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가끔씩 프랑스 소설을 읽을 때면 어두운 내면의 심리와 잔혹한 묘사로 인해 깜짝 놀라게 된다.

고전으로 인정되는 '사드'의 소설을 비롯하여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카린 지에벨'의 소설까지......

인간 내면의 광기를 극한까지 쫓아가는 그들의 묘사에 섬뜩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악의 숲]이라는 소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소설은 인간 본성 안에 있는 '원시의 광기'를 쫓아가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원시의 광기'를 쫓아가면서 우리는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끔찍한 '광기'들을 대면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판사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35세의 여성 판사 '잔 코로바'이다.

그녀는 겉으로는 뛰어난 여성판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잔은 이런 불안한 심리를 달래기 위해 남성이나 쇼핑, 약에 의존한다.

그리고 남성들은 잔의 외모에 끌리다가도 이런 그녀의 집착에 넌덜머리를 내며 도망간다.

그녀가 최근에 집착하고 있는 남성 '토마'도 마찬가지였다.

잔은 연락이 끊기 토마의 소식을 알기 위해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처럼 위장해서 불법으로 토마가 다니는 정신과 의사의 면담실을 도청한다.

토마의 사정을 알려고 했던 시도했던 도청에서 잔은 우연히 정신과 의사 '페로'와 '요아킴'이라는 자폐증 환자의 면담을 듣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면담을 하러 온 요아킴은 살인을 예고하고, 그 예고한 장소에서 실제 살인이 일어난다.

범인은 여성의 시체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원시적인 제의의식에 따라 시체를 토막내고 먹기까지 한다.

벽에는 피와 배설물로 뜻을 알 수 없는 원시문자까지 남겨 둔다.

잔은 이 사건이 일련의 여성 연쇄살인범과 동일범이라고 추정하고, 그 범인을 요아킴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페로와 함께 요아킴은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쫓던 동료 판사 푸랑수아 텐은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잔은 무리한 수사로 인해 수사에서 모든 권한을 잃게 된다.

결국 잔은 혼자의 힘으로 페로와 요아킴을 쫓아 남미의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잔은 원시의 광기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의 어두운 심리와 광기를 쫓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광기는 친부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먹는 원시의 의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저자는 이런 원시 의식의 근거로 프로이드의 [토템과 타부]라는 책을 제시한다.

인류 최초의 원시부족에서 아버지의 권력과 여자들을 빼앗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의 시신을 먹은 부족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후 그들은 스스로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고 아버지의 시신을 숭배하고,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게 되었다.

프로이드는 이 때 아버지의 살해와 그 시신을 먹고, 아버지의 여자들을 차지하려던 그 본성은 유전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 원시의 광기를 소설의 연쇄살인범의 범행 동기로 제시한다.

 

또 하나 이 소설은 원시부족의 존재를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진화론은 인류가 600~800만년 전 원숭이에서 갈려져 나왔다고 본다.

그 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하빌리스, 호모에렉투스로 이어지고, 호모에렉투스는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으로 나누어진다.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크로마뇽인인 인류의 직계조상이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학설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크로마뇽인으로 이어지는 현 인류 이전에 멸종되지 않은 구 인류가 존재하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직도 원시의 광기가 남아 있다는 끔찍한 가설을 내비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드나 미셀푸코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문학과 철학이 왜 이처럼 인간 내면의 광기를 탐구하는지 조금은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인들은 신이나 종교적 관습을 거부하고 인간을 육체적이고 유전적인 존재로만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육체와 내면의 존재하는 광기의 근원을 탐구하게 된다.

실제로 세련되게 포장된 현대문화에서 여전히 인간의 광기가 존재한다.

수백명을 학살하는 히틀러의 광기,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독재 국가해서의 고문고 살인, 잔혹한 범죄현장 등에서.......

이 소설 역시 중간 부분 부터는 원시의 광기보다는 남미의 정치상황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의 광기가 어떻게 잔혹하게 표출되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소설은 잔혹한 묘사와 인간의 어두운 심리가 많이 묘사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편하지는 않았다.

특히 요아킴의 살인 사건 장면의 묘사에서는 계속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소설 중반 이후부터는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보다는 남미의 정치적 상황이 많이 나오며, 인간의 악의 본성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들춰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인간의 본성의 내면의 끔찍함이 존재하는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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