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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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인생에서 항상 자유의 시간을 갈망했었다.

새벽에 등교해서 자정무렵에 하교해야 하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 시간만 끝나면 마음것 자유를 누리겠다고 생각했었다.

26개월을 묶여있던 군대생활에서도 제대만 하면 진정 자유로운 삶을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정신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1년 간의 휴가만 주어진다면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며 자유를 누리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자유가 주어졌을 때 나는 그 자유에 의해 당황하고 자유 이후에 주어질 시간에 두려워했었다.

마치 군대에서 첫 휴가를 복귀날을 두려워하며 보냈던 것처럼 그렇게 자유의 시간들을 허비했었다.

결국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 자유의 시간을 마음 것 누린 한 여행가가 있다.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의 저자 '마이케 빈네무트'라는 50대의 독일 여성이다.

마이케는 독일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한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서 50만 유로를 상금으로 받았다.

그는 우승하기 전에 상금을 받으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1년 동안 12개 도시를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주어진 돈과 시간을 자신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다.

대단한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유를 누리려면 돈과 시간보다 먼저 그 자유를 쟁취하고 누릴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사실 난, 올해 아무것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면 어찌나 겁이 났어. 그런데 시드니가 멋진 사다리를 놓아주었고 그것을 넘자 마음이 편해졌어. 처음엔 자유가 부담스러웠어 너나 나나 자유가 뭔지 제대로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그렇지만 오늘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지 상사, 부모, 가족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혼자 결정하는 삶 그리고 아무런 계획 없이 생활한다는 것, 물론 불안하고 초초하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신날 거야, 아무것도 잡지 않고 자유로운 손으로 걸으려면 제대로 훈련 해야 할 거야. 언제든지 붙잡을 수 있는 익숙한 난간도, 양옆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막아주는 울타리도 포기해야 할 테니까."

- 본문 중에서(P40)-

 


그렇다고 저자가 주어진 자유를 누리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마이케는 주어진 자유를 통하여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한다.

자신이 정말 맞게 살아온 걸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을까? 여행을 통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인생을 조망하고 점검하려면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데 제겐 두 번의 기회가 있었죠, 작년 여름 50번째 생일과 지금 이 여행, 그러니까 일종의 인생 재고 목폭을 작성하는 거예요. 내가 지금 가진 것, 내게 없는 것,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 기능 상실한 것, 버리고 싶은 것, 더 필요한 것, 한 마디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 본문 중에서 (P114)-

 


마르케는 1년 동안 12개의 도시를 돌며 각각의 도시에서 12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그래서 이 책은 12개의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코펜하겐에서 어린시절의 자신에게 보낸 편지이다.

앞 날에 대한 불안과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10대 자신에게 따스한 충고를 보낸다.

 

"나는 현재 세계 여행 중이야. 열심히 노력하고 계획해서 세계 여행을 하게 된 건 아니야.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되었어, 내 인생의 다른 중요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어찌어찌 그렇게 되었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에게 안심하라고 말하고 싶어. 미래는 걱정하지마, 저절로 널 찾아올 테니까. 모든 게 무의미해 보이고 혼란스럽더라도 너는 잘해낼 거야. 의미 역시 저절로 생기니까. 나는 방금 자전거를 타고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무덤이 있는 아시스텐스 공동묘지를 지나왔어.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에 관해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한 마디로 표현했지.


인생은 순방향으로 살게 되고 역방향으로 이해된다.


그러니 그냥 기다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어떤 길을 가든, 지나고 되될아보면 모든 것이 옳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밝혀질거야.

- 본문 중에서(P217)-

 

 

 

또 이 글에 나와있는 가장 인상깊은 방문지는 샌프란시스코이다.

그녀는 원래 20대 초반에 존이라는 남성과 연애를 했었고, 한 동안 차를 타고 무전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여행의 경유지 중에 샌프란시스코가 있었다.

하지만 여행도중 그녀와 존은 크게 다투고 해어졌기에 그때 그녀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거이 30년만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며 여러 가지 회상에 잠긴다.

그녀의 글을 보며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여행지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녀의 최악의 여행지는 인도의 뭄바이라는 도시였다.

그녀는 뭄바이의 북적거림과 가난, 그리고 계속해서 달라붙는 호객꾼들에게 견딜 수 없어 비명을 질러댄다.

 

"제발 절 좀 여기서 꺼내줘요. 더는 못 견디겠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하루도 더 뭄바이에 있고 싶지 않아요. '여행 블루스'도 이제 그만 추고 싶어요. 지금 절 만난다면 아마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 전 완전히 지치고 예민해져서 계속 짜증만 나고 걸핏하면 화를 내요. 이게 다 인도 때문이예요."

- 본문 중에서(P77) -

 

 

 

그럼에도 그는 점점 도시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따스한 시각으로 그 도시와 그 도시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성장해 간다.


이 책을 읽으며 자유를 누리는 것, 그리고 그 자유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번역이 시원찮으면 그 작품의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반면 이 책과 같이 저자의 통통튀는 글들과 색다른 표현들을 한국어로 멋지게 옮기는 작품들이 있다.

이 책은 독일어로 쓰여진 책임에도 훌륭한 번역으로 한국어로 쓰여진 것처럼 곳곳에 의성어와 감탄사, 비유등이 마치 한국사람의 말처럼 멋지게 표현되어 있다.

멋진 여행칼럼에, 멋진 번역이 좋은 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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