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남미였어 - 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를 나의 남아메리카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나에게 남미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김창삼 교수의 세계여행기]이다.

아마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여행기일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책꽃이에 있던 몇 권짜리 전집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어린나이에도 저자가 남미를 여행하며 겪은 일화와 사진들을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서 지금도 남미를 연상하면 괘죄죄한 모습에 남미 원주민과 함께 벽돌 집 앞에서 웃고 있는 김창삼 교수의 사진이 먼저 떠오른다.


두 번째는 젊은 시절에 보았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마돈나가 주연한 [에비타]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아르엔티나의 역사와 에바 페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너무 감명받아 '돈 크라이 포미 아젠티나~'라고 노래하는 이 영화의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마지막으로는 최근에 읽은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이란 소설이다.

이 책을 통해 칠레의 굴곡진 역사를 알게 되었고, 남미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또 남미를 기억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김동우라는 저자가 쓴 [걷다보니 남미였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여행을 하는 도중에 남미여행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저자의 특유의 유모와 궁색?맞은 여행기가 꼭 어린시절에 읽었던 김창삼교수의 여행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기점으로 시작하여 남미의 여러 곳을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다.

특히 저자가 트래킹을 좋아해서 남미의 유명한 트래킹 코스와 산들을 걸은 기록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과 함께 저자가 황량하고 거친 산을 오르는 모습을 읽고 있는 동안 마치 내가 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여행 코스 중 저자가 특별히 언급하고 있는 곳이 파타고니아라는 곳이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세계 3대 트래킹 코스로 알고 있던 곳이며, 나에게도 꼭 걷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파타고니아가 하나의 트래킹 코스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7배나 넓은 광활한 얼음과 바람의 지역인 것을 알았다.

저자는 이 파타고니아 발릴로체라는 곳을 트래킹하기도 하고, 토레스 델 파이네라는 곳을 트래킹 하기도 한다.

광활한 산과 벌판을 트래킹하며 텐트에 자기도 하고, 걷센 바람을 맞으며 오르기도 한다.





저자는 남미 여행 중 여러 번 등산을 하는데 그 중 최고의 압권은 남미의 최고봉 아콩가구아를 등산한 것이다.

거이 2주가까이 계속되는 등산에서 결국 거센 바람으로 인해 중간에 등정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후회와 씁쓸한 마음에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고요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적을 베고 누웠다. 아콩가구아의 시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장면마다 송곳 같은 후회가 합리화의 방패를 뚫고 가슴을 찔렀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는 내게 실패자란 낙인을 찍었다.

좀 더 용기를 내야했다. 과감하게 나 자신을 던져야 했다. 말로만 일생일대의 도전이 아니라 진짜 모든 것을 걸었어야 했다. 악천후는 핑계일 뿐이다. 산을 내려온다는 건 곧 육체의 편안함을 약속하는 행동이다. 불편과 고통을 인내하지 못하면 산 아내 평온함은 진짜가 될 수 없는 법이다.

마지막까지 버틴 건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나 자신한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얼굴이 벗겨지고, 진물이 흘러도 정산에 서 보고 싶었다.

산을 내려오자 이런 불같은 의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마음의 중심은 갈기갈기 찢겨 누더기가 돼 있었다. 나 잣니에 대한 확신은 황량한 아콩가구아처럼 건조했다. 이런 비루한 자괴감은 나를 더 깊고 어두운 수령으로 빠드렸다. (P278)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저자의 용기가 부러웠고, 그 여행을 통해 누리고 있는 자유와 사색의 시간이 부러웠다.

그 자유와 사색의 시간을 누릴 수 없는 독자에게 책을 통해 그 시간을 선물해 주는 저자의 배려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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