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드 카본 1 밀리언셀러 클럽 88
리처드 K. 모건 지음, 유소영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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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밀리언셀러 클럽을 즐겨 읽는다.

주로 아포칼립스적인 종말소설이나 스릴러를 즐겨 읽는다.

우연히 인터넷서점에서 이 소설을 발견했다.

밀리언셀러클럽 목록을 거이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낯설었다.

밀리언셀러클럽에서 SF소설은 거이 출판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필립K딕을 기리는 필립K딕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안 읽을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보통 SF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설의 세계관은 아주 먼 미래이다.

배경은 온 우주로 확장되지만 주 무대는 지구이다.

이 소설의 세계에는 인간의 자아가 (영혼이라는 말을 쓰면 소설의 시각과는 많이 벗어나기에 자아라는 말을 쓴다.) 컴퓨터 하드에 저장되듯이 저장 되었다가 필요에 따라 다른 육체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다.

인간은 돈만 있으면 자신의 저장된 자아를  다른 사람의 젊은 육체든지, 배양한 육체든지, 합성한 조잡한 육체에 옮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육체 속에 들어가 있는 자아의 저장소를 스택이라고 한다.

스택이 파괴되지 않는 한 인간은 계속 육체를 바꾸어 가며 영원히 살 수 있다.

물론 부자들은 자신의 스택을 다른 곳에 복사해 둔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클라우드개념처럼 자아를 동기화해서 큰 서버에 보관해 두는 것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더 안전하게 영원한 삶이 가능해 진다.

이렇게 오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메트족(무드셀라의 이름에서 따왔다)이라고 부른다.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일본 에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좀 쉽다.



주인공 다케시 코마치는 이런 바뀌어진 육체를 입고 행성간에 전투에 임하는 특파대원이다.

무슨 실수인지가 정확히 나와있지 않지만 그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사살 당하고, 그의 스택은 얼터드카본이란 감옥소에 저장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지구의 부자권력자인 메트족인 로렌스 뱅크로프트에게 소환된다.

그는 코바치에게 우수한 육체를 구입해 주며 자신의 살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고용한다.

뱅크로프트는 얼마전 스택까지 파괴되는 살해를 당했다.

다행히 자신의 자아를 다른 저장소에 복사해 두었기에 다른 육체로 부활할 수 있었다.

저장 전 24시간의 기억은 알지 못한다.


코마치는 뱅크로프트의 사건을 조사해 가며 여러 가지 복잡한 일에 얽힌다.

우선 그를 쫓아다니는 여자 경찰인 오르테가와 만난다.

그는 코마치에게 게속해서 뱅크로프트는 자살한 것이라고 말하며 사건에 관여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리고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 코마치의 육체를 지켜 준다.

알고보니 코마치가 입은 육체가 오르케가의 애인의 육체였다.

또 뱅크로프트의 관능적인 아내인 미리엄 뱅크로프트 유혹이다.

그녀는 코마치가 사건에 손을 땔 것을 요구하며 그를 유혹한다.

300년 된 자아가 20대의 젊은 육체를 입고 그를 유혹하는 것이다.



일그러진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필립K딕의 일그러진 세계관과 데니스 루헤인이나 마이클코넬리의 묵직한 하드스릴러의 형식이 합쳐진 듯한 느낌을 가진 소설이다.

다분히 매트릭스적인 철학적인 분위기도 품긴다.

'기계가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함께...

영원히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나온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반복된 질문이 있다.

과연 육체와 분리된 영혼이 분리될 수 있느냐는 중세기에 반복되었던 철학적인 질문이다.

자신의 육체를 떠나 다른 육체로 들어간 영혼, 또는 육체를 분리된 자아를 진정 그 자신의 영혼이나 자아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21세기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단골로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자아가 컴퓨터의 자료처럼 저장되거나 복사되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저장되거나 복사된 자아가 전에 가졌던 자아아 동일한 자아일까?

저장되거나 복사된 자아가 자신이 전의 자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 자아는 영혼이 빠져나간 데이터적인 자료의 가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오래 전에 보았던 게리 시나이즈가 주연한 임포스터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게리 시나이즈가 주연한 주인공 스펜서는 지구의 과학자인데 어느 날 외계인 복제인간으로 오해를 받는다.

당시 지구는 외계인과 전쟁 중이었는데 그 외계인들이 지구의 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실제 지구인과 똑같은 외계인을 만들어 지구로 보낸 것이다.

원래 지구인은 살해를 하고 그 사람의 생각과 기억까지 그대로 복사한 외계인을 만들어서 지구로 보내고 중요한 순간에 폭탄으로 변해서 육체가 폭발한다.

문제는 복제된 인간은 자신이 진짜 인간인지, 복제된 인간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자신이 진짜 스펜서라고 확신을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죽은 진짜 스펜서를 발견하고 폭파장치가 가동되어 폭파되는 끔찍한 결말을 맞는다.

(이미 오래 전에 개봉한 영화이니 스포가 발설되도 상관이 없을테니까...)

영화에서는 복제된 스펜서가 진짜 스펜서인가 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자아가 저장되고, 육체로 이동되고, 결국 복제까지 된다면... 그 자아는 진정한 자신일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그런 질문이 든다.

물론 이 소설은 그런 질문과 무관하게 너무나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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