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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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젊은 날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였다.

군대시절 휴가를 나오면 꼭 서점에 들려 하루키의 책을 사들고 부대에 들어갔었다.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문체나 스토리가 아니었다.

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의 책들을 읽고 있으면 내 마음의 생각을 그가 글로 표현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군대시절과 힘든 젊은 시절에 그의 책을 읽는 것이 낙이었다.

 

그리고 거이 20년이 지나서 다시 하루키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예전에 내가 알던 하루키는 어디로 간 걸까?

도저히 이 작품에서는 예전의 하루키를 찾을 수 없다.

내가 변한 건가? 하루키가 변한 건가?

 

1Q84 1권을 읽으면서 예전의 하루키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권에서는 그런 느낌을 더욱 더 받았다.

아직 3권을 읽지 않았으니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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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1권에 이어서 아오마메와 덴코의 이야기가 계속 진행된다.

아오마메는 노부인의 지시를 받아 종교단체 선구의 지도자를 암살하려는 일을 진행해 나간다.

그가 종교단체 안의 어린 여자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햇기 때문이다.

노부인과 아오마메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드디어 선구의 지도자와 단 둘이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데 아오마메가 선구의 지도자를 죽이려는 순간...

의외로 선구의 지도자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충격적인 이야기...

이 부분에서 선구의 지도자의 입을 통해 1권부터 이어지는 선구, 리틀피플, 후카에리... 등의 비밀이 어느 정도 밝혀진다.

선구의 지도자는 후카에리의 아버지였다.

그는 자신의 딸을 통해 리틀피플이 이 세상에 들어왔으며...

자신의 딸은 목소리를 드는 자인 '퍼시버'가 되었고...

자신의 깨닫는 자인 '리시버'가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딸과 어린 여자아이들을 성폭행 했다는 말에 그들은 실체가 아닌 그림자인 '도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덴코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아오마메는 지도자를 죽이게 된다.

 

 

덴코의 주변에도 점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2편부터는 우시카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상하게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이다.

(하루키의 소설에는 꼭 이런 남자들이 나온다. 태엽갑는 새에서는 주이인공의 아내의 오빠, 즉 매형이 그런 존재였다.)

그 남자는 덴코에게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 주는 거액의 후원금을 제안한다.

덴코는 그 단체가 선구와 연관되어 있음을 감지하고 우시카와의 제안을 거부한다.

 

2편에서는 덴코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이 몇 번 나온다.

어린시절에 일요일이면 그를 데리고 수금하러 나갔던 NHK 수금원인 아버지...

아버지에게서 정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덴코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 나와서 아버지와 의절하고 혼자 힘으로 살아왔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와 있다.

그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아버지가 자신의 친아버지가 아니었음을 직감한다.

그러자 그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사라진다.

 

덴코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부분에서 [고양이 마을]이라는 소설이 계속해서 복선으로 나타난다.

어떤 남자가 아무도 찾지 않는 시골의 기차역에 도착하다가 고양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이 책을 통해 덴코와 아오마메가 1Q84년이라는 다른 세상에 들어왔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2권 후반부부터 덴코는 아오마메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오마메와 같이 달이 두 개라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이 그가 쓴 [공기번데기]에서 리틀피플이 등장할 때 생기는 현상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렇게 두 개인 달을 유심히 보고 있는 덴코를 아오마메가 발견하다.

아오마메는 덴코를 쫓아가나 만나지는 못한다.

 

 

2권에서는 1Q84의 세계관이 조금 더 복잡해지면서, 동시에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역시 하루키가 즐겨 쓰는 어린 여성, 고양이, 상실의 이미지등이 계속 등장한다.

2권까지 읽으면서 하루키가 이야기하는 1Q84의 세계관을 몇 가지로 추론해 봤다.

 

첫 번째 1Q84는 덴코가 쓴 책 속의 세상이라는 추론이다.

덴코는 달이 두 개가 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것이 자신이 쓴 소설에 묘사된 것과 똑같은 상황임에 놀란다.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을 현실로 접한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병상에서 공기번데기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10살짜리 아오마메를 발견한다.

공기번데기 역시 그가 소설에서 묘사한 것과 똑같은 모습이다.

아오마메 역시 덴코가 쓴 [공기번데기]라는 책을 읽고 자신이 덴코 속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책 속의 세상이라는 것은 하루키의 구성상 너무 뻔하다.

 

두 번째 추론은 1Q84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평행상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추론이다.

영화 [소스코드]에 보면 아인쉬타인의 이론에 따라 우리가 사는 세상과 계속 평행해서 움직이는 여러 가지 세상이 나온다.

그 다른 세상에는 또 다른 내가 있다.

어쩌면 1Q84 속의 세상은 현실과 다른 또 다른 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키가 과학이론을 기초로 이런 소설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추론은 1Q84가 하루키의 마음 속에,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심리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하루키 뿐만 아니나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그 마음이라는 것은 상실의 마음이다.

우리가 상실을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상실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은 같은 세상이지만 다른 세상이다.

하루키의 소설 속에는 이런 비슷한 암시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면 그 상실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존재하는 세상을 바꾸어 버리는 상실...

하루키는 그 많은 소설 속에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밝힐 수가 없어서 일 것이다.

그가 이야기 하는 상실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세 번째 추론이 하루키가 1Q84에서 묘사하는 세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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