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본능 -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며 현실을 부정하도록 진화했을까
아지트 바르키 & 대니 브라워 지음, 노태복 옮김 / 부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진화론의 가장 큰 난제는 왜 인간만이 지적인 존재로 진화를 했느냐는 것이다.

 

진화론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있다.

왜 그렇게 넓고 넓은 우주에 왜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는가? (물론 지금까지 인간이 탐구한 행성을 대상으로만...)

또한 그 지구의 많은 생명체 중에서 왜 유독 인간만이 지적인 존재로 진화를 했는가?

인간이 침팬치에서 진화를 했다면 왜 침팬치는 더 이상 진화를 하지 못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특이한 대답을 내 놓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아지트 바르키라는 인도출신의 의사이자 과학자가 이미 타계한 대니 브라워라는 미국의 분자생물학자의 이론을 다듬어 낸 [부정본능]이란 책이다.


먼저 이 책은 앞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진화론이 맞다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 중 왜 유독 인간에게만 지적인 존재로의 진화가 일어났는가?

저자인 아지트 바르키는 이 대답을 우연한 만남에서 찾았다.

그가 2005년 애리조나 강의 후 우연히 잔딧밭에 앉아 있다가 대니 브라운이란 교수가 그의 이론에 공감을 표하며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 한다.

그는 인간만이 독특한 존재로 진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보다는, 다른 존재들이 인간과 같은 존재가 되지 못하도록 진화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된다고 말한다.

생각의 전환이자,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대니 브라운은 이미 그 답을 찾았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대니 브라운의 이론을 구체화시킨 책이다.



저자는 모든 생명체가 진화를 하면서 한 가지 벽에 부딪힌다고 주장한다.

그 벽이란 바로 존재의 필멸성을 깨닫는 것이다.

즉 모든 존재는 결국에는 죽는다는 절망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이 필멸성을 깨닫는 과정을 마음이론이라고 한다.


마음이론(ToM)이란 나를 하나의 개체로 인식하듯 타인도 하나의 개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고 생각하듯이 타인도 존재하고 생각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음이론은 타인의 죽음을 보면서 자신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필멸성에 이르게 된다.


인간이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이론의 발전때문인데...

그렇다면 다른 생명체는 왜 이런 마음이론이 발전하지 못했을까?

(이 책은 다른 생명체가 마음이론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여러 가지 동물들의 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예를 들고 있다.)

저자는 그 이유가 바로 필멸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동물이 마음이론적인 부분에서 진화를 해서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치자.

그러면 그 동물은 죽음의 현실에 직면하여 모험을 하기를 거부한다.

즉 다른 숫컷과 목숨을 걸고 경쟁하여 암컷을 차지하기도 거부하고,

자녀를 낳으면서 닥칠 수 있는 죽음의 위협에 직면하기도 거부한다.

그로인해 자신의 진화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마음이론의 진화를 그 동물에게서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인간은 이런 필멸성을 부정하는 이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종교이다.

어느 문화나 종교가 있고, 종교는 대부분 영혼불멸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런 필멸성의 부정으로 인해 자녀를 생산하고 양육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지적인 능력이 후대에 진화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필멸성에 대한 부정본능은 유전자를 통해 우리 인간에게 전해져서 우리 인간은 현실적인 위협을 부정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죽을 것을 부정하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자녀를 낳고, 건강을 해칠 줄 알면서도 담배를 피며, 지구가 파괴되는 줄 알면서도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런 필멸성을 바로 인식하게 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죽을 줄 안다면 세상을 더 가치있고, 진실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백만장자가 자신의 죽음을 인식한다면, 자신의 돈을 죽기 전에 많은 사람을 위해 쓰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마치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물질을 모으는데만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를 당혹케 한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우주의 빅뱅에서 발생한 먼지와 같은 존재이며, 결국은 그렇게 사라질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화론에 대해 동감하지를 않는다.

그것은 진화론으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많은 우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숫자로 샐 수 없고, 심지어 인간의 인식능력을 벗어나는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우연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확률로 설명하자면 백만 분의 일 정도가 아니다.

분모가 되는 숫자에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숫자를 넣어야 그 확률에 비슷하게나마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바다에 있는 생명체가 아메바로 진화하는 확률 역시 앞의 확률과 같을 것이다.

그리고 진화의 매 단계마다 이런 천문학적인 확률이 필요하다.

결국 진화의 모든 단계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이성적인 이론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단어이다.

이 책은 이런 우연이라는 단어를 '부정본능'이란 단어로 대체한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인간 안에는 이런 부정본능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부정본능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에게 들어왔는지를 이 책은 과학적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우연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인간 안에 있는 부정본능을 본성적을 아주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지트 바르키라는 학자가 이미 타계한 대니 브라워의 이론을 체계화해서 그의 이름을 공저로 책을 출한한 것이다.

타인의 아이디어는 학술적 성과를 아무렇지도 않게 도용하는 한국적인 현실에서는 놀라운 일이다.

잠시 10분 정도 만난 잘 알지도 못하는 학자의 이론을 자신의 것으로 도용하지 않고...

그 학자에게서 출발한 이론임을 밝히는 저자의 학문적인 태도가 매우 존경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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