 상대를 보복하는 것 뿐이었다.

백설공주가 계모를 상대했던 방법이기도 햇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면서 세상이 동화와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동화 속처럼 착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살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도 경험하게 된다.

동화 밖으로 던져진 백설공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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