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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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하루키를 좋아하고 그의 작품을 많이 읽었지만...

그의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하루키가 성장기를 보낸 고베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데뷔작의 배경지를 방문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어쩌면 하루키 자신일지도 모르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주인공은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방학이면 고향 바닷가 마을로 돌아 온다.

방학동안은 주로 바닷가의 J바에서 쥐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와 시간을 보낸다.

쥐는 꽤 부유한 집안의 출신이고, 주인공과는 술을 마쉬고 차를 운전하다가 공원의 원숭이 우리에 부딪히면서 친해졌다.

주인공과 쥐는 모두 인생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 고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나와 있지만 않지만 둘 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쥐는 자신이 부자인 것을 비롯해서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다니던 대학도 포기한다.

주인공 역시 그런 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현실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술에 취해 쓰러진 여자를 집에 데려다 준다.

그리고 얼마 후 레코드 가게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를 만난다.

주인공은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점점 그녀의 아픔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은 일관된 스토리는 없다.

마치 하루키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이것 저것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주로 쥐와 바닷가 카페에서 만나 여자와의 관계를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생각, 그리고 자신이 만났던 세 명의 여자의 이야기를 회상한다.

한 명의 고등학교때 사귄 여자친구였고...

다른 한명의 길거리에서 만난 가출 히피 여자였으며...

마지막 한 명의 대학때 여자 친구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살을 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두 가지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데릭 하트필드'라는 작가이다.

이 작가는 책의 처음과 끝에 언급된다.

주인공이자 저자는 그에게서 글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그는 생전에 별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쓸쓸히 죽었고, 그의 묘지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곳에 묻혀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켈리포니아 걸스'라는 노래이다.

어느 날 주인공에게 라디오 디제이가 전화를 걸어 어떤 여자가 그에게 이 노래를 선물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녀가 고등학교때의 친구였음을 알았다.

(그녀가 하루키의 고등학교때 연인인지, 단순히 고등학교때 만나 여자인지는 소설에서 정확히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그녀를 만나려고 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의 이미지와 함께 계속해서 이 노래가 회상된다.



이 책은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알게 해 주는 열쇠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의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그의 소설에서 다시 한 번씩 언급이 된다.

또한 J라는 친구, 그리고 J의 여자 친구도 다시 언급이 된다.

이 책은 하루키가 왜 작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쓰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해 준다.


물론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이 하루키의 감성이 최고조로 녹아 있다는 것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바람소리처럼 들려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일본의 고베에 있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바닷가 냄새가 났고...

바닷가 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바닷가 냄새가 났고...

바람이 하루키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 같았다.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방문했던 소설의 배경 장소 사진을 몇 장 올려 본다.





하루키 소설의 배경이 된 고베의 바닷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J카페의 배경이 된 하프타임 재즈카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친구 쥐가 술취한 채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공원의 원숭이 우리...

그 원숭이는 오래 전에 죽었지만 하루키를 기념하기 위해 원숭이 우리만을 남겨 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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