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처럼 생각하라
제프 서덜랜드 지음, 김원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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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인기를 얻었던 짐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서는 기업이 성장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경영인들은 그 한계상황을 뛰어넘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금액과 인원을 투입하고, 직원들에게는 열정을 강요하며 그 한계상황을 뛰어넘으라라고 독력한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조금 그 상태를 뛰어넘거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금액이나, 인원, 열정 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 기업의 시스템 자체가 시장환경에서 최대의 동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더 이상의 성장은 무리인 것이다.

마치 시속 200K가 한계로 설계된 자동차에게 시속 300KM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결국 시스템의 변화없이는 기업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나는 이 책이 바로 그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유명하고, 우리나라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많이 애용하고 있는 '간트차트(폭포수방방식)'라고 불리는 프로젝트 방식에 대한 비판에서 부터 시작한다.

간트차트는 원래 1차세계 대전때 군대에서 군수품 관리에서 시작되었다.

고객의 요구를 받아서 계획을 설계하고, 그 계획대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현대로 오면서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환경의 변화가 급변해지는 상황 속에서 이런 계획이 시간과 인력, 금액에 대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할 뿐 성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FBI 센티넬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을 든다.

FBI는 구시대적인 운영방법으로 911테러를 예측하는 정보를 가지고도 그것을 판단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3년 동안 1억7천만 달러를 쓰고도 그것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저자는 이런 실패의 원인이 간트차트식의 일하는 방법에 있다고 보았다.

수많은 요구사항과 계약사항을 종합해 계획서 만드는데만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이 든다.

문제는 일이 이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느라 일이 점점 더 지체되고 비용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스크럼 방식'이다.

스크럼의 이름은 럭비에서 따온 이름이다.

팀원들이 상대편을 수비할 때 협력해서 촘촘히 그물망을 만들 듯, 프로젝트 진행도 상명하달식의 계획표대로의 진행이 아닌 팀워크를 통한 협력과 신속한 대처 능력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 스크럼 방식을 자신이 MIT에서 일할 때 보았던 로봇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 로봇공학의 발전은 형편없었고...

로봇은 프로그램 된 대로 움직이느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했던 로봇은 전원이 새로 들어올 때마다 기존의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새롭게 환경을 인식한다.

그리고 기존의 로봇이 중앙제어 장치를 통해 다리들이 움직이는 것과 달리 이 로봇은 4개의 다리마다 각자의 프로세서가 있어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스크럼 방식의 영감을 받는다.


스크럼 방식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정형화 된 방식이 아니라...

팀원들이 자율권을 가지고 매 순간 스스로 결정하며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저자는 구체적으로 몇 가지 제시한다.


첫 번째 저자가 먼저 제시하는 것은 일의 우선순위이다.

저자는 현대 기업의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요구사항과 고려사항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고려하 보니 일이 진척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기서 20대80의 법칙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요구사항 중 80퍼센트는 쓸모 없는 것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퍼센트이다.

저자는 이 20퍼센트를 간추릴 것을 제시한다.

그래야 일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팀워크이다.

많은 인원과 방대한 시스템은 오히려 일의 진행을 느리게 한다.​

저자는 10명이 안 되는 적은 인원으로 팀을 꾸릴 것을 제안한다.

이 팀워크에서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의 공개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정보는 윗선에서만 알고 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일이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팀원 모두가 똑같이 정보를 알고, 그 정보대로 일하기를 제시한다.

그래야만 바른 목표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이 함께 목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행복을 누릴 때 일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세 번째는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진행의 오류를 발견하고도 그것을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수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일을 진행하는 사람에게 그 오류를 수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서 다시 윗선에 보고를 하고 승낙을 받는데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이 소유된다.

그러기에 일은 진행되지 않고 오류는 늘어난다.

저자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 방식을 제시한다.

도요타자동차 생산라인에서는 불량이 발생되면 작업자 누구라도 생산라인을 정지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불량을 바로 해결한 후 생산라인을 재가동시킨다.

그러기에 불량제품이 신속이 교체되거나 그 빈도가 낮아진다.

저자는 스크럼 방식에서는 팀원 누구나 정보를 확실히 알고, 진행과정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는 프로젝트 오너의 역할과 회의의 중요성이다.

위와 같은 스크럼 방식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회의가 중요하다.

저자는 프로젝트 회의를 '스프린트'라고 부른다.

매 번 회의를 통해 프로그램 진행과정을 공유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과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너무 늦어지면 경영진이나 고객의 요구와는 전혀 다른 프로젝트가 한 참 진행되고 나서야 수정이 된다.

엄청난 시간과 금액이 낭비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매일같이 스프린터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 스프린터는 잘못에 대한 지적의 시간이 아니다.

마치 럭비팀의 작전회의처럼 프로젝트 전반의 문제를 보고 취약한 부분을 어떻게 대응할지를 계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프로젝트 오너이다.

프로젝트 오너는 스프린터 회의를 관리하며 고객의 피드백을 계속해서 팀에게 제시한다.

따라서 프로젝트 오너는 고객의 소리를 50퍼센트를 듣고, 팀원의 소리를 50퍼센트 듣는다.

또한 매 순간의 과정과 변화된 상황을 메모지를 통해 팀 전체가 볼 수 있는 장소에 공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한 기업이나 단체 문화와 주변 상황에 적용을 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충격적으로 다가 온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국가가 메르스라는 전염병을 대응하는 태도였다.

국가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메르스 대응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았을 때...

이번 대응은 전형적인 간트차트식의 폭포수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나 정부는 메르스에 대한 나름대로 계획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임했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계획과는 전혀 다른 상황들이 속속히 발생했다.

예상 외의 전파력에, 예상 외의 감염인원들이 발생했다.

계획을 수정하려면 윗선의 결제가 있어야 하고...

실무진에서는 그것을 수정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또한 정보 역시 윗선에서 통제가 되고, 실무진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일하는지를 몰랐다.

그러다보니 감염자가 옆에 있어도 무시되고 실무진까지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여기 저기서 요구사항들이 넘쳐나고...

실무진들은 그 요구사항을 수렴할 틈도 없이 다시 새로운 요구사항이 생기며...

주변 환경이 급격이 변해갔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력과 물질, 시간이 소요되도 프로젝트는 전혀 진척이 되지 않고 오히려 후퇴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적용해 본 문제이다.

실제 메르스 대응이나 기업운영은 이 보다 더 복잡할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말했듯이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기업이나 단체, 국가가 예전의 시스템을 고집하면 결국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게 될 뿐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변화에 스크럼 방식이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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