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스릴러를 즐겨 읽던 시절은 대학을 다닐 때까지 였다.

시드니셀던, 스티븐 킹, 딘 쿤츠, 로버트 러들럼 등...

특히 내가 좋아했던 작가는 캔 폴리트였다.

[카이로울프]나 [사나운 새벽]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명작이었다.


한 동안 정신없이 살다가 작년부터 조금씩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다시금 스릴러 소설을 읽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이미 다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마이클코넬리나 제프리디버, 할리코벤 등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미국과 유럽의 여류 스릴러 작가들...


확실히 예전의 스릴러와는 다른 면들이 많았다.

촘촘히 짜여진 플롯...

예상치 못한 반전...

예리한 심리 묘사까지..

그래도 나는 예전의 단순하면서도, 결말이 좋은? 예전의 스릴러가 좋다.


오랫만에 영미의 스릴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마이클코넬리, 데니스구헤인, 링컨차일드,제프리디버,리차일드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작가들이 많았다.

흔히 이야기 하는 잘 나가는 작가들이 여기 다 모여 있다.


총 22명의 작가가 둘씩 짝을 이루어 11작품을 집필해 냈다.

각 작품에는 두 명의 작가의 주인공들이 한 작품에서 만난다.

기발한 착상이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염려 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사건의 개연성이다.

스릴러를 비롯한 추리소설은 작가의 창작물이지만...

작가의 마음대로 창작할 권리는 없다.

왜냐하면 사건의 개연성은 스릴러의 룰이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스릴러 소설은 앞 뒤가 맞아야 한다.

그렇지 못한 스릴러 소설들은 독자의 외면을 받는다.

스토리의 중간에 구멍이 뻥뻥 뚤려 있거나...

말도 않되는 반전이 있거나...

억지 짜집기로 전혀 범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결론 내는 경우는 독자의 외면을 받는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유명한 스릴러의 주인공이 한 작품에서 만나려다가 자칫 이런 실수를 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염려는 나만 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들과 편집자가 이런 염려를 하고... 그들이 만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고심한 흔적들이 보인다.

그러기에 이 부분은 특별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첫 소설은 마이클 코넬리와 헤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만나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중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인물이다.

둘은 한 용의자를 쫓다가 형사와 사립탐정으로 우연히 만난다.

그들의 만남은 소설에서도 긴장감을 준다.

마치 중국 무협 영화의 고수가 고수를 알아 보는 듯한 분위기이다.


"절대 길을 잃어버릴 수 없는 허츠 내비게애선이 계기판에 툭 튀어 나온 렌터카에 탄 그 남자가 패트릭을 오랫동안 보다가, 창문을 내렸다. 그는 5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체력이 좋았다. 말랐지만 강단이 있어 보였다. 왠지 모르게 경찰 냄새가 났다. 우선 경계하고 있는 눈빛이 그랫다. 경찰의 눈, 감아도 정말 감았다고 믿을 수 없는 그런 눈, 거기다 한 손을 무플 밑에 내락 있는 자세가 여차하면 재킷 밑으로 집어넣어 글록이나 스미스를 꺼내려는 태세도 그렇고, 왼손도...." (P30)


마지막 소설에서 리차일드의 잭리처와 조셉 핀더의 닉 헬러가 만나는 장면도 비슷하다.


"바의 뒤쪽에 설치된 거울에 앞에 놓인 술병들이 비쳤고, 리처는 그 거울로 짧은 머리 사내가 그를 보는 걸 봤다. 그 사냐는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슬쩍 둘러보며 경계해야 할 대상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모양새였는데 그걸 보자 아까 그 직감이 맞아싿는 확신이 들었다. 경찰은 아니고 일종의 고독한 터프가이 스타일로, 아주 자신만만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마도 가끔씩 거울을 쓸쩍슬쩍 보면서 주위를 확인하지 않으면 어떤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고 훈련시킨 수상쩍은 부대 출신의 적직 군인 같았다.(P468)"


존 레스크로아트의 왓이어트 헌트나 제퍼슨 파커의 조 트로나의 만남은 우연이다.

멕시코로 낙시 여행을 가는 길에 서로 같은 공항에서 같은 가방을 가지고 만나는 것이다.

헌트가 트로나의 가방을 자기 가방으로 오해하고 서로 싸움이 붙는다.

마치 고수의 싸움같다.

그러나 둘은 금방 친구가 되어 문제를 같이 해결한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과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주로 한국에 소개되는 스릴러 소설의 주인공들은 경찰이나 사립탐정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보물사냥꾼, 전생연구가 등이 등장한다.

관심이 가는 스릴러 작가들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과 존 샌드포드의 루카스 데븐포트가 함께 만나는 [라임과 프레이]라는 작품이다.

물론 라임의 동료인 아멜리아 색스와 루카스의 동료인 릴리 로텐부르크도 등장한다.

4명의 흑인 여성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 스토리인데...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구성과 반전이 멋진 소설이다.



아쉬운 것은 이 소설들이 모두 단편이고...

두 명 이상의 걸출한 주인공들의 랑데뷰 장면에 지면이 많이 필요하기에...

소설의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긴 하지만...

이 소설 중에서 몇 몇 작품은 나중에 장편으로 개작해도 크게 인기를 끌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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