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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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때 지방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었다.

당시에는 남학교에서는 폭력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매일같이 선생님들은 학생을 때렸고, 학생들끼리도 힘센 아이가 약한 아이를 때리며 물건등을 갈취했다.

특히 매달 마다 치르는 모의고사 후에는 선생님의 매질이 시작되었다.

학급간 순위를 매겨서 성적이 우수한 반 담임에게는 보너스가 주어지고, 성적이 나쁜 반 담임은 시말서를 써야 했다. 

그러기에 시험성적이 발표되는 날이면 성적이 나빠서 반 평균을 깍아 먹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모든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빨가 벗겨 엎드리게 한 후 대걸래 자루로 매질이 시작되었다.

물론 아이의 성적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매질이 시작되다 보면 어느 순간 선생님이 이성을 잃고 주먹과 발로 아이를 무차별로 폭행하기가 다반사였다.

그런 모든 장면들이 어린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성인이 되어 우연히 그 학교에 운동장을 간 적이 있었다.

그 학교의 운동장과 주변의 교실들을 보았을 때 다시금 다가오는 압박감이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그 압박감이 생각났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내내 주인공의 압박감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자기를 괴롭히는 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그리고 소년원과 형무소를 거쳐 이제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 폭력의 기억은 계속해서 그를 쫓아다닌다.

특히 주인공이 살해 한 친구의 어머니는 집요하게 그를 쫓아다닌다.

그에게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라며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가 사는 곳이나 일하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그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소문내고 다닌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는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또 다른 폭력이 그를 쫓아다니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묵묵히 그 폭력을 감당한다.

그는 세상을 하나의 패턴으로 본다.

그리고 그 패턴이 매우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서 이 패턴이란 어쩌면 세상의 부당한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그 세상의 패턴은 묵묵히 받아들인다.


주인공 남자에게는 보람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여자친구아 있다.

무슨.. 과찬의 말씀을^^ 항상 삶과 연관이 있는 비비아롬나비모리님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출판사 편집실에서 일하던 그녀는 우연히 그가 투고한 작품을 통해 그를 다시 만난다.

그녀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었다.

그리고 지금은 출판사라는 직장에서 보이지 않는 학대를 받고 있다.


소설에서 남자는 자신 안에 '우주 알'이라는 것이 들어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패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우주 알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자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의 운명, 그리고 여자와의 만남의 운명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초연한듯이 행동한다.

그리고 그 모든 운명을 패턴으로 받아들인다.


소설은 다소 복잡한 구성과 남자 주인공의 난해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구성이나 언어가 아니었다.

남자 주인공이 느끼는 세상의 패턴들......

아무렇지 않게 그 패턴들을 묵묵히 받아들이기에 더 무거움으로 다가왔던 주인공의 압박감.....

우리는 진정 그 세상의 패턴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은 필연이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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